<존재와 시간> 3회차 후기

아렘
2021-09-12 21:35
359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의 서론에 2주를 투자했습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충분히 분위기에 젖어보자는 튜터샘의 의도였다고 생각됩니다. 서론은 낯설었고 생각만큼 읽히지 않았습니다. 치밀하기도 할 뿐더러 책 한권을 요약하다시피했기 때문에 글과 글 사이에 간극이 넓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2주 동안 그러니까 다섯 시간 넘게 질문을 주고 받았습니다. 주 텍스트인 이기상 번역본과 부교재라 할 수 있는 박찬국의 주석서 그리고 소광희의 또 다른 번역서까지 이 모두를 적어도 두 세번 읽고 오길 바라는 터무니없는 정군샘의 바램에 그럭저럭 응답을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대체로 큰 줄기를 잡을 수 있었고, 앞으로 이런 저런 내용들이 펼쳐지리란데 대체적인 합의 아닌 합의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으니까요…

 

   첫 시간에는 존재는 존재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여러차례 되뇌었고, 결국 우리는 존재물음의 구조와 존재물음의 존재적/존재론적 우위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간단하게나마 표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저는 받아 적었을 따름이고 이 표는 첫 시간 중에 나온 여러 샘들 덕분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제게 자주 일어 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아무튼 표 얘기는 나중에 또 하기로 하고…

 

   두 번째 시간에는 선배 철학자들을 비판적으로 극복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시간 안에 있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을 의미하는 통속적인 시간 개념을 넘어서려는 하이데거의 논지를 이야기 하기 위해, 베르그손(저는 모릅니다), 칸트(제게 묻지 마세요), 데카르트,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거기다 제가 주제 넘게 파르메니데스를 언급하는 통에 혼란스런 와중에서도 하이데거의 시간성에 대해서 감을 좀 잡았습니다. 감만 잡았지 섯부른 추측은 자제했습니다. 많은 질문들은 어차피 본문에서 해결을 봐야 할 테니까요… 나온 질문이 범위를 넘어서거나 앞으로 본문에서 확인해야 하는 지점들은 정군샘이 정확히 짚어주셔서 우리는 배가 산으로 가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시간성은 서론의 하이데거에 따르면 알쏭달쏭합니다. 뜬구름 잡는 듯 하지만 뭔가 감이 오시나요? 하이데거는 이랬습니다.  '올바로 고찰되고 올바로 설명되어야 하고', '근원적인 시간에서부터 근원적으로 규정한 것을 존재시적인 규정이라고 명명한다.'

 

   후반부 하이데거 존재론의 방법론이라 할 수 있는 현상학에 대해서는 친절한 정군샘의 선행학습이 주중에 있었던 관계로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난무하는 그리스어들의 공습에 길을 잃지 않았습니다. 정군샘이 미리 예습으로 카톡방에 올려주시지 않았다면 아마 시간 안에 끝내지 못했을거라 여겨집니다. 하이데거가 앞으로 본문에서 펼칠 방법론이 현상학일겁니다. 아니라면 사기캐릭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이 현상학은 하이데거의 현상학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붙잡고 갈 내용은 하이데거의 현상에 대한 정의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현상학에 대해서는 잘 모를뿐더러, 모르더라도 크게 잘못 될 일은 없을거라 여겨집니다. 복습을 해 보겠습니다. 현상은 그것-자체에서-자신을-내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이데거가 존재론을 본론에서 분석을 통해 보여줄 것들이 하이데거가 생각하기에 그것-자체에서-자신을-내보여주는 것일 겁니다. 수긍하고 안하고는 읽어나갈 우리 몫입니다. 아시다시피 책은 계획했던 목차의 절반 정도에서 끝이 납니다. 허전할 수도 있지만, 충분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저 제 생각입니다.

 

   다만 하이데거의 포부와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그 내용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철학의 근본주제로서의 존재는 어떤 한 존재자의 유가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모든 존재자에 다 상관된다. 그것의 ‘보편성’은 더 높은 곳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존재와 존재구조는 모든 존재자를 넘어서 있으며 한 존재자가 가지는 존재하는 모든 가능한 규정성을 넘어서 있다. 존재는 단적으로 초월이다. 현존재의 존재의 초월은, 그 안에 가장 근본적인 개별화의 가능성과 필연성이 놓여 있는 한, 하나의 탁월한 초월이다. 존재를 초월로서 열어 밝히는 일은 모두 초월론적 인식이다. 현상학적 진리(존재의 열어밝혀져 있음)는 초월론적 진리이다.”

 

 아 참 우리의 표가 무사샘 덕분에 더 풍성해졌습니다. 이 표가 더 길어질 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기록을 위해 남겨둡니다.

 

존재자 존재 존재구성틀 일반존재론 존재시성
현존재 실존 실존성 실존론적 분석론 시간성

 

다음 시간 발제는 초빈샘과 요요샘이 맡으셨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댓글 3
  • 2021-09-12 21:49

    아! 저는 일상성과 시간성의 관계에 대해 약간 단계론적으로 오해될 수도 있는 저의 이해방식을 넓게 펼쳐준 여러 샘들께 감사드려요!!

    아니.. 일상성과 시간성의 겹침이라고 하면 넓게가 아니가 두텁게라고 해야 하나요?

    발제하려면 후기에 댓글 쓰는 에너지도 줄여야 할 것 같네용.^^ 

    아렘샘 후기에 대한 정성스런 댓글은 다른 분들께 부탁드리고 저는 이 정도로.. 휘리릭~~

  • 2021-09-12 23:01

    아..  서론을 그렇게 사정없이 요약해내시더니, 세미나를 또 이렇게 요약하시는군요! (척! b)

    '서론'은 보통 맨 마지막에 써내려간다고 하지만, '본문'을 보면 하이데거는 아예 '서론'부터 써나간게 아닐까 싶은 구절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전체 글의 구조가 짜임새가 있다는 뜻일 겁니다.(다만, 1부2편에 해당하는 부분은 '짜임새'가 '죽음으로 선구' 했다가 안 돌아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쨋든, 지난 시간에 문제가 되었던 것은 후기에 써주신 바와 같이  '시간성'과 '현상'으로 압축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시간성'은 아마도 '죽음'과 깊게 연관되어서 '현존재'에게 드러날텐데, 그때가서 '시간성' 문제가 과연 말끔하게 해결될까....요? (;;) 이건 어쨌든 지켜봐야겠습니다.

    저희에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오히려 '현상' 개념인데요. 왜냐하면, 이 개념은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에 계속 문제가 될만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현상'을 보는 관점이 [존재와 시간]에서 하이데거가 주장하는 바를 지탱하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현상'은 아렘샘이 정리해 주신 것처럼 '그것-자체에서-자신을-내보여주는 것'입니다. 이게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니까 '진리'에 대한 관점이 확 바뀌는 셈입니다.

    하이데거가 비판하는 이전 철학들은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표상'을 완전히 주관적인 것으로 다루거나(버클리), 아니면 그 표상의 진리를 담보해 줄 수 있는 최고 실체와 같은 것을 찾거나(데카르트), 회의주의로 가거나(흄), '표상' 자체의 가능근거를 찾아 제한적 객관성을 확보하거나(칸트) 것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기존 관점에서 보면  '현상학'은 '존재론'에 적합한 방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하이데거는 '현상학'만이 '존재론'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은 이 사람이 '진리'를 '대상-인식'의 일치나, '인식'의 객관성 같은 걸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현상해 오는 것'과 '현상하는 것' 사이의 '관계'에 근거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따라 보면 '현존재'도 '현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현존재도 어떤면에서 표의 위쪽 항에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러면 '그것-자체에서-그것을 내보임'이라는 '현상'은 어느 한쪽 항에서 해결되면 나머지도 어떻게 되는 그런 문제가 되는 것 아닐까요? 조금 더 읽어보면 이에 대해 좀 더 알아 볼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더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요. (물론 이것은 저의 뇌피셜이니 감안하시어요)

     

    요요샘께서 '정성스런 댓글'이라 하셔서 '정성'을 막 쏟다보니 어쩐지  TMT 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ㅎㅎㅎ

    기럼, 교재를 각각 두번씩 읽고 만나요 어러분.('교재'에 주석서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 2021-09-15 14:04

    아직도 녹화본을 다 못봤다는 거 고백하고요.ㅠㅠ  앞의 1시간 빠진 것이 이렇게 타격이 클 줄...네, 예상했습니다. 

    서론 2부의 키워드는 시간성과 현상 같군요라고 쓰고 보니 위에 정군샘이 이미 쓰셨네요. (하핫) 현상은 아직도 모호한데 그냥 암기하기로 했고요.(이해가 안되면 용어라도 외워두자...) 어떤 대상을 인식하거나 진리와 일치시키는 방법이 아닌 '그것 자체에서 내보임'은 대체 무엇인지, 그 말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상상'이 안 되어요.  에구 머리야.

    시간성은 뭘까요..흠흠... 본문에서 계속 나온다는 거죠? 서문의 위기만 잘 넘으면 그래도 할만할 것이라는 기대를 팍팍 깨뜨리는 본문을 읽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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