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차 후기 - 하이데거는 상식적인 철학자였다

여울아
2021-09-04 09:20
337

하이데거는 상식적인 철학자였다...

<존재와 시간> 1장 발제를 하고 난 후 제 소감이었습니다. 

 

뭐라고?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위대한 철학자가 그럴리가...

지난 한 주간 저만 그런 게 아니다 다들 한 줄 한 줄 아주 어렵사리 읽어나가며 힘들었다고들 합니다.

그렇게 읽고 났더니 그가 1장에서 하는 얘긴 매주 철학학교에서 들었던 얘기와 같았습니다.

질문을 하세요. 질문을 만드세요. 질문으로도 수업이 가능해요. 등등  

"자기 삶에서 존재의 의미를 물어라" 방법론으로 가면 얼마나 까탈스러울런지는 몰라도

하이데거의 주장하는 바는 정군님의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ㅎㅎ

 

  1. 존재 물음을 하는자는 현존재다

그럼 차근히 "왜 존재의 의미를 물어야 하는지" 그의 논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먼저 하이데거는 더이상 존재에 대한 물음이 없는 이유를 파헤칩니다.

그 원인은 고대 존재론부터 시원하여 칸트, 헤겔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존재 개념을 너무나 보편적이고 자명할 뿐만 아니라 정의내리기 어렵게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이런 지루하고 답이 뻔한 질문을 굳이 왜 하겠느냐는 것이지요. 

그는 존재에 대한 개념이 엉망인 이유는 질문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비록 존재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평균적이고 애매 모호한 존재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존재 의미에 대해 질문할 수 있고, 제대로만 질문한다면 존재를 밝혀낼 수 있다고 합니다. .

제대로된 질문이란? 존재를 존재자로 묻지 않는 것.(ex 존재란 무엇인가? 등등)

그러기 위해 존재에 대한 관점, 이해, 선택, 접근과 같이 존재 양태, 즉 존재 방식을 물어야 한다고... 

자, 이제 이렇게 물을 줄 아는 존재는 현존재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잠깐, 어떤 존재자가 이런(존재물음을 물을 수 있는) 범례적인 존재자인가... 라는 문장이나,

이후 현-존재에 관한 주석을 보면 현존재는 우연성을 특징으로 하는 놀이하는 존재이며,

텅빈(無) 존재이기 때문에 관계로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질문해준 재하 덕분에 한 번더 짚고 넘어갈 수 있었어용~) 

존재의미를 질문하기 위해서는 먼저 존재를 설명해야 하는데, 여기서 순환논증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그는 존재물음에는 어떤 연역도 없으며, 평균적인 존재이해를 바탕으로 현존재의 존재(구조) 분석을 감행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또 하는 얘기가, 이런 질문을 찾아나서는 현존재는 벌써 우위 아니냐고요^^

 

          2. 존재론적 우위, 존재자적 우위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 갈 것은 "우위"라는 표현이죠. (땡쓰, 초빈~)

하이데거는 존재자의 우위(가령 인간이 고양이보다 우위다)가 아니라 존재물음의 우위를 얘기합니다. 

그는 존재물음이 실증과학뿐 아니라 기존 존재론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합니다. 

당대의 수학, 물리학과 같은 실증과학은 근본토대의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는 실증적인 탐구에 앞서 존재물음에 관한 존재론적 (학문)탐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존재론적 탐구를 통해 밝혀진 근본(존재)구성틀을 가지고 실증과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존재물음의 존재론적 우위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우위, 존재적 우위란 현존재가 다른 존재자들 중에 뛰어나다는 것. 

그런데, 이런 존재적 우위는 앞서 말한 존재론적 우위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이렇듯 현존재가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는 것을 실존이라고 합니다. 

 

3. 실존철학이 아니다

현존재가 존재 물음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실존적 이해에 다다르면,

현존재는 실존성이라는 존재자의 존재구성틀을 획득합니다. 

실존과 실존성, 뭐가 다른 거죠? 실존이 존재 그 자체라면

실존성은 현존재의 존재 방식을 적용해서, 동일근원적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존재구성틀이 됩니다.

그러니까 존재 물음은 다른 모든 존재론의 발원(처음), 즉 기초존재론이라는 것.

하이데거는 여기서 존재물음의 우위를 다시 확인하고, 이로써 존재를 묻는자(현존재)의 우위를 증명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존재론적인 구조에 대한 물음은 실존을 구성하고 있는 그것을 풀어헤쳐 보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실존철학이 아니다.-메모)"(29p)

 

근데, 여기서 왜 자신은 실존철학이 아니라는 메모를 남겼을까요?

"자신은 존재론을 다루지 실존철학이 아니다. 존재론은 존재 일반에 관한 보편철학이고,

실존철학은 개별자에 주목하는 철학이다... 그러니 다르다???" 뭐 이런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자신의 작업은 고대존재론(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부터

중세(토마스 아퀴나스의 초월범주)에 이르기까지시도는 있었지만(탁월한 존재자는 입증됨),

좌절(결여)됐던 존재론적 탐구를 현존재의 실존론적 분석론으로 탐구할 것임을 강조하고 1장 끝을 맺습니다~~~

 

아아... 끝났다.. 후기!!

전 상식적인 철학자 수준으로 가볍게 쓰려고 시작했는데, 

매실님이... 하이데거가 자신의 논리를 쌓는 방식을 배우겠다... 고 하는 얘기가 맴돌아서 좀더 신경을 썼습니다. ㅎㅎ

아무튼 새로운 친구들과 공부하니 새로운 질문과 과제 앞에 서게 되어 좋습니다^^

 

앗, 그러다 보니 왜 상식적인 철학자라는 거야? 라는 질문에 답을 안 했네요. 

이러한 존재물음은 우리가 16살 이후 시작하는 질문이고 평생을 짊어지고 가게 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살기 참으로 힘들어서 문제이지만요... 

댓글 5
  • 2021-09-04 11:22

    여울아 샘이 쓰신 후기 읽으니 제가 들으면서 놓친 부분을 다시 알게 되었네요!

     

    철학 책 읽으며 질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감을 잡아본 첫 시간이었습니다. 

    자꾸만 나의 해석이 맞는지 확인하고 답만 찾으려 한 게 아닌가 싶었고요.  또 용어들을 하나하나 파악하려고 하기보다 주요 개념과 큰 구조를  파악하는 '평균적이고 막연한 이해' 부터 하자는 정군샘의 말도 기억에 남습니다. 질문을 잘 던지려면 책을 내 안에서 충분히 씨름해야 함도 알았어요. 

     

    개별 존재자의 존재를 '초월적이거나 본질적인 존재자'로 환원하지 않는 것. 존재자들 중 (동물 인간 사물은 모두 존재자들이고)  존재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존재자를 '현존재'라고 칭하고, 그러한 현존재의 존재, 또는 존재 양식을 '실존'이라고 한다는 것. 

     

    토론을 하고 나니 어렵던 책이 아주 조금 잡힐듯 합니다. 

    저는 하이데거에 영 정이 안 붙었는데요.  서론에서 접한 빈틈을 주지 않는 글쓰기와 더불어 "“한 학문의 수준이란 학문의 근본개념의 위기를 어느정도까지 감당할 능력이 있는가로 규정된다.” 비장미 넘치는 요 문장에서 하이데거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ㅎㅎ     

     

     

    • 2021-09-04 11:39

      앗 저도 요 문장이 야시꾸리 했는데, 비장미라는 표현 좋네요. 

  • 2021-09-05 11:49

    자고 일어나니 90여개의 카톡이 있는 것을 보고 허걱 했습니다. 밤사이에 뭔 일이?? 철학학교가 야학도 아닌데.. 아무튼 그래서 저는 낮에 후기를 열심히 읽었습니다.ㅋㅋㅋ

    실존이란 무엇일까요?

    그걸 정군님의 메모는  '실존은 현존재의 존재냐, 현존재의 존재방식이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라고 물었습니다.

     

    세미나에서 서로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저는 '현 존재의 존재 자체'로서의 실존개념이 더 근원적인 규정이고, '현존재의 존재방식'이라는 규정은 그런 근원적 실존개념으로부터 따라나오는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현존재의 존재방식은 현존재가 어떻게 존재하느냐, 혹은 어떻게 실존하느냐를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현존재가 다른 존재자와 관계맺는 학문도 현존재의 존재방식이 되는 것이겠죠?)

     

     29쪽 메모, "따라서 실존철학이 아니다"에 대해서 여울아님의 후기를 읽으며 다시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실존철학이 아니다"라고 하이데거가 메모한 것은 자신의 존재론은 현존재의 실존의 구조를 밝히는 것이지,  실존적 이해를 탐구의 대상으로 하는 철학(학문)이 아니다' 라는 의미에서 쓴 것 같아요. 다시 그 부분을 읽어보니 실존철학은 '실존적 이해'만으로도 할 수 있지만 하이데거가 하고자 하는 것은 그보다 더 나아간, 실존의 존재론적 구조를 이론적으로 투명하게 하는 '실존론적 이해'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 둘은 확실히 다르다고 말하려 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른바 실존철학자 혹은 실존주의자들이 이런 하이데거의 생각에 동의하냐 아니냐는 또 다른 문제겠지요.) 

     

    음.. 아무튼 앞으로 존재물음이 꾀하고 있는 것, 즉 존재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어야 할텐데.. 아, 그건 아는 것일까요? 알려지는 것일까요? 열어밝히는 것일까요? 열어 밝혀지는 것일까요? 아, 헷갈려~~

     

     

    • 2021-09-05 23:28

      오오~ 제가 하고 싶은 얘길 더 고급지게 하이데거적으로^^ 해주셨네요. 

      실존적 이해 : 주도적인 자신에 대한 이해..

      실존론적 이해 : 존재론적인 구조를 풀어헤쳐 보이는 것. 

      실존철학은 실존적 이해에 그치지만 자신의 작업은 실존론적 이해를 목표로 한다는 것!!

  • 2021-09-05 22:42

    '아마 서론 1장이 가장 어렵겠지....' 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는 서론 2장이 더 어려운 듯 합니다. 뭐랄까요. 여기서는 '주장'을 본격적으로 개진하려고 하는데, 정작 '뒤에 나온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다음 시간은 으마으마하것어요 ㅎㅎㅎ...(그러나 우리에겐 (설렘 아니고) 아렘샘이 계십니다!) 

     

    2장 읽으시는 동안 현존재-현사실, 존재-존재자, 존재적-존재론적, 현존재-실존 : 실존론 과 같은 개념연관을 계속 상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존재는 존재자가 아니다' 이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존재'는 실체도 아니고, 신도 아니고, 끝판왕도 아닙니다. '실체는 존재한다', '신은 존재한다', '끝판킹은 존재한다'는 말이 모두 가능한 것처럼, '존재'는 어디에나 모든 것에나 '있는' '있음'입니다. 다시말해 더 많은 '있음'을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이 아닌 셈입니다. 

     

     

    여담이지만... 세미나와는 별도로 저는 이 '존재'-문제설정에서 자꾸 스피노자가 떠오릅니다. 모든 것에 '신'이 있다는 설정, 조건에 따라 다르게 드러난다는(양태) 주장, 역량에 따라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발상 같은 것들 말입니다. 거기에 실존주의 서너큰술 넣으면 우리가 읽는 그 책이 되는 게 아닐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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