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 - 마지막 시간 26장/27장 후기

횡설수설아렘
2021-06-03 22:35
363

26장 현대 철학과 27장 근대성과 위기를  읽어내면서 드디어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가 쓴 <서양철학사>가 끝났습니다. 말 그대로 읽어냈다는 느낌입니다. 26장 27장에는 압도적으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때문에 사회책이나 공무원 시험서에 필적하는 주마간산 요약들로 읽는 우리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감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알아 내고 새기기엔 그 간극이 너무 넓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한 발 물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그런 읽기가 철학 읽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원전의 밀도 높음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었던 만큼 이해 안감과 연결 안됨이 각자에게 다음에 읽을 것을 예비하고 있다고 여기기로 했습니다.

 

기억을 좀 더듬어 보겠습니다.

 

그래도 대체적인 합의가 군/닐의 서술에서건,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유에서건 논리실증주주의와 일상 언어철학을 중심으로, 그리고 등장하는 많은 사상사들에게서 보듯이.... 20세기 이후는 언어에 대한 사유를 거쳐간 사람이 많았다는 것, 그럼에도 오스틴과 설은 뭔 소린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 우리가 세미나 시간에 그토록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으나 그러니까 화자나 청자나 언어의 교환에 그토록 열심이었건만 제가 보기엔 우리는 그야말로 장님이 코끼리 만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또한 소득이라면 소득일 수 있습니다. 대충 분위기는 나중에 보충 좀 해야겠구나 했으니까요…. 정해진 시간 아무튼 우리는 지나가야 했고 다음 사람을 이야기 했어야 했습니다.

 

저는 세미나 초반에 그리고 쿤 이야기를 하다가 그리고 객체의 존재론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AI 등을 논의할 때, 가마솥 샘의 용기 있는 고백이 인상 깊었습니다. 학창 시절 AI Lab 에서 AI 의 실현 불가능성에 대한 논문으로 과감하게 D 를 받으셨다 합니다. 저는 루소가 생각났습니다. 루소는 당시 학술원이 주최한  '르네상스 이후 학문과 예술의 부흥은 도덕의 개선과 고양에 기여했는가?’ 라는 주제의 논문 대회에서 과감하게 아니오라고 주장하는 논문으로 상을 탔는데 가마솥샘은 D 를 받으셨네요. 더욱 놀라웠던 것은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아직도 그 논문에서 펼치셨던 주장을 굽히지 않은신 것 같았습니다. 제가 다시 D를 받으실 것 같다고 놀려서 죄송합니다. 잠시 AI 에 대해서 덧을 달자면, 인간처럼 사유하도록 만드는 것이나, 인간처럼 사유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나 구분이 모호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처럼 사유하는 것을 흉내내거나 모방하거나 아니면 복제하거나 아무튼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그 방법이 꼭 인간적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것…. 그런 의미에서 아무튼 우리가 AI 라고 하건 다른 그 무엇이라고 하건, 그 행위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철학이라는 것을 할 것이라는 것, 아니면 철학을 하는 것처럼 보이리라는 것입니다. 제가 D를 받을 지 가마솥 샘이 D 를 받을 지 흥미롭게 지켜봐야겠습니다. 아마 이런 비슷한 냄새를 우리가 현대 실재론을 읽으면서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초장기에 제가 댓글을 단 기억이지만, 그것을 포스트 휴먼의 하나라고 부르건, Computational Philosophy 라고 부르건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이건 아무튼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이데거와 후설은 정군샘의 신세를 졌습니다. 현대 철학을 읽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것 같은 강박을 우리는 정군샘의 멘트로 느꼈습니다. 거의 아헿헹 수준으로 기술된 후설의 현상학 역시 정군샘의 한 두줄 요약이 큰 역할을 했는데 뭔 소린지 저는 못 알아 들었습니다. 숙제가 되어 버렸네요. 대체로 읽어야 한다는 정군샘의 말은 대부분 맞는 말이라는 느낌적인 느낌만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렌트는 아무래도 일화로 많이 알려져 있어, 좀 오래 머물렀습니다. 물방울샘이 아렌트의 노동/생산/활동을 수신제가치국과 비교하는 급습에 잠시 어리둥절 했습니다만, 부연 설명을 듣고 그 맥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언어의 힘입니다. 반드시 미끄러지지만, 꽈당꽈당 넘어지지는 않는 언어의 힘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가다머, 제게는 없는 사람입니다. 그냥 그러려니 이번은 아닌가보다.. 다음 기회에…

 

요요샘은 저자들이 과감하게 데리다의 글쓰기 관련해서 너무 간략하게 언급한 부분에서 답답함을 토로하셨습니다. 별로 아는 바가 없는 저로서는 뭐라고 말을 보태기도 저어됩니다. 다만 언젠가 언급한 김애령의 글에서 읽는 바로는 데리다의 여성관 역시 니체만큼 좀 천박한 감이 없지 않았나 하는 느낌적인 느낌만 좀 가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요요샘이 지적하신 대로 차연에 대해서는 좀 공부가 필요하다라고 여겼습니다.

세미나 중간 중간 여러차례 요요샘은 공론장으로서의 대화나 반성적 성찰, 토론의 유용함에 조금은 회의적인 입장, 혹은 경우에 따라서는 무용함을 느끼시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안타까움이자 이성 만능주의, 민주주의 만능주의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기도 하고 아픈 고백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순진하게 결이 다른, 그래도 그거 말고 딱히 다른 방법이 없어보이지 않나 하는 말씀을 드리곤 했습니다. 다만 지난 시간에 그 과정이 제게는 최선을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마지막 보루 아닌가 하는 생각을 꺼냈습니다. 간주관적 절차적…(이게 군나르 말인지 하버마스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의 후기는 뻥이 될 것 같습니다. 기억도 안 나지만 아는 게 없습니다.

 

다음주 새 책으로 뵙겠습니다.  

댓글 2
  • 2021-06-04 23:49

    와, 드디어 『서양철학사』를 다 읽었습니다! (짝짝짝) ... 그런데 '읽었다'는 게 '끝'이 아니라는....(사실 저 좀 다크한 편입니다)

    저도 가마솥샘 말씀을 들으면서, 무언가 더, 더, 더 말하고 싶었지만, (마지막 시간임에도) 남은 대기열이 롯데리아 동천점까지 뻗어 있어서 참느라 혼났습니다. ㅎㅎㅎ 무엇 때문인지, 저희 세미나에서는 꼭 한번씩 '인공지능', '기술적 대상', '포스트휴먼', '과아아학' 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도대체 왜 때문인 걸까요? 그런 어떤 '미리 들어와 있는 2학기'에 대한 그런 어떤 '징후' 같은 것일까요? 농담이고요, '철학'을 어떤 인격적 실재로 상상해 보면,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그 주제들이 요즘 그 친구(철학이)가 주로 고민하는 주제여서 그런 거라 생각합니다. 안 할 수 없을거에요.... (철학이 괜찮은거니? 응?)

     

    후설, 하이데거는 그 자체로 '딜레마'를 안겨줍니다. '꼭 공부해 봐야 하는 것'임과 동시에 '아, 이걸 어떻게 봐' 하는 것이죠... '꼭 공부해 봐야 하는 것'인 이유는 저희의 다음 텍스트인 『새로운 철학 교과서』에서도 볼 수 있듯이 '21세기' 철학에서도 그분들의 사유가 일종의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메이야수, 하먼 모두 그렇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 이걸 어떻게 봐' 싶은 이유도 엄연히 있습니다. '지렛대의 원리'를 좀 알자고(그게 정말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그...그...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원전들까지 봐야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요.(현상학, 해석학, 후설, 하이데거, 가다머(이분은 이름이 '한스' ㄷㄷㄷ) .... 'ㅎ'을 조심합시다 여러분.) 

     

    마지막에 밝혀주신 '그거 말고 딱히 다른 방법이 있나'하는 의문이 (당연히) '해소'에 이르지는 못하겠지만, 저희가 이제부터 '철학사적'으로 읽게될 '사변적 실재론'에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생님들 모두들 대단하십니다! 우리는 이제 『서양철학사』 읽어본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

  • 2021-06-06 22:57

    ㅍㅎㅎㅎㅎㅎ 그렇군요, 저도 <서양철학사> 읽은 뇨자가 됐군요.

    신기한 것은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데 <새로운 철학교과서>를 읽으면서

    여기에 언급된 철학자들의 이론이.....

    뭔가 알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이 들더라는 겁니다.

    참 신기한 체험이었어요.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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