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후기

아렘
2021-05-17 23:51
346

지난 주 결석을 했던 관계로 샘들을 오랜만에 뵙는 아렘입니다. 발제는 힘들어도 역시 세미나는 안하는 것보다 하는게 재미집니다. 

 

전반부 키르케고르와 달리 니체는 질문을 다 다루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이야기는 대체로 그의 형이상학 비판과 도덕비판에 집중되었습니다. 뭐 별다른 이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순서상 앞에 있다는 죄로, 그리고 시간 안배를 생각 안하는 질문과 질문의 꼬리잇기 덕분에 뒷부분은 가보지도 못했네요.

 

인상 깊었던 것은 맹렬한 형이상학 비판을 감행한 니체를 형이상학자로 만들어 버리고, 그의 관점주의적 시선 역시 관점주의에 불과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내공을 발휘해들 주셨습니다.‘그 철학자의 주장으로 그 철학자 비판하기’의 경지도 보여 주셨고, 상대주의/관점주의의 근본적인 성격을 유감없이 드러내보였습니다.아마 밖에서 누가 보면 이 사람들 많이 늘었네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형이상학 비판, 주인도덕 노예도덕, 기독교 비판을 거쳐 논의는 힘에의 의지에서 다양하게 불꽃을 튀며 변주되었습니다.

논의는 대체로 형성적 힘으로써 파악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모아졌고, 니체가 별로 바라지 않았을 세상의 근본원리로까지 격상을 시킨 감도 있습니다. 그런면이 분명히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아울러 저는 안달아도 되었을 사족을 좀 달았습니다.강자의 도덕, 힘에의 의지 등을 거치면서 그리고 니체의 그 날 선 언어들 이면에는 우리가 자연스레 나치즘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왜곡은 나치의 짓이고 몫이지만, 그런 식으로 해석할 여지는 니체 텍스트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놓았습니다. 발끈한 물방울 샘도 계셨지만, 튜터이신 정군샘도 넌지시그런 생각을 내 놓으시는 바람에 욕은 덜 먹었습니다. 역시 튜터의 힘은 무섭습니다. ㅎㅎㅎ

 

다른 철학자들과는 달리 여러분들이 호불호를 드러내 주셨습니다.원래 텍스트를 읽으며 큰 감동도 큰 불만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니체는 네 …달랐습니다. 별로 공감하고싶지 않은 감정을 일으킨 철학자입니다.저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제로에다가 공감을 느낄 필요를 전혀 못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니체에게 대한 불만이 생겼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저처럼 니체를 싫어한다고 하신 정군샘은 반가워하면서도 이유가 달라서 놀란 눈치셨어요….정군샘의 불만은 ‘아니 니체는 이렇게 멋지고 좋은 말을 어떻게 이렇게 후지게 말할 수 있지’ 가 이유였던 기억입니다. ㅎㅎㅎ 많이 웃었습니다.

 

요요샘은 탐탁치는 않지만 읽을 만은 하다고 제멋대로 판단을 내려봅니다.

 

호수샘은 별로 안좋아하시다가 원전을 다시 읽을 기운을 내시려나 봅니다.

 

물방울 샘…. 니체를 애정해 하시는데 너무 까대서 미안합니다. ㅎㅎ

 

 

군나르/닐스의 철학사는 어느 덧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세미나 후 방담 시간에 다음 교재를 미리미리 읽어달라는 정군샘의 특별부탁이 있었습니다.

다음 세미나는 여러 현대철학자들이 수험서에 등장하는 것처럼 떼로 몰려 나오는 바람에 집중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래저래 아는 게 별로 없는 저는 그냥 다음에 누굴 따로 읽을까 이런거 정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들어갈까 합니다.

 

다음주에 뵐게요….

댓글 7
  • 2021-05-18 00:47

    으하하하~ 동감요!! 니체가 비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논지를 펴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 2021-05-19 08:27

    아.. 원전을 읽을 엄두는 여전히 나지 않아요. 하지만 다른 분들이 말씀하시는 니체를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단 느낌이 듭니다. 제가 다른 분들의 말씀을 얼마나 이해하는 것인지, 그 이해가 니체의 생각과 얼마나 닮아 있는 것인지.. 이런 의구심이 남아 있어 역시 언젠가는 원전을 들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언젠가 같이 읽을 기회가 생기면 도전해볼 수도 있겠지요. 혼자서는 자신이 없어요.

    하지만 힘에의 의지를 생성 '원리'로 봤을 때(니체가 마뜩찮아할지언정 제게는 그냥 지금 그렇게 보이는) 세계에 대한 해석은 탁월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마솥샘의 질문과 함께 시작된 도덕 비판에 대한 샘들의 논의.. 진심 감동이었고요!

    • 2021-05-19 09:42

      저도 세미나 이후에 힘에의 의지(권력의지)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 생각에는 힘에의 의지가 니체 사상의 핵심인 것 같거든요.

      영원회귀나 위버멘쉬는 그것에 따라나오는, 혹은 힘에의 의지의 연관검색어 같은 것이고요.

      (저는 영원회귀는 가설적인 것이고, 위버멘쉬는 윤리학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힘에의 의지는 처방(애프터 세미나에서 말한 것처럼 제가 아렘샘의 이 단어에 좀 걸려있나봐요.^^)이라기 보다는

      철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문제계의 등장이라고 보고 싶네요. (아! 아렘샘의 처방도 같은 의미인데 오해했나? 싶기도 하네요.^^)

      니체의 탁월함은 비판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설정에 있었던 게 아닌가.. 그게 지금의 제 생각인 것 같아요.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텍스트 두어번 읽는 것으로는 뭔가 아닌 듯하여 짜라투스트라와 이사람을 보라의 몇 대목을 읽었어요.

      근데 니체가 '여성'에 대해 쓴 부분은 여전히 힘들어서 잘 못읽겠더라고요.

      특히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에서 '영원한 여성'운운 하는 대목은 하하.. 제겐 인내심이 필요했어요.^^

      니체를 읽을 때는 니체적 의미의 '강자'가 되어야만 그런 대목을 수월하고 명랑하게 읽을 수가 있는듯요.^^

      저 역시 명예남성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려 애쓴 적도 있는지라

      당대의 페미니즘에 대한 니체의 비판이 완전 꽝이다 이런 생각은 들지 않지만.. 읽기 힘든 건 힘든거죠.

      *니체를 처음 읽었을 때 제가 니체에게 가장 놀란 것은 노동운동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었어요.

      자본가와 싸우지 말고 신대륙으로 가라고 하는 대목에서 저는 탄복했거든요.

      계급투쟁이 역사적 필연성일 뿐 아니라 윤리적 당위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지라

      나는 왜 니체가 말한 것 같은 생각을 한번도 못했을까? 그런 기분이 들어서 멍~했고, 니체가 얼마나 멀리 보았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영원한 여성이라니!

      (요즘 김수영전집을 읽고 있는데 김수영시에서 여자는 경멸받아 마땅한 여편네 아니면 마력을 가진 두려운 존재에요.

      김수영을 읽으며 점점 김수영이 좋아지는데 그놈의 여편네만 나오면 그냥 읽고 싶지 않은 느낌하고도 통한다고나 할까?

      니체에게도 여성은 젊은 여자 아니면 늙은 여자 )

      • 2021-05-19 12:31

        '힘에의 의지'는 처방보다는 핵심이자 원리가 아닌가라는 요요샘의 지적은 적절한 지적이십니다. 다만 이를 형성적 구성적 원리로 이해할 때 니체가 이를 어찌 생각했을지는 좀 묘해보입니다. 니체가 그토록 증오해대던 형이상학의 환원 그것도 단일한 원리로의 환원을 해야하거든요. 정신과 육체, 이데아와 모상으로 나누고, 물자체와 현상으로 나누고 이런 단일 문장으로 세상을 환원하는 것인데, 이거 니체가 죽기보다 싫어했던 건데... 뭐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텍스트 곳곳에 이 세상은 니체가 보기에 힘에의 의지가 아주 저열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모든 가치들이 데카당입니다. 이런 비판들을 통해 요요샘 말씀대로 새로운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가능하겠지요. 그리고 니체는 텍스트 곳곳에 '힘에의 의지'가 지금과는 달리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게 좋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을 내 놓습니다. 어떤 주의나 사상으로 내 놓는 것이 아니라 니체가 날 선 언어를 동원해 격정적으로 토로해 내는 비판의 단어와 긍정의 단어들을 나열해보면... 그러니까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의미에서 형성의 원리로 이해되는  '힘에의 의지'가 실행/실천의 의미로 해석을 하게 될때 어떤 모습일지가 가늠이 되기도 합니다. 그 모습들이 아주 폭력적으로 해석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는게 제 의견이기도 하구요. 

         

        극단은 격정에 살기 좋아하고 그래서 공포스럽기도 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 2021-05-19 12:37

      호수샘....참고서를 부지런히 뒤지는 샘의 정성이면 충분하지만, 아무래도 분노와 동요를 느끼시기도 하셨다니, 멤버를 정해서 같이 읽기를 추천합니다. 한 두권은 더 읽고 넘어가는게 의미가 있을 것도 같습니다만....니체 말고도 읽을 텍스트는 천지에 널려 있기도 합니다. ㅎㅎㅎ

  • 2021-05-19 11:49

    저는 항상 니체의 '존재론'(이라는 게 있다면)이 어떤 의미에서는 불교적이고, 또 어떤 의미에서는 물리학 같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영원회귀'를 생각하면 '낱알 하나 속의 우주'와 '에너지 보존 법칙'이 동시에 떠오른달까요. ㅎㅎㅎ 그리고, '위버멘쉬'는 그런 우주적 원리를 '깨달은 자'이고요. 이걸 전통적인 서양철학의 분과로 포획하면 '존재론'과 '윤리학'이 될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형이상학'과 '도덕'이 그렇게 해체되는 듯 싶고요. 그때 '권력의지'가 문제가 될 텐데, 호수샘 말씀대로 앞의 두가지만 있으면 개체발생의 원리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후기에 가서 무언가 '종합적 원리'로 착상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렇게 보면 니체를 다시 '형이상학'으로 만드는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저희는 '도식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서양철학사' 세미나 팀이니까 무릅써 봅니다. ^^

    여기까지는 제가 좋아하는 니체고요....

     

    저는 여전히 원전을 펼쳐 읽노라면, 내가 뭔가를 참고 견디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으으.... 사실 저는 <짜라투스트라>의 독수리, 뱀, 사자 막 그런 비유도 영 감성에 안 맞아서....

    • 2021-05-19 12:38

      샘...그럴때는 저는 이런 처방을 씁니다. 아이고..그런가 보다.... 저는 그냥 <짜라~> 를 니체가 하던 얘기를 성서 패러디의 형식으로 버무려 낸거라고 퉁치고 넘어갔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756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2주차 질문들 (13)
정군 | 2023.08.02 | 조회 343
정군 2023.08.02 343
755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1주차 후기_도의적 책임이란? (9)
호수 | 2023.07.29 | 조회 471
호수 2023.07.29 471
754
[2023철학학교시즌3] 스피노자 읽기 1주차 질문들 (13)
정군 | 2023.07.26 | 조회 553
정군 2023.07.26 553
753
'스피노자 vs 스토아학파'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 (4)
세븐 | 2023.07.25 | 조회 356
세븐 2023.07.25 356
752
2023 철학학교 시즌3 [스피노자 읽기]2가 시작됩니다! (2)
정군 | 2023.07.10 | 조회 1354
정군 2023.07.10 1354
751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9주차 후기 (8)
김재선 | 2023.07.09 | 조회 468
김재선 2023.07.09 468
750
<윤리학>에서 '정신'과 '마음'의 차이 (3)
세븐 | 2023.07.07 | 조회 333
세븐 2023.07.07 333
749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9주차 질문들 (12)
정군 | 2023.07.05 | 조회 397
정군 2023.07.05 397
748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8주차 후기 (8)
정중동 | 2023.07.04 | 조회 304
정중동 2023.07.04 304
747
스피노자의 이뤄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 (7)
세븐 | 2023.07.01 | 조회 408
세븐 2023.07.01 408
746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8주차 질문들 (12)
정군 | 2023.06.28 | 조회 328
정군 2023.06.28 328
745
[2023철학학교시즌2] 스피노자 읽기 7주차 후기 (8)
진달래 | 2023.06.27 | 조회 360
진달래 2023.06.27 36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