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예술> 봄학기 6회차 후기: 우리 모두 "감사합니다!"

고은
2021-04-19 19:45
311

 

  어느덧 봄학기의 마지막 시간이 되었습니다. 친구들 이름을 외우느라 진땀 빼던 게 저번 시간 같은데, 어느덧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또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다니요. 수업회차가 적긴 했지만 그래도 한 친구, 한 친구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수업 시간에도 또 비가 내렸습니다. 2021년 봄학기는 비와 함께 하는 수업시간이 되었네요!

 

 

 

 

 

1교시 <한문이 예(禮)술> - 한문은 관계의 기술!

 

 

  저번시간에 배웠던 한문을 복습하기 위해 칠판에 적어두었습니다. 그랬더니 먼저 온 친구들이 앞에 나와서 열심히 한자를 맞춰보고 있더라구요. 특히 아현이와 태현이, 은수가 열심히 칠판에 적었습니다. 처음엔 기억이 날랑말랑 헷갈려하더니 자기들끼리 이건가 저건가 해보고는 거의 다 맞춰놨더라구요. 깜짝 놀랐습니다. 첫 시간에 한자와 한문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던 친구들의 모습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 말이죠..!

 

人之德行 謙讓爲上 인지덕행 겸양위상

사람의 덕행은 겸손하고 양보하는 것이 최고다.
夙興夜寐 勿懶讀書 숙흥야매 물라독서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마라.

 

  저번에 배웠던 한문으로 함께 이야기나눠 볼 주제는 '공부는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였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친구들에게 물어봤어요. 공부가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를요. 결과가 어땠을 것 같으신가요? 놀랍게도 전원 '공부가 필요하다'에 손을 들었답니다.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궁금해지더라구요. '친구들은 공부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옛날 사람들은 공부를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저번시간엔 이전에 배웠던 문장들을 복습하느라 다른 때보다 적은 수의 문장을 공부했습니다. 첫번째 문장은 겸손하고 양보하는 것이 최고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공부가 책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공부는 필요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반대로 겸손하고 양보하는 것 자체를 공부라고 이해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두번째 문장에서는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이 역시 책 읽는 공부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친구들은 글을 쓰며 자신의 생각을 밝혀보았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에 친구들 두셋의 의견이 살짝 바뀌었더라구요. 필요하기도 하고 필요하지 않기도 하다고 이야기 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공부가 필요하다고 한 친구들 중 윤재는 공부가 얼마나 실용적인 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공부를 해야 나중에 대학에 가고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시간을 공부하고 나서야 학교 수업시간이 언제 끝나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찬결이는 세상 모든 것이 공부임을 이야기하며, 티비를 보면서도 배울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공부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선우와 태현이가 했습니다. 떄에 따라 공부는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공부는 필요하지만 부모님이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낼 때는 자신에게 공부가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공부하기 싫어!'와 '혼나는 상황에서는 공부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인듯 합니다. 참으로 정확한 자기 이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시간에는 친구들에게 글쓰는 가이드를 제시해보았습니다. (1) 공부가 무엇인지를 쓰고, (2) 자신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적으라고 말이죠. 가이드 덕분인지 앞서 써보았던 경험 덕분인지, 다들 수월하게 써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참 기뻤답니다.

 

 

 

 

 

2교시 <한문이 예(藝)술> - 한문을 예술로!

 

 

  2교시에는 지난 수업시간을 복습했습니다. 지난 수업시간에 배웠던 한자는 기운에 관련된 한자였습니다.

 

氣, 气

기운 기, 기운 기

 

  우리가 일상에서 익숙하게 쓰는 기운이라는 개념을 서양에서는 설명하기 참 어려워한다고 하더라구요. 번역할 때 무지 애를 먹는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동양적인 이 개념을 동은 선생님은 조금 더 확장시켜보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언어로 다 포착되지 않는 영역이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친구들은 자신들의 삶에서 어떻게 기운을 느낄까, 함께 4컷 혹은 6컷 만화로 그려보았어요. 이번 시간에는 둘셋씩 짝을 기어서 만화를 연극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금 더 공간을 넓게 쓰기 위해서 인원을 나누어서 두 방에서 연극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제가 있었던 방에는 최고의 모범생들인 나연이와 서정이가 한 팀을 이루었구요, 또 최고의 장난꾸리기들인 찬결이와 원진이가 한 팀을 이루었습니다. 친구들은 자신들이 그린 만화 중 하나를 선택해서, 연극에서 사용할 소품을 신문지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주어진 재료는 신문지와 각자 가져온 테이프, 그리고 가위 뿐이었답니다.

  나연이와 서정이는 나무와 애벌레를 신문지로 만들었는데, 재미있게도 한명은 초록색 테이프를 한명은 갈색 종이테이프를 가져왔습니다. 신문지를 돌돌 뭉쳐서 나뭇잎과 나무, 애벌레를 표현했어요. 거기에 테이프로 감으니 정말 그럴싸했습니다. 반면 찬결이와 원진이는 메뉴판과 캐릭터를 드러내주는 숫자 지시표를 만들었어요. 이 둘은 나연 서정이와는 다르게 신문지를 오리고 접어서 소품을 만들었습니다. 테이프는 투명한 것으로 고정하는 용으로만 하용하고, 펜을 사용해서 메뉴판에 메뉴를 적어보았어요.

 

  다같이 모여서 친구들의 연극을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4컷, 6컷이다보니 긴 연극이 되지는 않았어요. 친구들은 10을 준비하면 연극은 1을 발표하는 것인 것 같다는 멋진 말을 남기기도 했답니다. 대신 컷 만화를 연극으로 만들다보니, 대사는 거의 없이 마임이 주된 표현 수단이 되었습니다. 또 컷을 표현하려다보니 중간중간 약간 끊기는 느낌이 들어서 저는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는 다함께 둥글게 마주보고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친구들로부터 저희가 받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저희로부터 또 친구들이 친구들로부터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수업 자체가 훨씬 빡빡해졌는데, 그 내용을 친구들이 흡수하고 함께 놀 수 있었던 건 친구들이 서로 주고받은 이야기 덕분인 것 같아요. 저희는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또 배우고 다음 수업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동은쌤과 저는 다음 여름학기 수업을 열심히 준비한 뒤에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_^

 

> 여름학기는 5월 15일에 시작됩니다. 봄학기에 비해 수업시수가 1회차 증가하였습니다. 함께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다음 학기의 주제는 '감각의 재구성'입니다. (클릭)

 

 

 

댓글 2
  • 2021-04-20 09:25

    이 딱딱한 머리로는 상상이 안 되었던, 한문과 예술이 만나 또 하나의 훌륭한 수업이 탄생했군요.

    은샘들, 항상 응원합니다!!

  • 2021-04-20 16:44

    와 ~ 아이들이 장말 몸으로 생생하게 수업을 즐겼을 것 같아요!! 정성스런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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