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후기 ; 비(否)괘와 동인(同人)괘

담쟁이
2021-04-14 22:53
296

1.천지비괘(天地否卦)

천지비괘는 불통의 괘이다. 괘의 모양이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어 언뜻 보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주역에서는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막혀있는 상태로 본다. 이유인즉 하늘의 기운은 양이어서 위로만 올라가려 하고 땅의 기운은 음이라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서로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괘사: 비는 인간의 길이 아니다. 군자가 바르게 지키는 것이 이롭지 않으니 큰 것은 가고 작은 것이 온다.

초육효: 띠풀의 엉켜있는 뿌리를 뽑는 것이니 동류들과 무리 지어 바르게 지키면 길하여 형통하다.

육이효: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 윗사람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다. 소인의 경우에는 길하고 대인의 경우에는 막힌 것이니 형통하다.

육삼효: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 부끄럽다.

구사효: 군주의 명이 있어 행하면 허물이 없으니 동류가 복을 누린다.

구오효: 막힌 것을 그치게 하니 대인의 길함이다. 나라가 망할까, 망할까 염려하여 뽕나무에 칭칭 동여매고 묶어 놓듯이 하는 것이다.

상구효: 막힌 것이 기울어짐이니 우선은 막히고 나중에는 기쁘리라.

비괘는 시작부터 불통의 시대로 소인들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군자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섣불리 앞서 나가거나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말고 조용히 때가 오기를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비도덕적인 소인배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타협하지 않고 군자의 도를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비괘에서는 띠풀의 비유를 들어 동류들과 함께 무리 지어 해야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함께 자리를 지키고 기다리면 소인의 덕이 극에 달하여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지경이 되어도 결국에는 막힌 것이 뚫리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놓쳐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막힌 세상이 뚫리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여도 항상 위기에 대한 경계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괘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불통의 모습으로 무겁게 시작했지만 기쁨의 시그널로 끝을 맺는다.

 

  1. 천화동인괘(天火同人卦)

하늘이 위에 있고 불이 아래에 있는 모양으로 하늘과 불은 모두 위로 올라가는 기운이라 서로 뜻하는 바가 같다.

‘동인’은 ‘뜻을 같이하다’. ‘동지를 구하여 함께 하다.’ 는 뜻으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을 나타낸다.

괘사: 동인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넓은 들판에서 하면 형통하니, 큰 강을 건너는 것이 이롭고 군자가 올바르게 행하는 것이 이롭다.

초구효: 문을 나가서 사람들과 함께하니, 허물이 없다.

육이효: 자기 집안에서만 사람들과 함께하니 부끄럽다.

육삼효: 병사를 수풀에 감추어 두고 높은 언덕에 올라가서 엿보지만 3년 동안 일으키지 못한다.

구사효: 담장에 올라가지만 공격하지 못하니 길하다.

구오효: 사람들과 함께하는데 먼저 울부짖다가 나중에 웃으니, 큰 군사로 이겨야 서로 만나게 된다.

상구효: 교외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니 후회할 일이 없다.

동인괘는 공적인 공간에서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는 함께함이다. 여기서 중요한 괘는 유일한 음인 육이효이다. 함께함에 있어 서로 친한 사람들끼리만 하면 부끄러운 것이라고 하고 육이와 정응인 구오효에서 그 의미는 분명해진다. 구오효는 끊임없이 방해하며 공격의 기회를 엿보는 이들까지 함께 함으로써 힘들지만 결국은 웃을 수 있는 결과에 이르게 한다.

 

나는 일을 하고 있어 항상 세미나 시간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허겁지겁 줌을 켜고 컴 앞에 앉으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평안해진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문탁 세미나에서 이런 감정을 느껴보기도 또 처음이라 무척 당황스럽지만 한편으로 주역의 세계에 점점 빠져드는 내가 신기하기도 하다. 이번 비괘와 동인괘는 마치 누군가 내 상황을 알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세미나에 더욱 몰입되었다. 작년에 심하게 마음앓이를 한 터라 비괘의 불통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고 가슴이 답답했는데 주역은 그 해답을 참으로 명쾌하게 일러준다. 참고 기다리며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 불통의 시간들은 힘들지만 사람들과 함께 할 때만이 소통의 시간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것만이 결국은 내가 기쁘게 웃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온 천지가 봄기운으로 충만하다. 자, 이제 문을 활짝 열고 그대들과 함께 넓은 들로 나가 보련다....

 

댓글 3
  • 2021-04-15 21:43

    뭔가 긍정의 기운이 활발발한 것 같아서 다행이고 좋네요^^

    앞으로도 주역 파고 또 파고 해보아요~~

  • 2021-04-15 22:46

    천지비 다음에 천화동인 이라니ᆢ 주역은 어떤 괘 다음에 어떤 괘가 이어서 오는지  살펴보는것도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 2021-04-23 13:26

    담쟁이샘이 주역세미나에서 느끼는 것들에 저도 감사하네요

    주역의 매력에 함께 빠져가는 이 시간이 또 감사하고요

    막혔지만 기쁨의 시그널로 맺고 막힌 것이 풀려 새로운 세상이 도래해도 경계심을 가지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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