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영화인문학시즌2 - 4주차 후기> 영화보고 화가 나다니!

수수
2020-07-07 00:57
346

퇴근길 영화인문학 시즌2 네번째 시간 후기입니다.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으나 며칠이 지나버려 김빠진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영화 이해의 길잡이> 6장 '영화의 장르분석'과, 7장 '영화 연기'에 대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연기' 편에 제시된 '터치'를 같이 감상하였습니다. (참석자는 청량리님, 띠우님, 재하님, 토토로님, 지용님, 저, 그리고 또 한분이 계셨는데 누구신지를 모르겠네요)

 

책에 대한 이야기는 짧게 나누었습니다.

영화의 장르에 대한 분류가 요즘 시대에 유효한가라는 질문에서 비롯해 이 책이 조금은 오래된 기준으로 영화를 분석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관객이 제시되는 영화들에 친숙하게 이끌려 가는 수동성을 가진다는 것에도 의문을 품었습니다. 영화 장르와 대중의 흐름, 사회의 관계가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 정도를 공감한 듯 합니다. 저는 장르영화의 구조와 신화를 비교한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개인의 꿈을 집단의 꿈으로 바꾸어 실현시키는 점, 제의적 행위, 반복성 등에서 둘의 공통적 특성을 찾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영화 연기 부분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배우들의 이름이 마구 나왔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배우를 말하기도 하고, 누가 성격배우고 스타배우인가 나누어 보기도 하면서 전혀 학구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이 책의 저자는 무언가를 나누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고 말해 모두들 격하게 공감하였습니다. '미장센 감독'과 '몽타주 감독', '성격배우'와 '스타배우', '내면적 연기'와 '외면적 연기' 등. 모든 것을 너무 도식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제작비와 작품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문제 의식을 이야기했습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면 당연히 흥행을 해야 하고 결국 좋은 영화를 만들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좋은 영화를 무엇이라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 요즘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감독과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 둘을 꼭 따로 볼 필요는 없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제작비에서 자유롭기 위해 감독이 직접 제작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기도 하고, 저예산으로도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책 이야기를 짧게 하려했는데 길어졌네요. 그날 본 영화는 민병훈 감독의 <터치(2012)>였습니다. 주연은 김지영, 유준상이고 지금까지 보았던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데 마치 '성토대회' 같았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가 왜 우수한지 모르겠다, 김지영의 복장은 감독의 의도가 있는 것인가, 2012년 영화에 이렇게 유치한 장면들이 섞여 있어도 되는가, 온갖 사회적 문제를 모두 풀어 놓고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듯하다, 사건들이 너무 파편화되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사슴이 등장하는 건 너무 작위적이다(심지어 사슴인지 고라니인지로 잠시 논쟁), 과연 용서와 깨달음은 어디에서 왔던 것인가, 한심한 남성과 과잉된 여성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힘들었다 등등. 한참이나 신랄한 비판을 하다가, 그래도 이야기거리가 많아서 재미있었다는 엉뚱한 위로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를 두 번 본 토토로님은 처음 봤을때보다 좋았다고 하셨고, 청량리님은 민병훈 감독이 '벌이 날다'라는 영화를 만들었을 때는 굉장한 찬사를 받았던 감독이라는 배경 설명과 영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깊은 이해가 담긴 평을 발표해 주셨습니다. 

여하튼 영화로 인해 이야기는 활발했고, 조금은 더 서로 친해져서 좋았습니다. (이 영화 관계자가 글을 읽을 일은 없겠지요...)

벌써 월요일이네요. 후기를 미루다가 이제서야 졸린 눈 비비며 씁니다. 목요일에 만나요^^

댓글 4
  • 2020-07-07 07:5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급, <터치>가 땡깁니다. 수수님 덕분에^^

  • 2020-07-07 10:04

    영화가 끝나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 동안
    여러 가지 감정들이 담긴 침묵이 파지에서 물결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준상의 영화를 찾아보지는 않는데 조~금은 다른 모습이긴 했어요.
    영화는 현실의 불편함이 차곡차곡 쌓여가더니만 납득할 수 없는 형식의 결말?
    감수성에 있어서 한국 영화다보니 서로가 할 말이 많았던 것도 같아요.
    그렇지만 수수님, 화나신 줄은 몰랐네요ㅋㅋ
    영화인문학 시간에 화를 자주 내셔도 좋을 듯ㅋㅋㅋㅋ 간식과 후기 감사해요~
    (그리고 이날 우연히 함께 영화를 보신 분은 봄날님이이에요^^)

  • 2020-07-07 13:52

    어찌된 일인지 영화보다 수수님 후기가 더 재밌네요ㅎㅎㅎ
    <터치>의 의문의 1패!^^;;;

  • 2020-07-12 08:42

    영화 이해의 길잡이 책 내용을 소개해 주신 부분도 좋은데요?
    그날의 분위기도 다시 생각나고, 내용도 임팩트있게 정리해 주시고~
    제가 볼 땐, 수수님도 씨네필 기질이 있으신 듯 합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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