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181호 밀린 후기

곰곰
2021-11-30 13:22
245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 ‘비욘드 미트Beyond meat’. 직관적 이름의 이 기업들은 고기 대신 식물성 패티를 만들어 낸다. 그 맛과 모습이 일반 햄버거와 똑같아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육식주의자)들에게도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포부다. 임파서블푸드는, 그들의 ‘식물성’ 가짜 버거를 ‘가장 안전하고 환경적으로 책임있는 방법’으로 만든 ‘건강한’ 식품으로 선전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식품 제국주의에 맞서서>의 필자 반다나 시바는 식물성 식품(일명 콩고기)을 가짜 식품, 가짜 고기라 부르며 이것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농부가 없는 농토, 가짜 농사.

오늘날 미국의 시골 풍경 속에는 사실상 사람이 없다. 오로지 옥수수와 콩 생산에만 할애되고 있는 비교적 평평한 미국 중서부의 광막한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의 숫자는 역사상 가장 적다고 한다. 옥수수와 콩 밖에 없는 황무지 사이로 몇 시간씩 차를 타고 나아가도 도로 너머로는 단 한 명의 사람도, 옥수수와 콩 이외에는 다른 어떤 식물도 목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시 어디서든 농장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더라도, 그는 커다란 트랙터 안의 냉난방이 되는 운전석에 앉아 있을 것이고, 인간 생물과 토양 생물 사이의 관계는 기계에 의해 완전하게 가로막혀 있을 것이다. 이제는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니지만, ‘들일’ 가운데 일부는 현재 비행기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농부에게 작물의 상태는 여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이고 또 보살핌을 받고 있다. 그러나 땅의 상태에 대해서는 더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작물의 다양성이라는 것을 1-2품종으로 축소시켜 놓은 산업농법 기술은 식품생산 과정에 있어서 인간의 참여를 끝없이 무에 가깝게 줄여가고 있다. ‘노동절감’이라는 모든 것을 압도해버리는 원칙 아래에서, 자신이 일하는 장소에 대한 노동자의 관심은 사실상 무가치하게 되어버렸고, 이제 노동자는 심지어 일터에 있을 때조차 그 장소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는 농부들의 ‘농사’라는 것은 과거와 같이 땅을 가꾸고 알뜰히 보살피는 복잡한 예술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돈을 주고 구입한 것들을 포장지에 적혀있는 대로 투입하고 또 기계장비를 매뉴얼에 따라서 사용하는 일로 전락해 버렸다. 

 

더욱이 이제는 새로운 차원의 가짜 농사로 가고 있다. 몬산토(전세계 종자 시장 1위 다국적 기업)는 세계 최대 기후 데이터 기업(‘클라이밋코퍼레이션’)과 토양 데이터기업(‘솔럼’)을 매입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디지털 농업, 농부 없는 농사를 꿈꾼다. 농업은 갈수록 더 로봇과 기계에 의한 것이 되어가고, 살아있는 지능과 지구의 본질적 관대함으로부터는 멀어진다.

 

어떤 장소가 번성하고 있다는 표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그곳에서 자라는 농작물과 가축뿐만 아니라 그 장소에서 살아가는 토착 생물들(토양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를 포함해서)이 모두 건강하고 종의 다양성을 갖고 있는 것일테다. 토양은 살아있다. 자연의 흙 1m3에는 작은 지렁이 5천 마리, 곤충과 진드기 5만 마리, 회충 1,200만 마리가 산다. 이러한 생물 다양성이 토양의 비옥함을 유지하고 갱신하며 농업을 지탱한다. 그러나 산업농법은 장소의 고유성을 구별하지 않는다. 오직 돈벌이와 지배력만 중요한 몬산토의 눈에 생물 다양성은 골칫거리일 뿐이다. 수익을 내려면 단작이 기본이고 생물 다양성은 가장 독성이 강한 제초제로 박멸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기 위해 글리포세이트(제초제의 주성분이자 발암물질)에 내성을 갖도록 농작물의 유전자를 조작하고, GMO만 살아남게 하고, 나머지 식물은 모두 고사시킨다. 이런 식으로 몬산토는 식물과 토양을 몰살시키고 수많은 농부들의 생계를 빼앗는다.  

 

다시 가짜 고기.

식물성 패티의 원재료인 GMO 대두는 가짜 농사로 재배된다. 라운드업(제조체)을 살포하여 단작재배 되므로 결코 ‘안전한’ 먹거리일 수 없다. 식품 속에 남아있는 제초제 잔류물은 우리 장 속 박테리아의 시킴산 경로를 붕괴시킨다. 그리고 GMO는 의도적으로 특정 유전자를 변형한 생물이다. GMO가 처음 등장한 1994년 이후 콩, 옥수수, 토마토 등 수많은 GMO작물들이 개발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질의 생물이 인간과 자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를 확인하기까지에는 오랜 세월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그동안 많은 GMO의 위해성이 보고되었고 여전히 논란 속에 있다. (프랑스 캉대학의 세랄리니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2년동안 실험실 성숙한 쥐에게 라운드업레디 옥수수를 먹인 결과 GMO를 먹고 자란 쥐는 그렇지 않은 대조군보다 더 빨리 죽고, 종양이 더 많이 생기고, 간, 신장, 뇌하수체 등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내분비 교란이 일어나서 생기는 질환들이었다. GMO옥수수 자체의 변형된 유전자만으로도 질병을 일으킨다는 결과도 있었다)

 

필자는 우리 앞에 두 갈래의 길이 있다고 말한다. 다양성, 되돌림의 법칙, 자연이 준 선물을 나누어 쓴다는 것을 원리로 하는, 자연이 놓아준 생명의 길을 따르는 방식. 그리고 이를 거스르며 단작과 균일성을 강조하며 땅에서 받은 만큼 되돌리지 않고 자연과 농민을 착취하며 생태 지속성과 사회적 정의를 무너뜨리는, 화석연료와 독을 기초로 하는 죽음의 길. 답은 정해졌다. 지구와 인간의 보살핌을 기반으로 하는 진짜 농사를 통해 진짜 식품을 생산하고 그로부터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의식을 식품 제국주의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덧. 우리 세미나는 녹평 휴간의 시간 동안 어떤 공부를 할 것인가에 대해 여전히 논의 중이다. 지난번 세미나에서는 <바람과 달> <내셔날 지오그래픽> <작은 것이 아름답다> <물결> 등의 생태잡지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등 다양한 텍스트를 읽어보며 두 달 정도 탐색의 시간을 가지자는 얘기를 나눴다. 

댓글 3
  • 2021-11-30 15:33

    오홋! 밀린 후기 덕분에 다시 복습! 좋은데요.

    게다가 정리를 아주아주 잘 해주셨네요. 귀한 정리 감사합니다!(내용은 암담하지만ㅜㅜ)

  • 2021-11-30 23:10

    곰곰샘의 후기는 늘 꼼꼼합니다~~광활한 땅위의 옥수수와 콩 재배는 너무 삭막하네요.

    진짜농사를 통한 진짜식품생산,기본임에도 기본을 지켜나가기 어려운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  마음은 더 무거워지네요.

  • 2021-12-02 16:17

    녹색평론에서 식품에 대해 미처알지 못했던 (슬픈) 사실들을 공부한 후 먹거리 하나를 구매하는 소비자인 저에게도 적지않은 책임감이 있다는걸 느꼈어요. 자세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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