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평 180호 두 번째 시간 - 기후위기의 시대, 인식론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누리
2021-10-07 08:44
214

 

기후위기의 시대, 인식론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시간에 이어 기후위기와 관련된 글 한 꼭지와 교육 관련 글들을 읽었다.

교육파트는 제목들이 좋아서 한껏 기대했으나 실망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문명대전환을 위한 교육혁명, 학교 없는 대안교육, 컴퓨터 희극적이고 위험스러운 교육도구, 대학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대항문화.

제목만으로는 시의성이 충분한 듯 했지만 스마트폰 나오기전의 컴퓨터 글 등은 어떤 영감을 주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다.

길게 토론할 것은 없었지만 요즘 학부형인 토토로나 곰곰 등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었다.

코로나 시대에 ‘학교-정지’라는 비상한 사태를 통해 학교-형식이 의문에 붙여지지 않겠냐고 하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학부모들은 교육서비스 특히 밥서비스를 절실하게 원한다고 한다.

그리고 교육과정이 온라인에 의존하다보니 그동안 훌륭하게 방어벽을 처왔던게 일순간에 무너져내렸다고도 한다. “유튜브를 컴퓨터로도 볼 수 있는거였어?”한다고..ㅋㅋ

하루종일 합법적으로 컴퓨터와 폰을 끼고 살게 된 아이들은 분명 앞으로 우리를 당황스럽게 할 것이다. 그건 책을 읽지 않는다거나 문장해석력이 떨어진다는 그런 차원을 넘어설 것 같다.

대안학교와 관련해서는 한동안 입시의 상종가를 치던 혁신학교가 이제는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유는? 물론 학력저하라고 한다. 입시문제였다. 코로나보다 훨씬 질긴 문제 아닌가?

그런데 정말 85% 이상이 가는 대학인데, 안가는게 희소성이 있는거 아닌가?했더니 더 강력한 희소성이 있어서 안된단다. 스카이. 쩝

 

이야기의 절반 이상은 요네야마 쇼코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포스트모던 애니미즘>에 할애되었다. 내가 발제였는데, 무척 흥미로워하는 내용이라 친구들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다.

요네야마의 글에서 흥미를 끄는 것을 세가지 정도로 정리해보면 이러하다.

먼저 서두에 <대혼란의 시대>를 저술한 아미타브 고시의 힐문을 가져온다.

기후변화라는 의제를 과학의 테두리 밖에서 제대로 다루어지는걸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문학과 사회학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이는 상상력이 고갈된 것이다. 상상의 위기는 사실 사유의 위기이고 담론의 위기이다.

코로나를 백신으로 성공적으로 잡는다해도 상상의 위기를 해결하지 않는 한 기후위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즉 기후위기의 상당 부분은 근대적 인식-실천론에 책임이 있으며 그것을 남겨두고서야 어떻게 위기를 넘기려고 하느냐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근대적 인식론이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바로 자연과 영성에 관한 인식론을 불모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연을 인간활동의 대상으로 만들고 인간 주변의 환경으로 만든 인간중심주의, 여기까지는 익히 생각해오던 부분이다.

요네야마는 한 발 더 나아가 영성도 인간중심화하였음을, 그 결과 인간의 영성도 불완전하게 만들었음을 말한다. 그래서 애니미즘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근대에 애니미즘은 미신으로, 저차원의 인식으로 전락시켰다. 자연의 영성에 대해 말하면 비과학적인 사유에 코웃음을 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자연 속으로 되돌아가게 하려면 영성 또한 복원시켜야 할 것이다. 나는 언제나 이 부분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막혔었는데 요네야마는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 손을 놓지 않았던 애니메이션 영화 연출자인 미야자키 하야오와 신카이 마코토를 소개한다.

이 둘의 메시지 중에서 가장 핵심을 젊은이들에게 “살아라”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는 점도 흥미로왔다.

재난의 시대, 이 시대 자체가 젊은이들에게는 재난의 시대라 한다. 그럼에도 살라고, 죽지 말라고 말하는데, 왜냐하면 자연의 영성은 생명 자체이기 때문이다.

자연이 그냥 생명으로 채워지듯이 사람의 삶 또한 생명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생명은 결코 혼자서는 재난을 헤쳐나가지 못하는 뭇생명들의 유대로 이루어진 그런 생명이다.

신카이 영화 ‘날씨의 아이’를 예시로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그 영화를 보았던 친구들은 요네야마 쇼코처럼 전혀 보지 않았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댓글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04
2023 인문약방 신규 프로그램(돌봄, 양생, 나이듦, 글쓰기)과 새로운 홈피 안내
관리자 | 2023.01.02 | 조회 382
관리자 2023.01.02 382
203
[인류학세미나] <해러웨이선언문>> 첫번째 시간 후기 (4)
뚜버기 | 2023.01.01 | 조회 365
뚜버기 2023.01.01 365
202
[천개의 고원] 8장 후기
뚜버기 | 2022.12.19 | 조회 255
뚜버기 2022.12.19 255
201
<천의 고원> 7장-얼굴성 첫번째 후기
| 2022.11.03 | 조회 219
2022.11.03 219
200
[천의고원} 5장 두번째 후기 (2)
관리쟈 | 2022.10.23 | 조회 292
관리쟈 2022.10.23 292
199
<자누리주역강의 10월> 역사-사건 속의 주역
관리쟈 | 2022.10.07 | 조회 258
관리쟈 2022.10.07 258
198
<자누리 주역강의 9월> 계절과 신체 후기 (1)
담쟁이 | 2022.10.02 | 조회 284
담쟁이 2022.10.02 284
197
<천 개의 고원> 5장 첫번째 시간 후기
블랙커피 | 2022.09.25 | 조회 260
블랙커피 2022.09.25 260
196
<천개의 고원> 4장 네번째 시간 후기
| 2022.09.19 | 조회 218
2022.09.19 218
195
<자누리주역강의 9월 > 계절과 신체 (1)
관리쟈 | 2022.09.02 | 조회 353
관리쟈 2022.09.02 353
194
[자누리주역강의 8월] 주역의 숨고(숨은 고수) 되기 후기! (3)
경덕 | 2022.08.29 | 조회 192
경덕 2022.08.29 192
193
<천개의 고원> 4장 세번째 시간 후기
뚜버기 | 2022.08.25 | 조회 167
뚜버기 2022.08.25 167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