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세미나 2회차 후기

초희
2021-08-02 17:13
314

 

두번째 세미나에서 <동의보감> 읽은 부분: 3장_정,기,신 / 4장 태극&무극 / 6장 혈&몽 (혈액과 꿈)

 

줌세미나 중에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정精, 기氣, 신神 이었다. 나는 이 새로운 개념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둥글레쌤이 말했듯, 기氣를 과학에서 말하는 에너지와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칼로리는 정精이고? (대충~)
세미나가 끝나고, 자연현상에 대해 생각하던 중 (이 따뜻한 공기는 어떻게 차가워지는 걸까? 궁금해하며 공기의 여행을 떠올리던 중었다.) 문득 ‘아 이걸 기氣라고 부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어떤 힘에 의해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따뜻한 공기는 여행을 하면서 추운곳에 가면 차가워질 것이다.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이동할 뿐이다. 에너지를 기라는 단어로 바꾸어도 말이 될것 같은데? 태양에너지를 먹고 자란 에너지를 가진 식물을 사람이 먹어서 소화시키면 몸의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 이전만큼 기가 낮썰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과학은 이렇게 설명하고, 동의보감은 저렇게 설명하는 것일까?

 

아직 이해가지 않는 것이 많지만 세미나에서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동의보감에 적혀있기를, 정精은 몸 전체에 존재하며 골수와 뼈도 정이다. 또 정을 기르는데는 효과적인 방법은 운동, 특히 하체를 튼튼하게 하는 운동이다…고 나온다. 이걸 읽을 때는 이게 다 무슨 연관인가 싶었지만, 세미나에서 그믐쌤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셨다. 몇 년전 골다골증이 있었으나 빨리 걷기(하체운동)를 꾸준히 함으로서 병세가 나아졌다 것이다. (!)

 

책에서 예시를 들어주지 않아서 궁금했던 감정의 기화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음식을 먹으면 기화되어야 에너지로 사용할수 있듯 감정도 기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감정이 기화되지 못하고 몸 안에 쌓이거나, 지나친 촉매작용을 일으키면 칠기(=칠정)이라고 부른다. (7가지-희노우사비경공) 이때 ‘감정을 해체’해야 한다. 이게 어떤걸 말하는 걸까? 공통적으로 다들 입을 모아 어떤 감정을 놓지 못하고 끌고가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쁨은 최대한 지속 되기를 바라고, 걱정은 자꾸자꾸 생각나고, 때로 슬픔도 놓아버리기가 힘들다. 감정을 오래가지고 있으면 기가 막히게 되니 풀어내야 한다. 감정이 과해지지 않도록 절제해야하는 것이라면, 그러면 감정의 폭발은 나쁜 것인가? 감정이 폭발하더라도 (크게 울거나, 웃는것.) 방향을 트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괜찮은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예를 들면 이전까지 울지 못하던 사람이 울음을 터트리는 것.) 동의보감에서는 우울한 아주머니가 재밌는 광대들을 보고는 크게 웃고나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해준다.

 

 

제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다들 동의보감을 재미있게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가며) 읽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조금 당황스러워하며 읽고 있었다. 정, 기, 신 개념은 낮썰었고 그것들이 움직이는 방식은 이상해보였다. (내 고민을 들은 사람들이, “그지?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지?^^”) 책 내용이 이해가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동의보감을 수~상한것으로 바라보는 나의 태도 때문에도 동의보감을 읽으면서 나의 이야기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같이 동의보감을 읽는 세미나원들의 메모/후기에서는 자신의 질병, 인간관계, 감정을 읽을 수 있다.

세미나가 끝난 뒤에 생각해 보았는데, 나는 변화를 너무 두려워했던것 같다. 이런 수~상한 공부를 하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 걸까?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그 답을 찾으려는 중에도 이런 걸 걱정하고 있다. 내게는 동의보감 공부가 이런 걱정이 조금 내려놓는 계기가 되었다. 조금.

댓글 4
  • 2021-08-02 20:04

    오! 너무 솔직한 후기다. 걱정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자~ 정을 북돋우고 기와 혈을 북돋아야 하지 않을까? 그럼 신도 북돋아지겠지! 우선, 잘 먹고 걸어보자~

  • 2021-08-03 08:10

    첫 두 줄 읽고 혼자 깔깔깔.......

    근데 精이 칼로리는 아닐껄? ㅎㅎㅎㅎ

  • 2021-08-04 22:10

    제가 말한 건

    에너지와 칼로리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데 왜 에너지와 칼로리 라는 개념은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정, 기, 신 개념엔 의심을 던지는 걸까?

    이 개념들은 각각의 분야에서는 나름 과학인데 말이죠. ㅎ

     

    변화라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오히려 변화하지 못함을 두려워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네요.

    정기신 챕터 내내 산다는 건 ‘변화’라고, 그러니 변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같아요~

     

  • 2021-08-06 15:40

    저는 감정의 기화 부분이 새삼 와 닿았습니다~~

    특히^^ 현민님이 책을 읽으면 책대로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괴롭다는 말이 너무나 공감되었죠^^

    딱 제 수준이라 ㅋㅋㅋ 그래서 저는 나가서 걷는다고 말하면서.... 둥글레님의 설명처럼... 이것이 기화겠구나 싶었거든요^^

    초희님과 공부하는 시간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재밌는 시간~

    쭉 같이 공부합시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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