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프로젝트-동의보감 2차시 후기

코투
2021-07-29 13:22
315

기쁨의 상황에서도 무위(, 허무)를 생각하라니... ㅠㅠ

  

나는 아직 존재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의식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희열bliss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다. 그것은 온전하게 현재에 존재하는 느낌,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해야하는 어떤 것을 하고 있을 때의 느낌이다. 이러한 느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이미 초월성의 언저리에 있는 것이다. 무일푼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조지프 캠벨, 블리스로 가는 길)

 

조지프 캠벨은, 가장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신의 내적 기쁨 bliss을 따라 살라고 충고한다. 그것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한 어떤 것이다. 이 말은 스피노자가 코나투스를 증진시키는 삶을 살라는 말과 비슷해 보인다. 강신주는 코나투스에 대해 이렇게 쉽게 말했다. “네게 기쁨을 주는 일을 해. 네게 슬픔을 주는 일은 멀리하고.” 매순간 자신의 삶을 즐겁고 유쾌하게 증진시키며 산다면,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셈이 된다. 매순간 그렇게 살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살기 위해 애써볼 수는 있겠는데... 그런데, 오늘 배운 한의학에서는 기쁨이 지속되는 상태도, 슬픔이 지속되는 것만큼 위태롭게 본다. 그래서 기쁨의 상황에서도 무위(허무, )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질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그 마음을 다스려 바로 잡고 에 근원을 두어야 한다. 환자로 하여금 마음 속의 의심과 걱정, 망념과 불평 그리고 경계를 없애고,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을 깨닫게 해야한다. 그래야 몸과 마음이 비워지고 삶과 우주가 하나가 되어, 결국 세상의 모든 일이 의 세게에 있으며 종일 하는 일이 망상이란 걸 알게 된다. 더불어 나의 육체도 환상일 뿐이고 도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죽고 사는 것역시 한갓 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 모든 의문이 풀리고 마음이 청정해져 질병이 저절로 낫게 되는 바, 이것이 마음을 다스려 병을 치료하는 眞人이다.”(태백 진인)

 

한의학의 바탕 사상이 <황로학>이라 한다. 황로학에는 다양한 동양사상이 들어와 있는데, 그중에 가장 강력한 게 노장사상인 듯하다. 노장사상이 갖고 있는 필연적 허무주의를 윗글은 잘 보여준다. 물론 도담 샘은 이런 무위의 허무주의만으로는 삶을 살 수 없으니, 살기 위해서는 유위의 相火(캠벨의 bliss)가 필요하다고 했다. 상화를 움직이는 힘은 기본적으로 욕망이다. 상화는 외부활동을 하게 하며, 관계를 맺고, 뭘 만들어 나가는 힘이다. 그러나 그때에도 그 근본은 무위에 두라고 한다. 유위의 것은 언제든지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으라고.

?

조증躁症이 위로 올라가면 반드시 밑으로 울증鬱症이 나타나게 돼 있다. 무언가 즐거움이 고양되면 그런 다음에는 한도 끝도 없는 우울의 세계로 빠지게 된다. 양생적 측면에서 볼 때는 조증과 울증의 기복이 큰 것보다 올라가는 것도 별로 없고, 내려가는 것도 별로 없는 삶이 좋다고 한다. 그런 삶은 밋밋해서 재미없을 거 같은데... 그러나 도담샘은 은근한 기쁨이야말로 진정한 기쁨이라고 했다. 사실 이런 은근한 기쁨을 누리는 것에도 큰 수양이 필요하다고. 性命常修, 마음공부와 신체 훈련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한다. 어쩌면 조지 캠벨이 말한 내적 기쁨 bliss 역시 익사익팅한 기쁨이 아니라, 한의학에서 말하는 은근한 기쁨(calm)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직 잘 모르겠다. 2학기 마음공부가 기다려진다.

 

댓글 2
  • 2021-07-29 13:33

    은근한 기쁨이 어떤 건지 궁금해지네요....

  • 2021-07-29 13:41

    후기 쓰기 싫다고 하시더니 ㅋㅋㅋ

    저도 스피노자 공부 후 익사이팅한 기쁨이 줄어서(?) 한동안 적응 못했었어요. ^^  코투님 후기에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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