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프로젝트 - 동의보감 수업 후기

안희연
2021-07-27 16:17
311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이당에 접속을 했고, 그걸 계기로 “인문약방” 팟캐스트를 알게 되었어요. (정말 팬입니다!!! 매일목소리로 만나던 샘들을 화면으로 보니 반가워서 내적 함성을 질렀어요><) 또 그 인연이 닿아 이렇게 도담선생님의강의까지 듣게 되었네요. 학인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월요일 7시 30분이면 우리집 강아지가 날뛰는 시간인데다, 남편도 퇴근하고 와서 자꾸 저에게 말을 걸어서.. 오롯이집중하기 힘들지만 (그래서 비디오를 자주 꺼놓습니다.ㅠㅠ) 매주 동의보감 강의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심에 눈을뜨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제부터 후기입니다.


  양생이란 단어가 아직 어색하지만, 나의 몸과 정신 건강을 모두 스스로 조절하고, 유지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이라고 이해했다. 동의보감 강의 두 번째 시간에선 양생의 방법을 상화와 bliss개념을 도입해 설명하신다. ‘이거 해서 뭐해’ 라는허무주의에 빠지기 전에, bliss처럼 반짝거리는 욕구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 그 둘이 계속해서 조화롭게 조절하는 법을아는 것이 양생이라고 배웠다. 나는 그 동안 나를 태우는 식을 유지하며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 상화의 불은 신장에서 올라온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린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했는데, 그러면 취업하기가 힘들다고 들어, 경영학과 교육학을 복수로 전공했다. 그러다보니 대학생활 내내 학업의 기쁨을 느끼기보단, 허덕이며 수업듣고 과제를 해내기도 바빴다. 이렇게 나를 태우는 방식으로 몸을 쓰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니, 호흡도 얕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35살이 되어 이 수업을 들으니, 중심을 못잡고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버겁게 살아내던 내 자신이 안타깝다. 이제부터라도 패러다임을 바꿔 잘 양생하고 싶다.

 

  같은 맥락에서 힘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고, 정을 아끼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도 흥미로웠다. 결혼한 지 6년차인데, 아이가 없어 한동안 난임병원에 다녔다. 수많은 검사에 비싼 돈을 들였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 때 만난산부인과 의사들은 하나같이 배란기에 집중적으로 부부관계를 되도록 많이 맺을 것을 강조했는데, 이는 동의학의관점에선 정을 소모시키는 일이다. 생명을 잉태시키기 위해선 그만큼의 정성을 들여야하는 것인데 그만큼 절제된 생활이 필요하다. 서양에서 말하는 것과 정 반대되는 이론인데, 오히려 이 말을 들으니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생활방식 안에서 절제할 줄 알아야하는 것! 그것이 참으로 중요한 진리였다.

 

  지금까지 내 몸안에 있는 에너지를 태워 성과를 내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했다. 필요로하는 에너지 그 이상을 쓰니, 나는 쉽게 지쳤고 예민해졌으며 그만큼 주변인들을 힘들게했다. 나의 삶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런 습을 버리고, 양생할 수 있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는다. 앞으로 남은 3주간의 수업에서 내가 어떤 존재로 거듭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의꼬투리라도 잡을 수 있길 바란다.

 

 

댓글 4
  • 2021-07-27 21:51

    와! 저희 팟캐스트 청자시라니 넘 반갑습니다~ 후기도 진솔하니 좋네요! 저도 남은 3강 열심히 들어보겠습니다^^

  • 2021-07-28 08:32

    와, 신기하다. 우리 팟캐스트도 "팬"이 있군요. ㅋㅋㅋ

    그래요, 우리 精을 精하게 (정미롭게, 정성스럽게^^) 써봐요^^

  • 2021-07-28 17:58

    안희연님 솔직후기 잘 읽었어요!

    팟캐스트 팬이시라니 느무느무 반갑고 고맙고 그렇습니다! ^^

     

    저도 저번 강의를 세 줄로 요약해봤습니다~~

    상화는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아프다. 해서 지나치지 않도록 조절해야한다! 

    무위자연으로서의 우리 몸에 유위로서의 조절이 필요하다!

    조절이 곧 양생이고 수양이다!

     

     

  • 2021-07-28 21:50

    희연님^^ 반갑습니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공부도 하면서 다른 존재로 거듭나보는 경험까지^^

    이 여름이 조금은 보람차겠습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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