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통신>-공부원정대는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할 수 있을까요?

은주
2017-11-13 02:37
275

제 4차 축준위회의의 Hot Issue는 단연코 나만의 공부법 설문조사였다.

2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에 토론에 토론에 토론을 거친 우리는

마치 히말라야 16좌 완등을 목표로 길을 떠났는데, 출발하자마자 지도를 잃어버려서

여긴 어디? 나는 누구?만 외치다 끝난 거 같은 어정쩡한 기분에 허탈해져 버렸다.

공부원정대.jpg

30명의 문탁 학인들이 설문에 응해 주었고,

금요일 1시부터 블랙, 세콰이어, 오영, 콩땅, 은주가 같이 모여 정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서 회의가 진행되었다.
데이터 정리를 시작한 우리와 질문에 응한 학인들의 공통된 첫 번째 난관공부시간 계산 이었다.

설문지의 첫 번째 문항은 참가하는 세미나별로 텍스트 읽는 횟수, 공부하는 시간, 메모(발제)하는데 걸리는 시간, 에세이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을 따로 적으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시간은 상황마다 다르고 책의 난이도에 따라 다르고 읽어야 할 분량에 따라 다르다. 더군다나 평소에 생각해 보지 않았던 점이라 어림짐작하기도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한번에 2~3시간씩 읽기도 할 것이고, 누군가는 짬나는 대로 조금씩 읽기도 할 것이고 그 시간들을 합산한다는 것이 참 애매하다.

또 누군가는 일주일 중 이틀 동안 시간되는 대로 텍스트 읽는데 소요한다는 의미로 적었는데

콩땅과 나는 그걸 순순히 공부하는 시간으로 환산해서 58시간 의 믿기 힘든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ㅋㅋㅋ)

텍스트의 어려움 때문이었는지 공부시간에서는 스피노자팀이 압도적으로 길었는데,

‘문탁에선 스피노자팀만 공부하냐?’

‘그건 아니다. 세미나를 3개정도 참가하는 사람은 그 시간들을 다 더하면 시간이 더 길다.’

‘고전팀은 원문을 수도 없이 읽는데 그건 횟수에 어떻게 적어야 하냐?’

‘낭송을 위한 암기하는 시간은 공부시간에 어떻게 계산하느냐?’

하는 수많은 문제들이 파생됐다.

내 개인적인 사정으로는 마침 지난주에 끝나버린 파지사유인문학과 몇주전에 끝난 게릴라 푸코 읽기를 포함시켜서 공부시간을 대폭 증가시킬 것인가 살짝 고민했었다.^^)

단순히 공부하는 시간을 수치화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이런 것은 문탁이 지향하는 것과 전~~~혀 상관없다며

이번 설문에 부정적인 의견을 했던 학인이 우려했던 부분이 이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정리된 숫자에는 한명 한명의 사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결국 문제는 공부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우리 모두 달랐다, 아니 어쩌면 고민해 보지 않았다 였던 거 같다.
잘 살기 위해, 삶을 가꾸는 기술이 곧 철학이고, 공부라면 습관대로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매순간이 공부일까?
하지만 텍스트를 좀 똑바로 읽으라고 하는 문탁쌤의 잔소리가 귀에 맴도는데...

솔직히 나는 아직까지 텍스트를 읽는 시간이 공부하는 시간으로 확 느껴진다.

설문지의 문제는 9번까지였는데 1번에서 헤매는 우리는 언제 끝까지 갈 수 있을까요?

히말라야1.jpg
 

정리된 데이터에서 3·3·2같은 규칙 또는 뭔가를 정리해 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고(위원장님이라고는 말 못함^^)

우리 앞에 놓인 데이타를 어떻게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가 하는 무수한 의견 속에

일대일 심층 면담과 설문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해주신 학인을 인터뷰하기로 하고 우선 회의가 마무리됐다.

공부시간수치화라는 다소 거친 설문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길을 만들고 있고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오늘도 인디언쌤과 여울아쌤 사이에 낑겼던 누군가는 자기의 자리를 한탄했다라 뭐라나....

댓글 7
  • 2017-11-13 04:46

    아효... 은주님 글을 보니 축준위가 아주 코미디입니다.

    제가 설문지에 대해 노파심을 갖긴 했지만

    이제 설문지가 어떤 파란을 일으켰는지(차라리 그러면 나았을려나..)는 관심 없습니다.

    설문을 작성한 회원들은 자기 공부시간을 세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테구요.

    축준위원들은 자료를 취합하며 우리 공부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잖아요.

    저는 남은 기간 우리가 이 활동으로부터 어떤 배움을 얻는가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쉬운 길이나 뻔 한 길은 갈 필요가 없겠지요.

    저부터도 반성하겠습니다~ 현빈으로 빙의하여 "그게 최선입니까?" 매번 자신에게 묻겠습니다. 스파르톼~

  • 2017-11-13 07:53

    쉽게 가는 축준위가 언제는 있었던가~~~요?

    짧은 시간이라 마음만 바빠서 자꾸만 앞서가게 되어버리네요.ㅜㅜ

    그러나 또 다시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콩땅을 사이에 낑구고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만들어내고...^^

  • 2017-11-13 08:48

    와! 은주샘 글 재미있다

    난 이번 설문조사에서 이런 건 문탁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귀에 쏙 들어왔다

    뭔가 문탁스런 공부에 대한 감은 있다

    그러나 그건 또 바뀌어갈 수 있는 거라고 본다

    공부시간을 알아보자는 즉각적인 질문은

    도대체 얼마나 공부해야 적당할까?

    또는 얼마나 해야 충분한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풀어가려는 단초가 아니었을까?

    암튼 잡음과 소음과 의견이 오가는 축제를 기대해본다

    비가 와서 성큼 추워진 아침에...

  • 2017-11-13 09:24

    와아~ 은주샘 갑론을박  우리 고민의 지점들 잘 표현해주셨네요. ^^

    설문지를 둘러싼 문제제기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가, 

    어떻게 의견을 나누고 숙고할 것인가, 한 번 더 묻고 고민하는 기회가 된 거 

    같아요. 이제부터 시작이죠? 

    화이팅~animate_emoticon%20(39).gif

  • 2017-11-13 09:58

    축준위 홧팅이요 ^^~

  • 2017-11-13 13:01

    하하... 이번 축제때 공부법 소개 혹은 베틀 (줄 긋고 읽기 對 줄 안 긋고 읽기) ~~ 이런 코너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던 제안자로서는,

    음...지난  화욜 갑자기 들이밀어진 설문지를 보고 좀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예요

    별다방코너 같은 가볍고, 발랄하고, 유쾌하지만 '쉬어가는 코너' 같은 걸 떠올렸던 건데... 음....갑자기 디저트가 메인이 되어버렸나....라는 약간의 당혹감? ㅋㅋ

    하지만 늘 그랬듯이, 우리는 제안자 따로, 진행자 따로, 거들거나 훈수두는 자 따로... 그러다가 따로국밥이 되어 무엇인가가 나왔고, 그것이 때로는 답답했지만 또 때로는 그것이 우리의 힘이기도 한지라... 이번에도 뭐 어떻게든 되겠지...이런 심정이었어요. (축준위 홧팅msn032.gif)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말의 노파심이 없는 것도 아니네요.

    주제가 없어진  이번 축제의 메인은 어쩌면 세번째 날인데, 대토론회 시간에는 뭘 하려고 하는 것이지? 저녁때는 '공연'이 아니라 뭘 할거지?

    학술제라면 세션을 주제로 나누거나 표현방법으로 나누거나 뭔가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할텐데... 축준위에서는 뭘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거지?

    뭐...그런 생각이 왔다리 갔다리 한다는 것이죠.

    음....어쨌든 뭔가 되겠죠? 

    난 제주도에서 강의 오라는 거 축제랑 딱 시간이 겹쳐 안 간다고 했으니... 축제가 제주도보다 훨씬 더 재밌고 유익하길 바랍니다. animate_emoticon%20(30).gif

     

  • 2017-11-13 18:32

    그래서 어쩐다는 건지~

    축준위 회의록 읽을 때마다 

    숨은 결론 찾기에  휘말리는 이 느낌!!

    모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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