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우현과 유령 명식이 배회하고 있다 – 길드다는 지금^^

싸장
2019-10-0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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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다 자본금은 3천만원이다. 내가 문탁네크워크에서 삥~ 뜯었다. (굳이 요렇게 표현하는 이유는? 내가 “돈은 문탁이 내되 돈을 어떻게 쓰는지는 간섭하지 마시와요”고 선포했기 때문이다. 호호호)
어쨌든 길드다는 이 3천만원을 종자돈으로 하여 자립해야 한다. 난 3년 안에 승부를 보겠다,고 작정했다. 그리고 맘속으로 세운 3개년 프로젝트!

1년차- (길드다) 기초체력형성 및 (구성원들의) 최소무기 장착(책 출판)
2년차 –전국에 행사를 뛰면서 얼굴 알리기 (좋은 말로 네트워킹 구축)
3년차 –개인별로 업그레이드 된 무기 장착. 팀/유닛/개인 활동들로 본격적으로 수익내기

그렇다, 난 청년들의 인문학 ‘싸부’라기 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사장 같은 마인드로 무장되어 있다.

 

지원이의 설계도. 진행과정에서 왼쪽과 오른쪽이 바뀌었다. 한쪽은 세미나실, 한쪽은 청년 아지트

 

 

그리고 차근차근 계획대로 일을 진행시키고 있었는데, 갑자기, 덜컥 강력한 변수가 생겨버렸다. 우리의 이웃이었던 쿠키무이 젊은 엄마들이 그 공간을 접겠다고 결심했고, 어쩌다 보니 문탁에서 그 공간을 인수하게 되었고(이것도 실상은 매우 복잡하다), 기존의 문탁 공간들은 줄줄이 변화를 겪어야 했고, 급기야 기존의 월든 자리를 길드다가 독차지하게 되었다. 하여, 이제 길드다는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하나의 공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그 공간을 청년들로 그득그득 채워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월세 80만원을 감당하기 위해 돈을 본격적으로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이 두가지는 길드다의 활동력=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로 수렴된다. (아~~~ 휴~~~~~ )

 

우선 철거. 먼지가 엄청나다. 버뜨 이 때까지만 해도 우현이는 쌩쌩하다.

 

한편, 작년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여름이 지나고 가을쯤이 되면 청년들의 기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팀프로젝트(주로 공모사업)에 개인프로젝트(주로 글쓰기)를 동시에 돌려야 하고, 세미나와 발제와 에세이(강학원/대중지성 & 청년미학세미나)는 그대로 진행하면서 동시에 2년차 집중 프로젝트인 ‘행사 뛰기’도 쉴 수 없다. 게다가 계획엔 없었지만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일들도 잘 맞이해야 한다. (가장 최근엔 조한선생이 길드다에 제주도 프로젝트를 제안하셨다) 이 와중에도 메모 제출 시간이 늦어지거나 후기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사장의 불호령이, 음, 장난 아니다. 체력은 떨어지고 팀원 간의 이러저런 갈등도 생겨나고 일은 재미없어지고, 왜 이러고 사나, 싶은 생각꺼정 든다.
그런데 급기야 이젠 육체노동까지!!!!!! (돈은 없고 간지는 세워야 하고.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몸으로 때우는 것^^) 요요님은, 청년들이 모두 달라붙어서 공간을 만드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보기 좋다고 하지만 – 한 때 문탁네트워크도 그러하였다!! -, 급기야 우현이가 좀비가 되고 명식이가 유령이 되고 지원이는 아예 나오질 못하는 사태에 이~ 르~ 렀~ 다!!

 

 

지원이가 프레임을 세우고 다른 친구들이 그 안에 방음을 위한 흡읍제를 채워넣는다. 이 공간의 가장 큰 문제였던 목공소로부터의 소음을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버뜨... 하지만 결국 이 과정도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매주 회의를 할 때마다 (억지로!!!) 즐거운 상상을 한다. 청년들이 ‘코지’한 공간에 모여 보드게임을 하는 날들을. 어쩌면 우리는 보드게임 대회를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우현이는 ‘보이는 라디오’와 같은 뮤직살롱을 열 수도 있다. 랩하지 않는 우현이, 어쩜 더 멋지고 새롭지 않을까? 소소하고 엉뚱하고 맞장구를 잘 치는 동은이가 새로운 공간 매니저로, 아니 공간의 죽돌이 마담으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나는 새초롬을 제2의 길드다로 만들 ‘은밀한 작전’ (나는 속으로 이걸 길드다 2군 만들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장에서 구단주로 마인드를 바꾸고 있다. ㅋ.....)을 궁리 중이다. 고은이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미션 단기 대학’을 기획 중이다. 이름하여 휴학생들이 주로 오는 <休, 學, 交> (이름, 죽인다!!) 난 명식이와 <청년철학학교>도 진행할 예정이다. <많이 올까 걱정되는 영화모임>도 길드다 공간에서 열릴 수 있겠지? 지원이가 할 수 있는 일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일단 무조건 <목공학교>는 연다. 파티도 자주 열릴 것이다. 아마도 파티가 열릴 때마다 나와 아이들은 다투겠지? 나는 술 좀 그만 먹으라고 할 거구, 파티 컨셉에 대해 꼰대적 간섭을 할 테니...

 

흡읍제를 채우면 다시 벽을 치고 페인트를 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명식이는 엄청 '쿠사리'를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세워진 폴딩도어

 

이제 길드다 공간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새가 둥지를 짓기 위해 매일 매일 잎을 따고 그걸 나르고 서로 엮고...그러는 것처럼 길드다 친구들도 매일 매일 뜯고, 부수고, 칠하고, 채우고, 만들고. 자르고, 뻬빠질을 하면서 둥지를 “짓고” 있다.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것은 ‘길드다’라는 새로운 영토성. 새로운 '(삶의) 스타일’이다!

 

“영토란 하나의 행위로서 이 행위가 모든 환경과 리듬을 촉발해 ‘영토화’를 행하는 것이다. 영토란 환경과 리듬들을 영토화했을 때 생겨난다...영토는 반드시 ‘지표들’에 의해 표시된다...엄밀하게 말해 환경의 성분이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차원을 가리키게 되었을 때, 또 기능적인 것이 아니라 표현적인 것이 될 때 비로소 영토가 생기는 것이다. 리듬이 표현성을 갖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영토가 생성되는 것이다..
리듬 또는 선율의 <표현-되기>, 다시 말해 고유한 질(색채, 냄새, 소리, 실루엣...이) 나타날 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되기, 이러한 출현을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영토는 예술이 가져다주는 효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는 경계표를 세우거나 지표를 만드는 최초의 인간이 되는 것이다.”(들뢰즈, <천의 고원> 11 리토르넬로, p597~601)

 

 

휴일따위는 없다. 개천절에도 나와 작업 고고~~ 인테리어 벽을 치고 깔맞춤을 위한 기존 가구의 변신작업

 

나는 별수 없는 근대적 인간이라 늘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 따위 계획이야 실현되도 좋고, 안되도 그만 아닌가? 지금 이 친구들이 이렇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데..
하여 나는 이 젊은 친구들이 기특해죽겠다.
참 예쁜 청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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