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읽기, 들풀 후반부 후기

봉옥이
2023-10-21 22:08
302

루쉰읽기 마지막 시간이다.

외침과 방황과 조화석습과 들풀까지.

이번 들풀 두번째 시간은 문학작품을 거의 비문학의 독해시간 처럼 보냈다.

어설프게 읽은 것이 참... 노라샘의 부연 설명이 없었다면 계속 오해 내지는 곡해 속에 있었겠다 싶다.

'무너지는 선의 떨림' 은 꿈의 이야기이다.

폭풍우 속에서 무너지고 깼다가 다시 어렴풋하게 이어지는 장면은 연극의 1막과 2막 같기도 하다.

마지막 3막은 석상처럼 서 있는 늙은 그녀가 가없고 거친 황야에서 폭풍우 속 파도처럼  무너져 내려

햇빛에 비늘 같은 떨림으로 남아있는  죽어야 평온해지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이번 들풀의 후반부는 유독 꿈이야기가 많다. 꿈이야기가 하나의 전체의 이미지이며 상징이며 은유이다.

계속 되는 여러 시들도 꿈을 빌어 이야기를 詩化한다.

'죽은 불'은 얼어 죽을 것이냐 활활 타서 죽을 것이냐의 기로에서 타서 죽기로 결심하고 나오지만

바로 수레에 깔려 죽게 된다.

죽으면서 '너희가 다시는 죽은 불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수레가 얼음 골짜기로 떨어지는 복수를 본다. 

유님은 이것을 희망적인 듯하나 희망적이지 않고 무기력하지 않은 선택과 절망 속에서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는 것을 

블랙코메디 처럼 표현하며 저항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죽은 불'을 애니매이션으로 만들어도 좋겠다 했고 실제로 애니매이션  '엘리멘탈'을 연상하기도 했다.

'마른 잎' 은 산문시라기 보다 수필 같다.

그리고 이전 시간에 읽었던 '가을 밤'과 함께 그나마 서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새봄님은 "마른 잎은 나를 아는 이가 나를 온전하게 하려 하기에 지은 것이다." 라는 말의 의미를 물어 오셨는데 

새봄님의 메모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아마, 곧 지고 말, 이 발레 먹고 알록달록한 잎의 색깔을, 잠시라도

보존해 두고 싶어서 였을 거다.  뭇 이파리들에 묻혀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바닥에 떨어져 다른 낙엽과 섞여

보존 되지 못하게 되기보다 벌레 먹어 상처 받았지만 알록달록한 잎의 색깔을 보존하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있었고 우리는 여기에서 '나를 아는이, 나를 온전하게 하려는 이'는 당연히 쉬광핑을 생각했다.

'빛바랜 핏자국 속에서' 

인류를 소생 시키거나 소멸하게 할   반역의 猛士가 세상에 출현한다. 그는 폐허와 무덤을 뚫어 보고  고통 일체를 기억하고

겹겹이 쟁여지고 응어리진 피를 직시한다.  맹사는 조물주의 농간을 간파한다. 비겁한 조물주가 부끄러워 숨는다. 

하늘과 땅이 맹사의 눈앞에서 색을 바꾼다. 반역의 맹사란 누구인가? 새로운 세대인 청년을 말하는 것인가?

'잃어버린 좋은 지옥'

만다라꽃이 어설프게 무너진 신해혁명을 말하는 것일까? 라는 참샘의 질문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을까? 세미나 시간에 

이것에 대해 뭐라고 얘기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지옥 역시 잃어버려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마귀보다 더 악랄한 인류가 지옥을 거머쥐게 되어 귀신은 좋은 지옥을

잃어버리게 됐다.

'빗돌글' 

주검이 무덤속에서 하는 말 "내가 티끌이 될 때에, 그대는 나의 미소를 볼 것이다!"

참샘이 메모 해 온 해제를 인용하면 '무소유와 희망 없음을 본 전사는 스스로 고독할 수 밖에 없고, 그러한 철저한 고독을

통해 전사는 철저한 비움, 철저한 공허와 무에 도달한다. 그런 상태에서야  '본디 맛'이라는 참된 앎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루쉰은 그러한 경지에 대해 다시 질문한다. 인간이 본디 맛을 어찌 알 수 있느냐고...'

아마도 그것은 티끌 즉 죽음 안에서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을 "내가 티끌이 될 때에, 그대는 나의 미소를 볼 것이다!"

라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죽은 뒤'는 

쑨원이 죽은 후 그를 비방 하는 버러지 같은 언론을 파리와 개미에 비유하고 아직 죽은 몸을  벗어나지 않은 살아 있는

의식 있는 죽음을 삶의 연장 속에서 해학적으로 실감나게 그렸다.

그리고 뜻밖에도 사람의 생각이 죽은 뒤에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이 죽음을 자신의 죽음으로 이행 시켜  끝내 그저 눈앞의 불꽃 같은 것이 번뜩 이는 것을 보았고,  일어나 앉는다.

'이러한 전사'는 몽매하지도 무기력하지도 않지만 무물의 진에서 맨몸으로 투창만 들고 투쟁하는,

무물의 물이 사라진 백전백패의 전사이다. 

느티샘은 이러한 전사에서 우리는 지금의 전사는 누구일까? 밀양의 어르신들, 기후정의 행진에서 만났던 이들,

광주민중항쟁의 사람들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의 전사는 오피니언 리더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 민중

각자각자가 다중지성으로 전사가 되는 시대이지 않나 하는 이야기를 했다.

 

희망도 허망하고 절망도 허망하다. 웃음과 모든 것을 내어준 희망에게 청춘을 바치면 희망은 청춘을 버린다.

그렇다면 삶은 ? 루쉰은 삶도 허망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런 얘기는 없는 것 같다.

아니면 그렇다고 생각했더라도 차마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허망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무기력하지는

않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끝이 무덤이라도 가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삶이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들풀' 서문의 주에는 이런 글이 있다.

"나는 돌난간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며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사방 먼 곳의 무량한 비애, 고뇌, 영락(零落), 사멸이

이 정적 속으로 섞여 들어 색을 보태고 맛을 보태고 향기를 보태 그것을 약술로 만들어 놓은 듯하였다.

그때, 나는 글을 쓰려 하였으나 쓰지 못했다.

쓸 길이 없었다. '침묵하고 있을 때 나는 충실함을 느낀다. 입을 열려고 하면 공허함을 느낀다.'"

처음 세미나를 시작할 때(외침, 방황) 토토로샘이 서문만 제대로 읽어 낸다면 반은 성공이라 했는데 들풀에서도 마찬가지로

서문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들풀'뿐만이 아니라 '인간 루쉰'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들풀이 죽고 썩어 없어지는 날이 불같이 닥쳐오기를 바란다. 그러지 않는다면 나는 생존한 적이 없는 것으로 될 것이며,

이는 실로 죽는 것, 썩는 것보다 훨씬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서문의 마지막에 있는 글이다.

나는 여기서 인간 루쉰의 ''생명에의 경외'를 느낀다.

 

 

댓글 11
  • 2023-10-21 23:10

    아니. 이런 좋은 후기를 ㅋㅋ
    자발적으로 써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봉옥샘

    어려운 들풀의 시를 새롭게 해석하고
    그 시대에 빗대어 해석하고
    작가의 삶에 비추어 해석하고...
    쉬운 수업은 아니었을듯 합니다.

    그동안 같이 읽고 고민하느라
    매주 수요일 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에세이만 ㅋㅋ
    남았군요

  • 2023-10-22 18:47

    봉옥샘 후기가 아주 길어졌네요.
    루쉰 작품을 공부하며 많은것을 생각해 보신듯 하네요.
    마지막 시간 함께 하지못해 궁금했는데
    후기 읽으니 그래도 무슨 얘기가 오고갔나 조금이나마 짐작해 봅니다.

  • 2023-10-22 22:09

    그러게요
    봉옥샘의 메모도 후기도 엄청 길어지고 있어요.
    세미나가 벌써 끝이라니 아쉽습니다.
    봉옥샘과 고전이 아니라 루쉰을 함께 읽는 시간 참 좋았습니다.
    고맙슴다. 봉옥샘~~~

  • 2023-10-24 21:27

    봉옥샘의 정성스런 후기에 감탄이 나오네요.
    자발적 후기라 짧을 줄 알았는데 ㅋ
    후기 읽으며 지난 시간이 정리되고 에세이도 떠올라야 하는데ㅜㅜ
    에세이가 난관입니다~

  • 2023-10-25 07:44

    미완성.. 올립니다

    • 2023-10-29 19:19

      일단 올려요

  • 2023-10-25 09:12

    저도 미완성... 올립니다.

  • 2023-10-25 09:20

    에세이에 대한 고민의 흔적 올려요.

    • 2023-10-29 19:07

      에세이 초안

  • 2023-10-25 17:30

    저도 늦었지만 올려요.

    • 2023-10-29 17:11

      제목과 참고도서 못 달고
      우선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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