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시간] 9회차 후기....

가마솥
2021-11-0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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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_10주차20211104_후기_가마솥

 

   며늘아이가 입덧이 심하다.   인디언님은 매일 매끼마다 무얼 먹일까 연구한다. 음식을 할 때면 냄새 안나게 창문도 열고 환기팬도 최대로 돌리며 전전긍긍이다. 나와 어머니는 생선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자동차를 바꿔 줘야 하지 않을까 ?” 지금은 인디언님이 타던 오래된 쌍용차 RV차 A를 며늘아이가 타고 다니는데, 거의 탱크 소리가 나고 무엇보다도 차고가 높다. 해서, 배가 불러 오기 전에 낮은 승용차로 바꿔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나의 제안으로 우리 집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 보였다’.    “정말 ?” 눈을 반짝인다.

    이 때부터 나의 ‘기투’가 시작되었고, 동시에 나의 가장 가까운 ‘공동현존재’의 ‘기투’가 시작되었다.  길거리에 나갈 때마다 앞선 자동차 뒷모습을 보면서 뚱뚱하다든지(전기차 T), 날렵하기는 한데 너무 공적으로 보인다든지(독일차 B), 하도 불이 잘나서 겁난다든지(불차동차 B) 하면서 품평의 멘트를 날린다.  ‘참나......’ 속으론 혀를 끌끌 차고 있지만, 원래 여행 갈 때보다 어디로 여행 갈까? 하고 이리 저리 찾아 보는 게 더 재미있으니까, “그렇치 ? 쫌 그렇치 ?”하면서 부정적인 멘트에만 공감을 날리면서 '동일한 세상'을 ‘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느낌적으로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밀려 온다. 무얼까 ?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을까 ? 우선 궁금한 것을 물었다. “며늘아이 차를 산다고 하지 않았나요 ?”. “응 ! 그렇치 !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지금 내가 타는 차를(현대 S) 며늘아이 주고, 새로 사서 내가 타면 되잖어 ?”. 아뿔사 ! 무언가 불안하더니만 이것이었구나. 이제 나의 ‘처해있음’이 파악되고 나자, 나의 존재적 ‘염려’가 최대로 발동되기 시작했다. 좀더 진도가 나가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나라 현대/기아가 세계적인 기업인데, 왜 굳이 외제차들을 선호하는 지 정말 모르겠어. 현대 차에는 재미있는 기능들도 많이 있더구만. 스마트 드라이브 기능 들어 봤나요 ?”. “테슬라는 거의 자율주행도 가능할 껄요 ?” 이크, 공부를 좀 했구나. 작전을 변경하자. “근데, AS 가 정말 힘든데, 비용도 많이 들고 어떤 부품을 들어오는데 3개월 걸려서...” 나의 말을 뚝 자르면서 짧게 말한다. “내가 외제차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찾아본 것 가지고 뭘.......그래서 지금 현대 G를 찾아 보고 있어.” 음.....이 상황에서 차분히 나의 공동현존재에 대해 ‘심려’를 해보면, 일단 후퇴하는 것이 상책이다. 시간을 갖자.

 

     “오늘 하이데거를 공부했는데 말이야. 현존재인 인간이 자신이 열어 밝힌 세상 속에서 세인의 평균적 삶인 ‘비본래적 삶’을 살아 가는데......(후략). 그래서 말이야. 우리 차 사는 거 말이야. 좋은 차가 ‘본래적 삶’을 위한 결정일까? 비본래적..”. 또 말 짜르며 들어 온다. “공부 열씸히 하네. 난 하이데거를 안 읽어서 모르겠는데, 그냥 우리가 죽기 전에 우리가 언제 또 차를 사겠어 ? 그래서 함 그 동안 안 타본 차를 사보는 게 어떠냐는 것이지.”. 헉 ! 벌써 ‘죽음에의 선구’를 하셨다는 말인가 ? 그 결과가 현대 G시리즈란 말인가 ? 정신을 차리자. “그렇긴 하네. 근데, 그렇다구 해도 은퇴해서 수입도 없는데, 비싼 차를 사면 지역의료 보험료도 올라가고, 특히 요즘에 세계적으로다가 원유값이 올라 가는 추세라는데.....”. 또 말 짜른다. “참나, 이 양반이.....한 40년을 같이 살았는데, 그까짓 자동차 하나 가지고.....양심도 없나. !”    헉 ! 오늘 배운 ‘양심’이 튀어 나왔다. 하이데거를 모른다면서, ‘죽음에 선구’를 말하지 않나 이제는 ‘양심’까지 ? 혹시 이미 읽어서 알고 있는 거 아녀 ? 문탁 10년인데.......그나저나 가만있자. 공동존재의 ‘양심’은 그렇고, 나의 ‘양심’의 소리를 들어 보자. 그도 그렇다. 내가 기름값이며 보험료며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생각하면서 작은 차를 제안하는 것이 오히려 ‘비본래적’인 ‘결정’아닌가 ? 아이구......이제 헷갈린다. 어질 어질 하고 있는데, 거기에다 인디언님이 한 마디 더 덧붙인다. “그리고 난 비본래적이고 본래적이고 모르겠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대로 따라가 볼 뿐이야.” 우짠다냐. 이미 내가 열어 밝힌 세상과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불안)이 든다. 하기야, 하이데거가 비본래적 삶은 나쁜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런 구조를 보일 뿐이지. 그나 저나 나의 ‘양심’은 왜 ! 나의 공동현존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 나의 ‘결정’인 작은 자동차가 ‘양심’이 아니면, 나의 공동현존재의 ‘양심’이 내게 전해져 오든지........! 좀더 공부를 해야 하나......
일단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자. “이제 1부 까지 공부해서 반 밖에 몰라서 그런지 헷갈리는 구만(결정이 힘들구만) ? 2부까지 공부 다 하면 알려 줄께”. “오우 케이 ! 연말은 안 넘기겠네 ?” 흐미, 우리 철학학교 일정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후기 끝 !!!!

P.S  학인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  이 불쌍한 공동존재를 심려하시어 댓글을........
        매실님과 정의와 미소님이 바쁘신 것 같아서 제가 일상에서 생각나는대로 후기를....ㅎㅎ

댓글 7
  • 2021-11-05 14:09

    ㅎㅎ 가마솥님 후기가 너무 재미있고 웃겨서 뭐라고 댓글을 달아야할지 모르겠어요.

    앞질러 후기로 달려가면서 세미나 후기를 자신의 탓으로 인수한 가마솥님,

    이렇게 열어 밝히시다 인디언 샘한테 엄청 혼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일단, 저는 공동존재로서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세인적 호기심이 더 작동하니 어쩌면 좋은가요?ㅋㅋ

    • 2021-11-05 20:00

      일단 혼났구요...

      그래도 지금은 괜찮은게, 어차피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나의 본래적인  탓이 있음에 기인한 것이려니 합니다. ㅎㅎ 

  • 2021-11-05 18:50

    아, 일케 재밌는거였어?

    나도 하이데거 할걸.......

  • 2021-11-06 15:40

    가마솥샘 그러니까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게 인디언샘이 우선 대개 마주치는 일상성 속의 사용사태 전체성에서 손안의 것으로 완벽하게 내던져진 가마솥샘인거죠? 탓이 있음을 통속적으로 해석하면 빚이 있고, 책임이 있고 이 두개가 합쳐지면 죄를 짓게 되잖아요...... 죄는 짓지 마시길... 음...상황이 이리된다면....인디언샘... 새 차 언제 보여주실거예요?

  • 2021-11-06 18:19

    와~ 이정도면 북앤톡에 세미나 '후기' 아카이브 게시판 하나 만들어서 마솥샘께 영구결번드리고 보존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ㅋㅋ 넘나 재밌습니다. 

    '양심도 없나'라는 공동존재님의 말씀에서 지난 시간 세미나에 같이 계셨던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기투' competetion의 결과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공동존재님의 용재자 바꿔치기 신공 ㅋㅋ 

  • 2021-11-07 00:32

    이것이 바로 '실전 하이데거-당신도 할 수 있다!'로군요! ㅋㅋㅋ 전교1등에 경기도에서 제일 웃긴 사람까지 역시 타이틀홀더십니다 ㅎㅎㅎ

    (차는 T사의 전기차로 해가지고...마당에 급속 충전기를 설치하심이....컥)

  • 2021-11-07 21:41

    세미나의 공동현존재인 저와 정의와미소님을 심려하시어 후기로 기투해주신 가마솥 샘은 진정 본래적이며 실존적인 존재가능을 밝혀주고 계십니다 !! 후기로 내던져진 현존재가 자꾸만 배려하는 존재들에게 몰입하는 것으로 도피하려는 불안을 일깨워 양심의 소리의 부름을 받게 해주셨고요. 심지어 우리의 실존에서 현사실적으로 써주셨으니....이것이야말로  "결단한 현존재는 타인의 양심이 될 수 있다"(60절)의 예시가 아닐런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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