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차_<현존재의 존재는 염려>_후기

가마솥
2021-10-18 12:54
269

6장 현존재의 존재는 염려

 

"따라서 현존재의 존재론적 구조 전체의 형식적 실존론적 전체성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파악되어야 한다. : 현존재의 존재는 (세계내부적으로 만나게 되는 존재자) 곁에-있음으로서 자기를 –앞질러-이미-(세계)-안에-있음을 말한다. 이러한 존재는 염려(Sorge)라는 명칭의 의미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 명칭은 이때 순수하게 존재론적-실존론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걱정이나 걱정없음 등과 같은 존재적인 의미의 존재경향은 그 의미에서 배제된다." (p.263)

 

하이데거는 그동안 많은 개념들과 구성틀을 가지고 그의 존재론을 펼쳤다. 현존재,염려,배려(2장), 세계, 세계성(3장), 더불어 있음, 자신으로 있음, 세계-내-존재, 그들, 타인, 공동존재, 심려(4장), 안에-있음, 거기에, 처해있음, 이해, 빠져있음(5장) 등등. 이러한 개념과 구성틀을 이번 장에서 통합하는데 ‘현존재의 존재는 염려’라는 한 문장으로 통합한다.  따라서, 2장에서 슬쩍 말했던 이 염려(Sorge)를 느낌적으로 팍팍! 이해하는 것이 관건인대......

 

‘염려(念慮)’ 생각 念, 생각 慮. 단어로의 사전적인 뜻은 ‘여러 가지로 헤아려 걱정하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걱정이나 걱정없음은 배제한다고 하였으니, 염려에서 ‘걱정’이라는 의미를 빼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소광희, 박찬국님은 ‘마음씀’이라고 번역하였다. 도대체 뭐지 ? 단어의 사전적, 선험적 의미를 빼고 그냥 하이데거의 풀이대로 따라가 볼 수밖에......

 

   하이데거는 “세상에-내-존재” 로서 인간의 기본적인 존재 방식을 불안에서 가져온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불안은 공포(두려움)과 구별되는 말로 두려움은 두려움의 대상이 존재하는 반면에 불안은 그 대상이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두려움은 다가오는 방향성도 있는데, 불안은 그렇치도 않다. 무언가 막연한 .......불안, 정도로 대개 우선 이해해 보고......

그런데 이 불안은 막연하기는 한데 사소하고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가 흔들리는 순간에, 즉 인간 실존의 위기에 직면해 발생하는 혼돈의 순간에 발생하는 근원적인 것(감정?)이라고 합니다. “현존재(인간)는 존재 자체가 늘 문제가 되는 존재다.”  살면서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 혹은 감정이 드는 것입니다.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지?” 이러한 인간의 불안한 감정에서 근원적 실존을 표현하기 위해 하이데거는 6장에서 불안 대신(불안을 토대로) 염려(Sorge)라는 단어를 확실하게 사용(정의?)합니다. 불안은 현존재의 근원적인 존재전체성을 파악하기 위한 현상적 토대를 제공한다. 현존재의 존재는 염려로서 밝혀진다.’(p.249) 밝혀진다는 존재양식은 처해있음과 이해가 구성하고 있는 것은 치밀한 설명이고요.

   염려가 불안에서 온 것이고, 불안은 또 막연하게 걱정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염려 속에서 우리는 걱정을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염려와 걱정은 느낌이 좀 다릅니다. 걱정은 떨쳐버리면 그만이지만 염려는 떨쳐버릴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차이이고, 두 번째 차이는 걱정은 매우 부정적인 단어이지만 염려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단어입니다. 걱정은 인간이 떨쳐버려야 할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관심(Care)이라고도 번역될 수 있는 염려(Sorge)는 인간의 존재 방식에 따른 인간의 근원적인 속성으로 부정적인 것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Dasein)은 “존재가능에 대한 존재”로서 항상 “자기 자신을 넘어서” 있는(기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염려는 인간의 필연적 본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인가가 될 수 있는 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에 염려는 필연이라고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이데거는 고대 로마의 히기누스의 우화를 인용해서 인간의 근원적 존재 방식이(생명이 붙어 있는 동안의 존재방식이) 염려라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결국 불안과 염려는 인간의 근본적 존재 방식이기 때문에 이것을 벗어나려는 노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하이데거의 입장으로 보여서, 세상을 살면서 닥쳐오는 수많은 불안감을 미리 걱정하고 이를 극복하려고 종종걸음하지 않아도 되는 비빌 언덕이 생긴 것 같아서 우선은 머리 빠지게 '제1편 현존재에 대한 예비적 기초분석'을 읽은 보람을 느낍니다.

“주피터는 혼을 주었으니 그가 죽을 때 혼을 받고, 텔루스는 육체를 선물했으니 그가 죽을 때 육체를 받아라. 하지만 염려가 이 존재를 처음 만들었으니 이 존재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이 존재는 염려의 것이니라. 그러나 이 존재는 후무스, 즉 흙으로 만들어졌으니 호모(인간)라고 부를지니라.”(p.269)

 

댓글 3
  • 2021-10-18 19:44

    아~ 며칠 하이데거를 의도적으로 멀리하고 있었는데

    지난주 세미나 후기가 올라오니 책을 펼치고 세미나 준비를 해야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자동으로 몰려오네요.ㅠㅠ

    곁에 있음으로서 자기를 앞질러 세계 안에 이미 있음.. 염려!

    이런 것도 현존재로서의 염려(의 파생양태 중 하나)겠지요?^^

     

  • 2021-10-19 10:51

    아, 마지막 문단이 참으로 인상적이옵니다. 저도 사실 늘 '불안', 그러니까 이유를 알 수 없는(대상을 갖지 않는) '불안'이 문제인 자라 ㅠ '염려' 개념에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하이데거 이야기에 백퍼 마음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요 ㅎㅎㅎ

     

    그나저나, 전교1등 느낌 물씬 나는 후기로군요!!! ㅎㅎㅎ

  • 2021-10-19 13:29

    하이픈의 향연을 따라 '현존재' --> '세계-내-존재' --> '자기를-앞질러-이미-하나의-세계-안에-있음' 까지 인도한 하이데거는 위에 가마솥샘이 친절하게 풀어주신 대로 우리를 염려로 데리고 왔습니다. 불안이라는 대표기분을 골라 염려까지 왔습니다. 그러니까 현존재는 '자기를-앞질러-이미-하나의-세계-안에 있'기 때문에 염려할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야기 짜임새의 직관성은 히기누스 일화가 더 번뜩입니다만...)

     

    진리에 꽂혀 있는 재하샘과 진리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쉽지만, 그 아쉬움은 재하샘이 남기실 후기와 다음 시간을 기약해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목요일까지는 기억력이 남아 있기를 바라며...진리 부분이 참 재미있었는데, 저는 이미 다 날아가버렸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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