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시간> 6회차 후기

정의와미소
2021-10-13 23:03
223

 존재와 시간은 발제는 물론이거니와 후기조차 쓰기가 만만치가 않다.  요즘은 일로 무척 바쁜 탓에 늦은 저녁 시간 쓰려니 졸린 눈을 비비며 쓸 수 밖에 없는 실정인데, 후기를 쓰다가 자꾸 날려버려 벌써 세번째 같은 걸 쓰고 있다. 문탁 홈페이지 글쓰기에 임시 저장 같은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같은 걸 다시 쓰려니 자괴감이 들긴 하지만 뜻밖의 복습이 되어 이번 장을 조금 쉬워진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샘들의 배려로 6회차 시간 오아시스 같은 발제를 맡아 그나마 쉽게 정리를 했다.  존재와 시간에도 이런 부분이 있다니 하이데거가 그래도 인간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맘에 든다.  ㅎㅎ 이제 다음 시간만 하면 대망의 1편을 마치게 된다. 현존재에 대한 예비적 기초분석을 이다지도 철저히 한 하이데거를 보니 '현존재와 시간'편이 어떨지 아주 쬐금 궁금해지긴 하다.  하여튼 후기이지만 나름대로 한번쯤은 현존재에 대한 정리를 하면 좋을 듯 하여 후기는 나만의 간편 정리를 하는 걸로 써본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실존한다'는 것은 '현존재'의 존재양식을 말하는 것이다. 즉  실존한다는 것은 '어떠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되지 않고 어떠한 것에도 명확하게 적소되지 않으며 스스로가 물음속에 던져지는 존재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여기서 현존재는 우리들 자신이 각기 그것이며, 여러 다른 것들 중  물음이라는 존재가능성을 갖고 있는 존재자를 이른다. 이러한 현존재의 존재틀인 세계-내-존재를  세계, 세계-내-존재란 누구인가?, 내-존재의 세 계기로 나누어서 분석한다.  내-존재에 대한 해석은  현 -존재의 현, 즉 현존재의 개시성을 성찰하는 것인데 이것은 현존재가 '현','밝음','밝힘'이라는 것을 존재론적으로 해명하는 것이다. 현-존재를  구성하는 근원적 방식을 하이데거는 기분 잡혀 있음과 이해 및 빠져있음(퇴락)이라고 한다. 우리가 존재론적으로 처해 있음을 게시하고 있는 것은 존재론적으로는  가장 잘 알려져있고 일상적인 것인 기분, 기분잡혀있음이다.  이는 존재자를 '거기에'로 데리고 오는 데  그것을 통해 존재자는 언제나 이미 기분잡혀  있음에 따라 존재자 자신을 열어밝혀보인다. 즉 현존재가 이렇게 던져져 있다는 피투성이라 하고, 현존재가 '있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현사실이라고 한다. 현존재의 피투성은 현사실성이기도 하며, 현존재는 피투적 현사실성이다. 여기서 기분잡혀 있음(정상성)은 현존재의 피투적 현사실성을 개시하는 장이다.  '이해'는 [존재와 시간] 전편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이해는 기분잡혀 있음과 등근원적인 현존재의 '현'의 개시성을 구성하는 계기이다. 여기서 이해는 언제나 기분잡힌 이해이다. 예를 들자면 볼펜을 안다는 것은 볼펜을 사용할 줄 안다는 뜻이다.  '이해'라는 실존범주를 통해 현존재는 이해로서 가능적으로 존재한다. 즉 볼펜을 쓰거나 던지거나 하는 여러 가능성이 현존재의 가능성에 의해 정해진다는 뜻이다. 이렇게 현존재가 앞을 향해 자기를 기획하는 것을 기투라고 한다. 현존재의 존재는 피투적 기투이기 때문에 실존적이다. 또한 이해는 개시로서 세계-내-존재의 근본 틀 전체를 , 특히 가능성을 개시하는 개시성이다. 이 개시성에는 현존재의 '봄'이 따르는데 실존하는 존재자가 자기를 보는 것은, 현존재가 자기의 실존의 구성계기인 '세계-내-존재에 몰입해 있음이아 '타자와의 공동존재'에서 이것들과 등근원적으로 자기를 꿰뚫어보게 될 때만이다. 세계-내-존재의 실존론적 구조에서 개시성은 기분잡혀있음을 통해 현존재의 피투적 현사실성을 개시하고, 이해를 통해 현존재의 기투를 개시한다.  하이데거는 현존재의 빠져 있음(퇴락)을 통해 일상적 현존재, 즉 세인의 존재양식을 개시한다.  말, 봄, 해석의 일상적인 양식 안에서 빈말, 호기심, 애매성의 비본래적 존재양식을 고찰한다. 그러나 빠져있음은 현존재의 본질적 존재론적 구조를 구성하는데 비본래성과 빠져있음이 초래하는 소용돌이는 현존재의 피투적 성격을 드러낸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비본래성이 본래성보다 가치가 낮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퇴락이 현존재가 평균적 일상성 속에 던져져 있음을 개시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내-존재 구성 계기를 살펴봄을 통해 세계-내-존재의 존재틀을 알아보았다. 하이데거의 실존주의를 공부하면서 존재론들이 이전의 철학에서 나오는 이데아나 초월적 존재자에 대한 생각들로 구성된  계층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의 인식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내가  접하는 다양한 책이나 사회 부분에서 존재론적인 개념들이 이전에 철학이 아닌 하이데거식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하이데거는 영향력있는 철학자이었나보다. 

댓글 4
  • 2021-10-14 00:07

    역시 철저한 복습에는 날리는 것만한 게 없죠 ㅎㅎㅎ 안 그래도 요즘 바쁘신 듯 한데... 후기가 안 올라오네....하고 있었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후기에 써주신 것처럼 저는 지난 부분에서  (어떤 대상에 대한) '이해'를 (모종의) '역량'으로 다룬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그리고 이건 거의 '스피노자'꺼다....싶기도 했고요.) 

    이번 주는 드디어 '현존재의 존재'가 뭔지 '딱' 나오기는 합니다만.... 어떨라나요 ㅎㅎㅎ

     

  • 2021-10-14 00:55

    책의 서두에서 현존재는 자신의 존재가 문제가 되는 존재자란 말이 여러차례 나왔는데, 아무튼 지난 시간에 이르러 존재이해가 현존재의 근본구성틀이다라는 말을 좀 이해한 것 같습니다. 

  • 2021-10-14 09:11

    오~ 정의와 미소님, 후기를 읽으며 저도 복습했습니다. 멋지십니다.👍

    후기 쓰다 날리면 정말 허망하지요.. 로그인 하셔서 글쓰면 임시저장 기능 사용할 수 있어요.^^

  • 2021-10-15 13:02

    개념들이 두루뭉술하게는 그려지면서도 말이나 글로 쓰려면 턱 막혔는데, 

    와, 정의와미소님 꼼꼼한 복습 덕에 딱딱 정리가 되네요. 바로 이런 걸 원했습니다. 한 개념 당 두줄 이내 요약이요. ㅋㅋ

    직접 내가 해보는 것과 다른 분이 쓴 거 읽는 건 공부의 강도에서 천지차이겠지만요... 

    그래도 감사히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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