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개 세미나> 5회차 후기

만복
2021-09-13 12:27
267

  지난주에 저희는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각자 1쪽 분량의 글을 써오기로 했었죠. 우현님은 국내 힙팝씬에 대한 문제의식과 들뢰즈의 ‘차이’ 개념을 엮은 미니에세이를, 새은님은 책의 문제의식과 공통 질문에 대한 생각 정리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작업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글을, 저는 이 책을 읽고 느낀 감상을 적은 후기를 써왔습니다. 이어서 영화를 봐야 해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그런데도 30분 정도 시간이 초과했죠^^;), 각자 삶에서 어떤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우현님은 래퍼로서 어떻게 자신의 랩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소위 ‘쇼미 우승자 스타일 래퍼’와 ‘반쇼미, 언더 래퍼’라는 힙합씬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자신의 ‘차이’를 솔직하게 음악에 녹여내야 한다 하셨죠. ‘쇼미 래퍼’의 경우 뻔한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언더 래퍼’는 힙합 본연의 멋(마초, 저항, 고집)만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두 길 모두 한계가 있다고 보셨습니다. 이 글에 대해서 새은님은 힙합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있으니 힙합 본연의 멋에 대해 더 정리를 해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멋을 설명하는 것 자체도 멋 없는 것일 수도...?ㅋㅋ

  저는 각각의 래퍼들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이 각자의 고정된 주체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여서, 명사적 형태의 차이보다는 동사적 형태의 차이(화)를 적용해서 힙합을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지 의견을 냈습니다. 말하자면 어떤 (What) 힙합이냐가 아니라 어떻게(How) 힙합을 하냐는 관점에서 차이를 생각해보는 것이죠. 들뢰즈 식으로 ‘차이화’ 하는 힙합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차이화하는 힙합과 차이화하지 않는 힙합은 어떻게 다른지? 등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새은님의 글은 어떻게 소수자들이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돋보였어요.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 새은님의 디자인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셨습니다. 한 객체에 다른 객체를 투영하여 새롭게 재구성해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셨는데, 『철학과 굴뚝청소부』에 나왔던 언어학 관련된 부분이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재구성의 도구를 찾기 위해 공부가 필요해졌다고 써주신 만큼 앞으로도 같이 고민하면서 즐겁게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일단 솔직하게 글을 쓰는 게 목표였습니다. 잘 모르는 내용으로 어떻게든 글을 쓰려다 보니 책을 거의 카피하게 되어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적어내자는 심정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막연한 질문으로 글이 이어졌어요. 조금 더 세분화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다음 글을 쓰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까 너무 장황해졌네요. (^^;)

글에 관한 이야기는 최대한 간략하게(?) 마쳤고, 2층으로 올라가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관람했습니다.

사이보그인 쿠사나기는 쉬는 날 (목숨을 걸고) 잠수하는 것을 즐겼죠. 굉장히 상징적이네요.

  쉽지 않은 내용이었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다들 충격을 받은 느낌이었어요. 무엇보다 이 애니가 95년 작품이라는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었죠.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서 대사가 인위적인 느낌도 조금은 있었지만, 사이보그로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부분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흥미로웠습니다. 그냥 한 번 보고 넘어가기엔 아쉬운 느낌이랄까요? 언젠가는 더 분석하여 정리해보고 싶네요. 마음 한구석에 저장해둬야겠습니다.

다음으로 읽을 책은 『철학의 외부』이고, 다음 주에는 추석 연휴가 있어서 한 주 방학을 하고 다다음주에 만납니다. 그럼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바라요!

댓글 2
  • 2021-09-13 14:24

    어떤 힙합을 하냐가 아니라 어떻게 힙합을 하느냐... 세미나 때는 잘 캐치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되게 중요한 관점인 것 같아요!!

    모두들 문제의식이 발전 되어 최종 에세이가 어떻게 나올지 아주 기대가 됩니다ㅎㅎ 

     

    저는 연휴 동안 심심하면 공각기동대를 다시 보고 해석같은 걸 찾아봐야겠어요!ㅎ 다들 연휴 잘 보내시고~ 푹 쉬고 봅시당

  • 2021-09-29 17:40

    미니에세이를 쓰며 책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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