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역학 <몸,국가,우주 하나를 꿈꾸다> 1회 후기

보리
2021-03-14 22:53
363

가뜩이나 부실한 정기를 직장 생활에 빨리며 치이다가 겨우 퇴직하고, 50줄에 들어서서야 난생 처음 문탁과 같은 공부 모임에 접속했다.
동양적인 것에 전혀 가치를 두지 않으셨던 부모님 덕?(탓?)에 나에게 동양의 사상이나 의학 등은 먼 곳에 있어 굳이 애써야만 닿을 수 있는 분야였다.
물론, 공자나 맹자, 장자 등에 대해 책을 통한 기본 지식은 갖고 있었지만, 내게는 언제나 서양 철학이나 문학 등이 익숙하고 매력적인 지향점이었다.
그러나 이제 때가 온 것일까? 나이 들어 맞이하는 이 변곡점에 올라타니 설렘과 기대가 크다. 부디 무성한 나무로 자라나기를!

세미나의 두 번째 책 <몸,국가, 우주 하나를 꿈꾸다>를 시작했다.
황로학이라.. 위와 같은 배경을 가진 나로서는 꽤나 생경한 내용이었으며, 황제신화와 노자사상이 결합한 것이 황로학으로, 황제가 직위명이 아닌 사람의 이름이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과 세미나를 통해 비록 황제라는 존재가 고대 중국의 신화 속 인물로 시작되었으나, 그가 중국 사상의 시조가 되어가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중국인들이 지향해 온 세계관의 윤곽을 짐작할 수 있었다. 중국사상의 더 오래된 기원을 엿봄으로써 오히려 공자, 맹자, 장자..중심으로 알고 있던 그 이후의 철학들이 역으로 더 가깝게 다가온 것이다.

황제는 전국시대에 가장 강력했던 제나라의 중심 이념으로 자리 잡았는데, 천하를 통일하는 강력한 군주만이 아니라 도덕적인 성군으로서 모든 문명의 질서를 유지하는 신적인 존재로 추앙된다.
이것은 전국시대라는 혼란한 시대 속에서 당시의 고대 중국인들이 중원인 화하 지역과 변방의 만이 문화를 아우르는 강력한 지배이념을 절실히 추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그들은 유가와 대비되는 비중국적 문화의 핵심인 도가사상을 황제신화와 융합하면서 중국문화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켰다.
즉, 비중국인 만이적 세계관으로서의 혼돈과 제하의 중심인 유가의 문명질서를 융합해 더 넓은 의미의 중국적 세계관이 탄생한 것이다.
나는 아득한 고대에서 일어난 이러한 일련의 시도가 현대의 세상 속 여기저기서 늘상 강조되는 '혁신적 발상과 도전'과 일면 상통한다고 감탄하다가, 곧이어 소수 민족 문제나 동북공정 등에 혈안이 되어 있는 현재 중국의 모습이 떠올라 정신이 번쩍 든다.
억지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논리가 자신들에게는 너무나도 원대한 기원의 근거를 가진 것일 수도 있겠구나.. 그들은 아마 진심이겠구나.. 서늘한 긴장감이 올라왔다.

그건 그렇고.. 윤리적이고 목적론적 성격이 짙은 공자의 사상을 개인적으로 그닥 흠모?해오지 않았던 터라, 노자와 황로학을 결합함으로서 고대 중국인들이 추구한 융합적인 세계관이 매우 반가왔고, 그것이 지배 윤리로서 역사에 자리잡지 못함이 아쉬웠다.
세미나 중에 말이 나온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책장에서 꺼내들어 고인을 추모하며 다시 읽고 있다.

댓글 5
  • 2021-03-15 11:10

    전 스피노자 철학과 조금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스피노자가 다른 서양철학과 다른 점이 있죠.
    그런데 황로학이 현대의 ‘혁신적 발상과 도전’과 닮았을까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사상들이 생기고 융합한 것이지 누구의 발상이나 도전은 아니지 싶어요. 물론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들이 포함되어 있겠지만요. 또 황로사상이 이후에도 중국 사상의 저변에 깔려온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 2021-03-15 18:55

      흠.. 황로학이 현대의 혁신적 발상 및 도전과 닮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영역을 융합하려는 그 시대적 요구와 시도를 보면서, 저는 현대 산업의 각 분야에서 애쓰고 있는 '융합 지향성'의 노력이 떠올라 고대의 통찰에 감탄했다는 뜻이었습니다.  또한 하나의 사상이라는 것이 한 두 개인의 발상이나 의도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필연적 요구로 탄생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고요. 세미나에서도 그렇고, 매번 둥글레님으로부터 제 생각이 본 의도와는 전혀 다른 해석으로 피드백 되니 당황스럽네요.;;   아마 제가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저의 생각을 정확하고 조리있게 표현하는데 서툰 탓이겠지요.. 게다가 저는 책을 읽으면 현재의 세상과 연결해보며 생각하는 습관이 있어서요. 그런 점에서 의사소통상 오해를 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세미나에 좀더 열심히 참여해보고자 했던 초보자의 의욕이 좀 과했네요. 서툼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는 두서없이 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조금 자중하고 공부가 깊으신 여러 분들의 고견을 열심히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1-03-16 16:27

        ㅎㅎ 보리님^^ 공부하는데 의욕을 내는 것이야말로 미덕입니다~~~ 세미나에서 토의를 하면서 서로의 의견이 다름에서 발견하는 앎의 즐거움을 나누는데 초보자다 아니다의 분별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또 현재의 우리에게도 현생인류의 사유가 면면히 흐른다고 하면 연결점을 찾는 것도 인지상정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더 횡단하고 더 중구난방으로 펼쳐보는 '의욕'을 함께 돋우는 세미나가 되어 봅시다~~~~ 저는 어서 줌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보리님의 그 의욕이 세미나를 더 흥미진진하게 할 날을 기다리게 되네요^^ 이따 저녁 세미나에서 뵈요^^

      • 2021-03-16 17:42

        보리님~ 지금처럼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해주시면 좋겠어요. ^^

        의견은 다를 수 있잖아요. 저도 보리님과 생각이 달라도 이야기하는 거구요.

        세미나가 계속 진행되다보면 저도 보리님의 말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은 의견만 있다면 세미나 하는 의미도 없을 거에요.

        보리님 열심히 세미나에 임하고 계셔서 저도 공부할 맛이 납니다.

        서로 홧팅합시다~~~ ^0^

  • 2021-03-16 17:57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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