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의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세미나 1차 후기

데자와
2022-02-12 18:06
247

정우성을 만나도 멋진 얼굴에서 삐져나온 코털만 바라보고 있을 데자와 입니다. 

며칠 전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 첫 세미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 zoom 인생 중 최대의 인원을 만난 시간이기도 했네요. 

작년 겨울 처음으로 문탁 세미나에 발 들이고, 호된 신고식을 치루고 난 뒤라 좀 긴장을 하면서 두번째 세미나를 만났어요. 제 특기가 미남을 만나도 삐져나온 코털에 집중하기라 ^^ 제 물음은 잘생긴 얼굴보다 코털이었네요. 

 

안으로에서 시작된 물음이 두려움까지 증폭되어 다른 물음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모두를 혼돈으로 몰고 간 것은 아닌가 살짝 걱정이 되더군요. 다들 책에서 각자의 물음들을 멋지게 잘 만들어 내시는데... 저는 아직 제 작은 화두에서 벗어나지 못해 콧구멍 털을 외쳤습니다.  줌이지만 사람들을 만나서 각자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이들과 멍멍 야옹 하다 간만에 사람 말 할 수 있는 대상을 만나서 그런지 흥분해서 계속 손을 들고 말을 했습니다. 끝나고 나서 살짝 제 자신이 부끄럽더라고요. 아무말 대잔치를 시전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나의 손아, 나의 입아 나대지 마라!’ 마음 속으로 크게 외쳐보았지만 말을 듣지 않더군요. 그만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두려움, 불편함, 사랑, 신체가 일으키는 정신활동의 주체, 불안과 죽음, 마음에서 우주 등과 같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하나같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주제들이라 혼자서 흥분하고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답을 생각해보고 ‘앗, 이렇게 이해하면 어떻까?’하고 생각난 것들을 입 밖으로 말하고 싶은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 참 짧다는 생각을 했네요. 시작하기 전에는 아이들 씻기고 재우고 하루를 정리할 시간이라 피곤하겠다 생각했는데 웬걸 세미나 끝나고 나니 더 생기가 돌아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른분들의 질문을 들으면서 생각났던 것들을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

‘불안의 원천이 왜 죽음이 되는가?’ 라는 물음에 문득 임신했을 때가 떠올랐다. 새로운 생명이 생겼지만 이 아이가 죽지 않고 무사히 잘 태어날 수 있을까하는 불안이 매순간 함께 했다. 그래서 내 죽음에 대한 불안이 아이에게 각인 되어 삶(태어남)과 동시에 나에게 떨어지는 순간 아이가 가지게 되는 첫 불안이 죽음이 된 것이 아닐까?

 

붓다는 편함과 불편함에서 다름을 수용하고 그것이 어디서 오는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해탈에 이른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한 사람이 바로 해탈에 들지 못하고 그 고행을 하고 이승의 똥밭을 구르고 나서 완전한 깨달음을 얻는 것은 이것도 일종의 루틴이 아닐까? 삶과 경험이 해탈에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과학은 다시 재연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는 것만을 과학이라 말하고 그 이외의 것들에는 믿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재연할 수 있다고 그것의 인과 관계가 명확히 성립되지 않는 것임에도 확신해 버린다. 뇌의 한 부분이 다쳤을 때 감정, 인지능력이 바뀌었다고 그것을 다 뇌가 관장하는 영역이라 생각하다. 단지 전달하는 부분이 고장나서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상황도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다가 컴퓨터가 고장나서 입력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글쓰기를 주관하는 것이 나인가 컴퓨터인가.

 

아주 느린 걸음으로 코스모스를 읽고 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서양 철학자들의 활동을 찾아본다. 특히 천문학에 대한 것들을, 옛 서양 철학자들 중 어떤 무리들은 자신의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하늘을 바라봤고 현재 글 결과로 우주를 탐사하고 있다. 그런 걸 보면 마음을 찾아서 깊게 파고들다 보면 우주로 가지 않을까? 빅뱅과 같은 우주의 시작이 지금의 나의 시작일테니...

 

와 같은 생각들을 해보았습니다. 머릿속에 담고 있었다면 잊혀 질 생각들을 기린님의 후기 토스로 인해 정리해 본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제 생각들을 정리해 보면서 친구들이 왜 저를 4차원이라고 했는지 살짝 이해가 되기도 하네요 ^^

다음시간에는 나대는 저의 마음을 잘 달래서 다른 분들의 이야기들을 잘 들어보는 것을 목표로 세미나에 임해야겠어요.

댓글 3
  • 2022-02-13 16:20

    데자와님! 공부방에서 못뵌지 오래되어 줌으로 만나서 반가웠어요.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질문을 하니, 그래서 같이 공부하는 재미가 있는 것 아닐까 싶어요.

    저는 책의 뒷부분을 읽으며 곰샘이 <숫타니파타>에서 발견한  '마음에서 우주로'를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 2022-02-14 08:40

    데자와님^^ 저의 후기 토스를 받고 마음을 내 주셔서 다시 한번 고마워요^^

    세미나 내내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한껏 고양되었던^^ 데자와님의 생각이 후기에 고스란히 느껴져요^^

    2회차에는 마음에 남는 구절로 생각을 더 쫀쫀하게 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2022-02-17 19:12

    정우성의 코털이라니^^
    엉뚱 발랄한 표현에 빵 터졌어요.
    데자와님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에 재미난 글에 감탄하면서, 덕분에 1강 수업도 정리되고 감사합니다.
    질문 없는 저로서는 살짝 부럽기도 하고  2강 수업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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