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생태학 2회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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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8 11:49
372

2학기 첫 번째 책인 ‘마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제법 읽을만(?)해서 재미있었다. 하지만 다음 책인 ‘마음의 생태학’은 벌써 두께에서부터 압도당하고 오래된 논문의 짬빠가 있어서, 읽기에 아주 곤란한 책이었다. 벌써 두 번째 수업인데, 저번 시간에 길을 헤매서 그런지, 추석 2주를 쉬다 와서 그런지, 처음 보는 책 같은 새로움으로 메모를 작성했다. 메모를 작성할 때까지는 내가 맡은 부분인 정신분열증 이론 부분까지만 이해했는데, 수업에 참여하여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 개념이 잡히고 작가에 대한 매력에 빠진 하루였다.

(조리 있게)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인상 깊었던 내용에 대해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볼까 한다. 먼저 내가 메모한 부분은 정신분열증의 발생원인인데, 이중구속 이론을 말한다. 정신분열증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발생원인을 엄마에게서 보는 이런 이론은 새롭게 느껴졌다. (요즘에는 유전학적인 부분을 더 많이 이야기하는 거 같고, 나도 엄마인지라 처음에는 조금 거슬리긴 했다) 이중구속이란,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딜레마적인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를 부담스러워하지만, 그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거짓 애정을 보인다. 아이는 엄마의 거짓 애정을 알아차리지만, 그것을 진짜 애정인 척 ‘해석’한다. 하지만 그 해석대로 엄마에게 다가간다면, 거부당한다. 그러면서 아이는 세상과의 소통에서 잘못된 정보와 반응을 배우게 되고, 결국은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어 버려서 정신분열증이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처음에는 '엄마가 너무하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에 나온 여러 가지 예시를 읽다 보니, 이것은 우리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이었다. (물론 이렇게 심각하게 병적인 증세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직도 엄마 노릇에 파묻혀 사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아이가 사회성이 없는 이유가 나도 모르게 행해졌던 이중구속의 상황 때문이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너무 나와 붙어있으려는 아이가 부담스러웠다. 기회가 생기는 족족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길 원했다. 이런 부분들은 좀 더 혼자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기억에 남았던 두 번째 이야기는, 기계적 학습에 관한 부분이었다. 겸목쌤은 문탁쌤이 말씀하신 들뢰즈가 이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부분을 알 것 같다며, 기계적 학습이론을 이야기하셨다. 기계적 습관이라는 말은 얼핏 들었을 때는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학습하면서 도구적 보상과 목적에 의한 것보다는 기계적으로 학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세미나를 예로 들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세미나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그냥 기계적으로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그 무언가(?) 혹은, 앞에서 이야기했던 ‘블리스’를 얻게 되는 것일까... 라고 이야기했다. 어떤 일하면서 목적론적인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라는 것은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마음으로 깊이 이해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목적이 없는 삶에서 나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가. 이 목적의식을 버리기가 너무나도 힘이 든다. (그러므로 아무 생각 없이 써야 하는 날짜에 후기를 쓰는 것으로 해석해본다... ㅎㅎ)

 

마지막에 나왔던 알콜중독자의 예도 흥미로웠는데, 내용보다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반응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알콜홀릭이 되어본 사람들은(?) 이 책의 구절구절이 공감된다고 하였고, 나처럼 무언가에 깊게 중독되어 본 일이 별로 없는 사람으로서는 (아주 자주, 금방, 얕고 넓게 중독되었다가 빠져나오는 인간상) 별로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알콜중독자의 자존심 부분을 이야기 하는 게 흥미로웠는데, ‘나는 나 스스로 술을 끊을 수 있다’라는 생각 때문에 도리어 알콜중독에 빠진다는 것이다. ‘술병이 자신을 죽일 수 없다’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므로 끊임없이 술을 마시게 되는데, 이 지독한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 주변 사람들은 알콜중독자를 말려서는 안 되고,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는데, 자기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가 있음을 자각할 때 비로소 알콜 흡입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람의 마음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신기한 것 같다. 전혀 다른 문제일 것만 같은 (정신 분열증, 학습방법이론, 알콜 중독 등) 상황을 예시로 들면서 마음이 만들어지는 다양한 방법을 기술하는 것이 놀라웠다.  마음은 어떤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데, 사람들은 자꾸만 하나로 묶으려고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세상이 흘러가는 모습은 거대한 트레일러가 뒤로 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덜커덩, 덜커덩 힘들게 후진하는 거대한 트레일러를 상상하니 무서워진다.

댓글 3
  • 2021-09-28 13:27

    오호^^ 세미나에서 나누었던 이야기가  다시 복기되는 성실한 후기~~ 모로 ^^ 칭찬해요 칭찬해~~

    저도 '기계적인 요소'(297)말이 인상깊었어요. 

    "염려하는 조심성과 자동적이고 기계적인 주의는 같은 기능을 하는 양자택일적 습관이다. 길을 건너기 전에 자동적으로 길을 살피는 습관을 가질 수도 있고, 살펴야 한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상기하는 습관을 가질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습관 중에서 나는 자동적인 습관을 좋아하며, 만약 미드박사의 권고가 기계적인 자동성의 증가를 의미한다면, 우리가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학교에서는 이미 읽기, 쓰기, 셈하기, 외국어와 같은 학습과정에서 더욱더 많은 자동성을  심어주고 있다."

    베이트슨의 이 주장을 담은 개념은 '기계적인 요소'는 동양고전에서 읽은 생생불식이나 자강불식 같은 개념을 근간으로 하는 스스로 그러한 自然 등이 떠올라서 생각을 확장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 2021-09-28 14:53

    아이를 사랑하자만 부담스러운 것 많운 엄마들에게 공통된 부분일 거라 생각해요. 그만큼 많은 아중구속상태를 만들어왔을 것이고, 이걸 죄책감이 아닌 방식으로 우린 수용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게 어떤 걸까요? 마음의 학습과 습관이란 주제와도 연결되네요. 

  • 2021-10-01 21:32

    이중구속이 정신분열증을 만들 수도 있지만 시인을 만들 수도 있죠. 우리 모두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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