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모를 땋으며> 필사

넝쿨
2022-05-17 15:05
169

댓글 6
  • 2022-05-17 19:40

    나는 바구니를 들여다보았다. 주키니호박 두 개, 양파 한 개, 토마토, 빵, 고수 한 다발이 들어있었다. 아직 반쯤 비어 있었지만 가득찬 느낌이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모두 있었다. 치즈를 좀 사려고 가판대를 곁눈질했지만, 팔지 않고 그냥 줄 것을 알았기에 안 먹기로 했다. 우스웠다. 장터의 물건이 전부 헐값이었다면 나는 담을 수 있는 만큼 쓸어 담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부 선물이 되자 스스로 자제심을 발휘하게 되었다. 나는 필요 이상으로 취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 상인들에게 어떤 작은 선물을 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꿈은 희미해졌지만 희열과 자제심의 느낌은 아직 남아있다. 종종 꿈에 대해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곳에서 시장 경제가 선물 경제로 전환되는 것을, 사유 재산이 공동의 부로 전환되는 것을 목격했음을 깨달았다.  그 전환에서는 관계들이 내가 얻은 식료품만큼 풍성해졌다. 가판대와 좌판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온기와 공감을 주고 받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은 모든 것의 풍요를 함께 찬미했다. 시장 바구니마다 식료품이 담겨 있었다. 정의가 살아있었다. p54

    물론 내 말은 우리가 어떤 관점을 택하느냐에 따라 인간과 딸기의 관계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세상을 선물로 보는 것은 인간의 생각이다. 우리가 이런 식으로 세상을 보면 딸기와 인간 둘 다 변화된다. 이렇게 발달한 감사와 호혜성의 관계는 식물과 동물 둘 다의 진화적 적합도를 높일 수 있다. 자연을 존주오가 호혜성으로 대하는 종과 문화의 유전자는 자연을 파괴하는 문화보다 더 큰 확률로 후대에 전달될 것이다. 우리가 선택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행동을 바꾸며 적응적 결과를 낳는다. p55

  • 2022-05-17 20:17

  • 2022-05-17 21:24

  • 2022-05-17 21:24

    그해 9월 자주색과 황금색의 짝은 호혜성을 살아냈다.

    그 지혜는 하나의 아름다움이 나머지 하나의 빛을 받아 더욱 빛난다는 것이다.

    과학과 예술, 물질과 정신, 토박이 지식과 서구 과학이 서로에게 참취와 미역취가 될 수 있을까?

    참취와 미역취 곁에 있으면 그 아름다움은 내게 호혜성을 요구한다,

    보색이 되라고, 자신이 베푼 아름다움의 대가로 너도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만들라고.(78)

  • 2022-05-18 09:32

  • 2022-05-18 21:29

    참취와 미역취

    아름다움에 이르는 길을 찾는 것은 인간 존재의 한 측면이 아니라 존재 전체다.

    그해 9월 자주색과 황금색의 짝을 호혜성을 살아냈다. 그 지혜는 하나의 아름다움이 나머지 하나의 빛을 받아 더욱 빛난다는 것이다. 과학과 예술, 물질과 정신, 토박이 지식과 서구 과학이 서로에게 참취와 미역취가 될 수 있을까? 참취와 미역취 곁에 있으면 그 아름다움은 내게 호혜성을 요구한다. 보색이 되라고, 자신이 배푼 아름다움의 대가로 너도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만들라고.

    78쪽

    유정성의 문법

    살아 있는 땅을 ‘그것’이라고 말하면 땅은 ‘천연자원’이 된다. 단풍나무가 ‘그것’이면 우리는 사슬톱을 들이댈 수 있다. 하지만 단풍나무가 ‘그녀’라면 한 번 더 생각할 것이다.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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