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젝트> 거대한 전환 3회차 후기

블랙커피
2022-04-16 16:34
275

에코프로젝트 다섯 번째 시간인 4월 13일에는 강의에 앞서 세월호 8주기 추모 시간을 잠시 가졌습니다. 망각할 수 없는 세월호를 차분히 기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날의 강의는 <거대한 전환> 13~15장까지였는데요.

스피넘랜드 법 이후 노동시장이 형성되고 시장경제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벌어진 일들, 즉 시장의 팽창에 맞선 사회보호운동이 다양하게 펼쳐지면서 자유주의 시장과 사회보호운동이 부딪치는 지점을 다루었습니다.

자유시장 체제는 인간은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은 토지라는 이름으로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버렸는데요. 폴라니는 자유시장의 반대 운동의 핵심은 개입주의를 통해 토지와 노동에 관한 시장의 활동을 억제하는 데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편 화폐라는 상품허구로 인해 생산조직도 위협을 받게 되는데요.

자유시장 이론을 이끄는 고전파의 화폐이론은 화폐의 본질을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정의합니다. 그러나 폴라니는 사회적 구매력으로서 국가와 은행의 활동에 의해 임의로 창출되는 것이고, 이들의 힘에 의해 뒷받침되는 지불수단이라고 봅니다. 이는 청구권화폐의 이론 속에서 폴라니도 화폐를 보고 있는 것인데요.

청구권 이론의 선구자인 크나프는 잉글랜드 은행의 발생 과정을 논하면서 화폐는 시장의 상품교환에서 파생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입법활동에서 창조된 것이라고 얘기하죠.

그런데 이렇게 은행과 국가에 의해 창조되는 통화체제는 가격의 변동이 심할 수밖에 없고, 그럴 때마다 개별 기업들(생산조직)은 위협을 받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위험으로부터 생산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금본위제를 중심으로 한 중앙은행과 통화체제가 필요했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 상품허구(노동, 토지, 화폐)에 의해 작동되는 자유시장은 다음과 같은 고전파 정치경제학의 세 가지 교리를 탄생시킵니다.

1) 노동의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노동시장)

2) 화폐의 창출은 자동적 메커니즘에 복속해야 한다.(금본위제)

3) 재화는 나라에서 나라 사이로 아무런 장애나 편파적 차별을 만나지 않고 자유로이 움직여야 한다.(국제자유무역)

그리고 이 세 가지 교리를 대표하는 말로 ‘자유방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자유방임이 전투적 신조로 등장한 것은 1832년 중간계급의 정치적 승리 이후였습니다.

자유방임의 세 가지 교리는 셋 중 하나만 달성함이 소용없고 불가능하며, 동일한 하나의 전체를 구성합니다. 그렇기에 이제 경제적 자유주의는 전 지구적 규모로 작동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죠.

여기서 폴라니는 자유방임이 전혀 자연적인 아님을 폭로합니다.

폴라니는 그 첫 번째 이유로 자유방임은 시작부터 국가에 의한 법령과 집행을 통해 나타났다 고 말합니다. 자유무역을 주도했던 면화산업만 보더라도 보호관세, 수출장려금, 간접적인 임금보조의 도움으로 등장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폴라니는 정부의 개입은 지속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얘기합니다.

이에 반해 자유방임 제한 조치들은 완전히 자생적인 것이었습니다.

1860년 이후 영국의 공공여론에서 ‘자유방임’ 혹은 ‘집단주의적’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는데,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은 이러한 흐름들을 자유주의를 반대한 쪽에서 고의적으로 만들어낸 활동의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폴라니는 다이시의 분석을 통해 ‘반자유주의’ 방향의 활동들은 순수하게 자생적이었고, 실용적인 데에 원인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폴라니는 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보호주의가 등장한 이유는 오직 자기조정 시장체제의 내적 취약점으로 인한 것임을 강조합니다.

이번 시간에 다루었던 내용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계급적 이해와 사회의 변화를 말하는 13장이었는데요.

흔히 우리는 계급적 이해의 본질은 경제적 성격을 갖는다고 생각하기 쉽고, 그래서 보호주의는 계급의 경제적 이해를 목표로 한 운동이라고 생각해버리곤 합니다. 그러나 폴라니는 이에대해 “뭣이 중헌디?”라고 우리에게 반문하죠.

개인의 행동동기가 오로지 물질적 욕구충족의 논리로 결정되는 일은 극히 드물고, 더 큰 중요성을 갖는 동기는 사회적 인정의 문제라는 것이죠. 폴라니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맞서 사회보호 운동에서 요구했던 것을 자세히보면 “정말로 중요하게 여겨진 것들은 관련자들의 직업적 위치, 안전과 안정성, 인간의 삶의 형태와 사회 내에서의 존재범위, 인간환경의 안정성 등”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폴라니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집착을 버려야 함을 강조하죠.

1)현실에서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은 사회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분파적 이익이다.

2)인간 집단의 이익은 화폐소득이다.

이어서 폴라니는 어느 한 계급이 역사의 드라마에서 맡게 되는 배역은 그 계급이 사회전체와 맺는 관계로부터 주어지고, 그 계급의 성공여부는 스스로의 이익이 아닌 다른 계급들의 이익까지 폭넓게 수용하고 봉사할 수 있는가에 따른다고 결론 내립니다.

폴라니는 19세기에 계급이 사회 속에서 담당한 역할에 따라 사회 전체의 모양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도 말하고 있는데요.

중간계급은 시장경제의 담당자로서 그들의 사업적 이익은 생산과 고용창출을 통한 사회전체 이익과 일치했으나, 시장경제가 내포한 위험들을 감지하지 못함으로써 사회전체의 이익의 수호자로서의 자격을 잃게 됩니다.

한편 노동자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계급 이익보다 더 폭넓은 보편적 이익을 대표하는 존재가 됩니다.

이렇게 자유시장이 확립한 후 자유시장의 내적 취약성으로 인해 사회보호운동은 자생적으로 발생하고, 이러한 이중적 운동은 부딪치게 되는데요.

한편 19세기 말 보통선거의 보편화로 노동계급이 국가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커지고, 중간계급은 산업에서의 주도권이 정치적 권력을 내포하고 있음을 자각하게 되죠. 그러면서 계급갈등이 깊어지는는 방향으로 나아가죠. 한편은 정부/국가를 요새로, 다른 편은 경제/산업을 요새로 삼아 싸우는 가운데 사회의 핵심적인 두 기능인 정치영역과 경제영역은 분파이익을 위한 투쟁의 무기가 됩니다. 그 결과 20세기에 들어서 파괴적인 교착상태에서 피시즘의 위기가 나타났다는 것이 폴라니가 얘기하는 19~20세기 초반의 흐름입니다.

이러한 흐름들은 뚜버기샘이 심혈을 기울여 만드신 한 장의 그림 속에 잘 나타나있죠^^

 

13장에서 또 흥미로왔던 점은 ‘문화적 진공상태’를 다루는 부분이었는데요.

폴라니는 “사회적 재난이란 문화적 현상이지 인구 통계나 소득 수치 등으로 측량할 수 있는 경제적 현상이 아니다”라며, 식민지 문제, 빈곤 문제 등의 근원적 원인이 경제적 착취에 있다기보다 원래 살고 있던 문화적 환경의 붕괴에 있다고 얘기하죠.

이는 현재의 빈곤문제, 세대문제 등을 다룰 때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거  같습니다.

강의에 이에 조별 토론을 두 조로 나누어 진행했는데요.

저희조는 정말 많은 주제를 얘기를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행동 동기가 경제적 이익이라는 것이 크게 차지하는 현실에서 사회적 연대 등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농업주권의 문제, 모든 문제들을 경제적 원인으로 환원시켜 버리는 경향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요즘 언론 지형문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문제, 사교육을 시켜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임대주택 문제 등등....

<거대한 전환>을 통해 우리 삶의 다양한 부분을 다시 사유하고 다시 짚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뭐 뾰족한 대안들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시 생각해보는 것!!

여기부터 다른 발걸음이 시작되는 것이겠죠? ㅎㅎ

다음은 14~16장까지를 읽고 얘기해보기로 해요^^

 

댓글 8
  • 2022-04-18 06:54

    심혈을 기울인 한장의 그림!!

    인상적이었죠 ㅋㅋ

    “문화적 진공상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 매순간 겪게되는 상태인듯해요.

    진공이 되지않게 괜찮은 문화를 가꾸어가야할 것 같아요 좋은 친구들과 함께,,,

  • 2022-04-18 19:59

    와~ 꼼꼼한 후기, 감사합니다.

    어떤 이상향이든  내안에서 부터 시작해서

    가족, 마을~~ 이렇게 조금씩 넓혀간다고 생각해야

    지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나의 이상은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계속

    접속하지 않으면  ,금새 동력을 잃게 되는것 같아요.

     

  • 2022-04-18 22:38

    <거대한 전환>을  읽으면서 따라가기에 벅차지만, 한 회차씩 세미나를 하면서 나의 삶을  되짚어 보며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답니다.

    꼼꼼한 후기를 보면서 강의안을 한번더 보게 되네요~~감사합니다^^

  • 2022-04-19 10:54

    와, 벌써 후기가... 생각했더니 화요일이네요ㅋ

    블랙커피님 덕분에 지난 주 공부한 내용 복기하면서 이번주 내용으로 고고씽!

    낼은 날씨가 좋을 것 같죠? 

    모두모두 낼 뵙겠습니다^^

  • 2022-04-19 11:14

    후기 감사해요. 분명히 열심히 적으면서 듣고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던것 같은데 또 새롭네요. 

    이제 막연한 돈 중심의 전제를 가지고 경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있으면
    "아 그 존 스튜어트 밀, 아니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이 딱 한번 나왔다던데.. , ?"
     "칼 폴라니 라는 분 알아? 땅이랑 노동이랑 화폐랑 그런게 상품으로 거래 되는 게 원래 그런게 아니었다던데...  이상하지?" 와 같은 말을 좀 할 수 있게 되어서 

    뿌듯합니다. ^___^ ㅋㅋ

  • 2022-04-19 11:28

    블랙커피님~후기 존경스러워요^^
    같은 수업을 들었는 데,  전 아직도 정리가 안되네요. 그래도 후기를 읽으며 천천히 되집어 볼랍니다.
    조별 이야기시간
    계속 의심(?)하는 제 옆 계신 노라샘의 얘기 중
    오지랖을 부려도 호구가 돼도 오히려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니 부러웠어요.
    폴라니가 말한 사회가  바로 옆에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 2022-04-19 14:18

    강의보다 함께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생생하게 체감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멀리서 오시는 선생님들 뿐 아니라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함께 공부하자고 맘 먹은 여러 쌤들의 에너지가 든든합니다.

    후기와 댓글도 그런 점에서 참 좋습니다!  꼼꼼하게 정리해주신 블랙커피쌤 감사^^

  • 2022-04-19 14:36

    다들 매주 후기를 꼼꼼하게 써주시니, 공부를 게을리 하다가도 마음 다잡게 됩니다. 후기를 두세번 읽어야 겠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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