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젝트>4회차-거대한 전환- 두번째 시간 후기

노라
2022-04-07 16:19
309

새로운 회원 74년생 아낫을 환영하며--

 

<비폭력대화>를 배우신 분답게 말을 조곤조곤 예쁘게 하시는 아낫님 인사와 함께 시작된

<거대한 전환> 두 번째 강의.

 

  이름도 어려운 스피넘랜드법!! 1795년 “가난한 이들이 스스로 벌어들이는 수입과 무관하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 법은 이 말만 들으면 무지 괜찮은 거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사실상 노동자가 아닌 고용주에 대한 보조금인 셈이었고 장기적인 결과로는 노동생산성이 하락됨과 동시에 임금수준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일반 민중들은 원치 않아도 빈민구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중간계급은 자유로운 노동시장과 자본주의 경제의 작동을 위해 이법의 철폐를 요구해왔고 1834년 결국 폐지되었다.

 

   폴라니에 따르면 구호대상 빈민문제의 진정한 원인은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있다고 한다. 예전의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들이 크게 늘어났지만 아직 전국적 노동시장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무역의 극심한 낙폭에 따라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른바 산업예비군층의 형성이 시작된 것이다. 도시의 공장노동자들은 한 순식간에 실업자로, 또 빈민으로 전락하는 사태가 비일비재했다.

   폴라니는 모든 인간에게는 사회적 지위가 있어서 친족,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해지는 사회 성원으로서 행동하게 된다고 말한다.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그 안에서의 행동 패턴을 준수하고자 애쓸 때 새로운 삶의 목표를 얻기 위해 분투할 수 있고 그런 과정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영혼을 되찾을 수 있다. 대혼란기의 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자신을 새로이 나타난 계급의 일원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를 구호대상 극빈자와 한 묶음으로 전락시킨 작위적인 방식이 스피넘랜드법의 가장 혐오스러운 점이라고 그는 평가한다.

 

    오언은 존 벨러스의 아이디어를 이어받아 노동계급의 경제적 자급자족을 실현시키려는 다양한 실험들을 해 나간다. 폴라니는 오언의 이런 실험들이 이후로 생겨날 다양한 사회주의의 이상들의 모태이자 맹아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스피넘랜드법 당시의 하나의 의문 – 당시 사람들은 구호 대상 빈민들이 어디에서 생겨나는 지, 어째서 공공사업의 이윤을 위해 구호대상 극빈자들을 고용하면 사적 이윤을 위한 고용보다 채산성이 떨어지는 것인지 모두가 납득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은 시장체제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여서 시장체제의 취약점들이 은폐된 상태였기 때문에,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부도, 새롭게 나타난 빈곤도 아직 그 성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시장경제의 여러 제도들에 내재한 해로운 경향들에 대해 사회가 의식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입법으로 현실에 강제하여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 오언의 주장이다. 그는 기계제 공장의 도입으로 인해 비참한 상태에 빠진 인간들이 이제는 거기에 의존하여 연명하고 살아간다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인간 타락의 가장 큰 이유를 공장에 기초적 생계수단까지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일차적으로는 경제적인 이유로 보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며 그 본질은 사회적 문제라는 사실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다. 개인의 행복과 전체의 행복에 대단히 해로운 원리가 작동하여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적 환경, 그의 이웃동네, 또 공동체 내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 그의 직업적 기술 등을 무차별하게 때려 부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예전에 경제적 존재가 묻어들어 있었던 자연과 인간과의 여러 관계들이 완전히 황폐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빈곤 문제는 이 거대한 사태의 경제적 측면에 불과하며 입법을 통한 개입과 방향 제시로 파괴적 힘과 맞서지 않는 한 실로 거대하고 영구적인 사회악들이 필연적으로 생겨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많은 경제학자와 철학자, 사상가 이름이 나열된 이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왜 폴라니가 이 책을 썼는지, 우리가 이 시기에 왜 이 책을 읽고 있는지 느껴질 것이다. 두 조로 나뉘어 한 토론에서 우리는 벤담의 판옵티콘에 대해 이야기도 나눴고, 오늘님이 시작한 도시농업 수업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고, 닭을 키우고 있는 새봄님의 자연의 법칙을 따르고 있는 닭들과 인간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그 시절 명망가들이 말하는 빈민에 대한 의견들이 요즘 일부 정치인들이 막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놀라워했다.

   중요한데 빠진 부분이나, 나머지 이야기는 동학들의 댓글로 이어질 것이다.

 

 

댓글 7
  • 2022-04-07 17:01

    빠른후기 아주 굿입니다.

    노라와 같은 이야기조였는데요 .

    다들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 스피넘랜드법이 어떻다는 이야기인지부터 헷갈려 읽으면서 갈피를 잡지 못했는데 강의 들으니 제법 정리가 되었다고 하셨어요.

    폴라니가 말하는 게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사회라는 것까진 알겠는데 사회를 어찌해야할는지는 참 감이 안잡힌다는 얘기도 했고요.

    좀 더 공부하면 감이 잡히려나~~~

  • 2022-04-07 17:19

    저두 노라샘조^^

    고마리샘께서  마지막에 말씀하셨던

    자연과의 관계 회복의 중요성도

    여운이 남아요.

  • 2022-04-07 21:41

    노라샘의 충실한 후기 좋아요^^

    노라샘이랑 세미나를 같이 해서 을메나 좋은지요~~~

     

    스피넘랜드법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구호법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배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떠한 구호도 쓸모없다, 굶주림만이 해결법이다.' 라는 확신을 갖는 사람들이 생겼으니까요.

    사회를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때 시대 상황을 잘 읽어내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죠.

    지난번  "(차라리) 아무것도 안하는 정부를 원한다" 라고 하신 새봄님의 친구분 말씀이 생각났어요.

  • 2022-04-07 23:32

    아까 파지사유에서 노라샘이 후기 작성하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컴터 모니터로 빨려 들어가시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후기가 비로소 완료되었을 때, "이제 놀러갈 수 있다!" 며 아주아주 좋아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수고하셨어요 ㅎㅎㅎ

     

    저는 비-노라샘조입니다. (저희는 셈나에서 나눈 얘기를 각자 올리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 당시, 그러니까 근대에는 뉴턴 이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이 자리잡았다고, 그때부터 자연을 마구 파헤치고 자연의 여러 힘을 인간에게 복종시키려 하는 인간-자연의 이분법이 생겨났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읽다보니 인간과 자연이 멀어진 다른 계기가 보이더라구요. 오히려 고전경제학은 인간을 염소떼/개떼의 비유와 동일시하면서 파괴적인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은 굶주림 앞에 인간성조차 쉬이 버리는 나약한 존재로 바꿔 버리는 방식으로 설명하려 했다는 것은 참 역설적이었습니다. 그러한 자연주의적 전제들로부터 사회는 경쟁사회, 정글 같은 곳이라는 독특한 인식이 생겨난 점도 그렇구요. 지금의 관점에서는 그저 가짜 뉴스 같은 이야기들이 당시 사람들에게는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니, 현재에도 그런 스피넘랜드법 같은 것이 있어 우리의 눈을 가리고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성급하고 엉뚱한 판단을 하는 것으로 몰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하니 좀 무섭기도 하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고 그렇더라구요.   

  • 2022-04-09 21:51

    기술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날 때 우리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18세기 영국의 이야기를 하면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4차 산업 시대의 우리모습을 떠올리게 된다는 이야기가 우리조에서는 나왔습니다(곰곰님과 같은조). 20여 년 동안 첨단기술문명의 혜택과 변화를 고스란히 겪었던 우리들은 이런 변화의 순간이 반복되어 일어나는 것을 압니다. 빠르게 기술을 받아드렸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면 요즈음은 굳이 바꾸고 싶지 않은 것들이 늘어가고 있지요. 이제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기술이 주는 편리함과 도덕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공존해갈 수 있는 방법은 어떻게 가능할까 싶습니다. 삶을 과거로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니 우리에게 이것은 늘 되풀이되는 질문이겠지요. 번영의 정점에 도달한 영국에서 빈민의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고전경제학자의 말은 나에게 인간세상의 비정함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결국 인간이란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봐야하는가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했던 고전경제학자가 살았던 동시대에 로버트 오언도 있었습니다. 그는 인간의 본질이 경제적 인간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임을 강조합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대하면 사람이 되고, 짐승으로 대하면 짐승이 된다’는 그의 말은 기술혁신을 앞에 두고 생각해볼만하겠지요.

    그리고 사람이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는 교육을 강조합니다. 도덕적 훈련이 선행된 사회가 되어야 그가 생각하는 사회가 가능하다고 말입니다. 인간삶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했던 것도 같네요^^

  • 2022-04-09 23:43

    저도 곰곰님조 입니다. 노라샘의 이야기에서 스피넘랜드법에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는 말이 무지 괜찮은거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것처럼 저도 그시대에 기본소득을!!!이거 괜찮은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를 위해 만들었으며 누구를 위한 혜택이란 걸까?..... 순수하지 않은 그들의 의도가 보입니다. 제도라는것이 현재에도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이익으로 누군가에게는 부당함으로 돌아오는게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자본주의는 4차혁명을 지나 5,6차 어디까지 나아갈지 모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사회적인 인간입니다. 자기 개인 이익만을 가지고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사회전체가 공유하고 있는 규범과 가치를 가지고 게임을 벌이는 사람들이란거죠. 조별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공동체형성과 그사이의 관계의 중요성.이란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던거 같아요~~

  • 2022-04-10 18:26

    환영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사 책을 손에 잡았습니다. 이제부터 열심히 보려구요. 

    지난번에 말씀들을 듣다가 소로우가 생각났었는데 월든에서 나온 말은 아니고, 시민불복족이었나 싶어요.. 

    적선을 받는 것이나 정부 연금 등등을 받는 것에 대해서 이름은 달라도 빈민구제소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적으로 보더라구요. (책이 어디갔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정확지 모르겠습니다. ) 전인적인 충만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하자는 책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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