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에코프로젝트 시즌1> 첫시간 후기, 느낌이 좋아요

띠우
2022-03-17 17:46
256

 

에코프로젝트 시즌 1이 시작되었다. 시즌1은 곰곰, 느티나무, 달팽이, 띠우, 토토로, 넝쿨, 노라, 참, 블랙커피, 겨울, 새봄, 남연아, 유, 오늘, 뚜버기님까지 15명이 함께 한다. 상반기에는 경제적 상황을 벗어날 수 없는 현시대적 문제를 고찰해보고, 그 안에서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 나누게 된다. 봄시즌의 튜터인 뚜버기님이 올해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신 후 전체 참석자들의 자기소개가 있었다. 닉네임과 공부이력, 올해 에코활동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는데 새로운 분들의 기운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첫 시간에 함께 읽은 책은 빌헬름 라베의 <피스터의 방앗간>이다.

시즌 시작 전에 노라님에게 전화를 받았다.

이 책 누가 정한 거야?

음.... 왜요?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독일소설을 이렇게 읽겠어요ㅋㅋ

 

이 책은 독일 환경문학의 효시, 혹은 19세기 산업자본주의와 맞선 독일 최초의 생태소설이라고 소개되는 작품이다. 1884년 발표된 이 작품은 1882년의 실제 사건, 당시 독일의 설탕공장폐수가 바베라는 냇물을 오염시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게 된 방앗간 주인이 제기했던 소송을 모티브로 쓰여졌다. 소개글 때문에 글의 방향을 짐작했는데 결론에 이르러서도 작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아서 당혹스러운 느낌이었다. 산업화 과정 속에서 수질오염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문제의식을 드러내는가 하면 새로운 물질주의 시대에 대한 기대라는 양가적 감동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몰락하는 시대와 새로운 시대가 겹쳐질 때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지금 우리가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양가적 감정과 다르지 않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고 하면서도 무더운 여름이면 아아를 몇 잔씩 사먹기도 하니 말이다. 나 역시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나 시적인 문장에 상상의 나래만 저 멀리 펼쳐져갔는데, 다시 읽다보니 내가 자주 겪는 양가적 감정과 맞물려 마주한 문제들에 대한 나의 선택들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읽다보면,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삶의 기본적인 바탕이 달라지던 시대를 보게 된다. 농업국가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은 1년 365일동안 자연은 생기고 사라지는 순환과정을 통해 그 안에 모든 존재들과 연결되어 살아갔었다. 그러나 산업화는 그 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린다. 나의 삶과 단절되어 버린 자연은 애착의 대상에서 멀어진다. 그렇다, 모르면 멀어진다. 그리고 현시대의 문제의식은 경제적 상황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구조다. 말 그대로 거대한 전환의 시대였다. 주인공이 계속해서 찾는 그림은 그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그림이자 또한 앞으로 그리고 싶은 희망의 그림이기도 할 것이다.

 

운하가 발달했었던 독일은 산업화에 따라 하천오염이 두드러지게 보였다고 한다. 과거 서울에서도 하천을 덮는 일들이 수두룩했다. 내가 어려서 자랐던 강서구는 논도 있고 밭도 남아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콘크리트로 뒤덮인 복개천위에서 뛰어놀게 되었다. 문득 나도 한 마디 해보고 싶어진다.  ‘그 그림들 다 어디갔지?’ 요즘 내가 자주 걷는 탄천, 깨끗하고 냄새도 안 난다. 그러나 미세먼지로 뒤덮인 공기와 거리를 뒤덮은 자동차떼가 바로 이웃해있다. 전체를 바라보는 삶이 아닌 내 눈앞에 이익만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파트는 나날이 산자락을 파헤인다. 자연 보존과 경제 발전 사이의 딜레마는 더 교묘하게 삶으로 침투해 들어온다.

 

우리는 늘 과거와 현재와 미래 사이에 서 있는 존재다. 사람들은 불확실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로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포기하기도 하지만 요즘 들어 소확행을 추구하는 분위기도 많아지고 있다. 작은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미래보다는 현재에 삶에 충실하자는 선택이다. 그러나 이런 선택이 의미 있으려면 이것이 순환의 과정에 들어갈 때인 것 같다. 단절된 삶에서 현재삶에 대한 만족의 추구는 자칫하면 편가르기가 될 테니 말이다. 그리하여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가는 삶, 문자 그대로 좋은 삶을 함께 살아가기, 올해 에코프로젝트에서 만난 분들과 해보고 싶어진다.

 

현재 생태공방은 (일 못하는 내가 보기에) 동천동에 꽤 넓은 텃밭을 얻어놓았다. 농사를 짓겠다고는 했지만 도시에서 살았던 우리는 아마도 서툴 것이다. 그렇지만 함께 하면 즐거울 것은 분명하다. 할 수 있는 만큼씩 서로에게 기대면서 땅과 친해져갔으면 좋겠다.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농사도 짓게 되면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우린 올해 어떤 그림을 그릴까.

 

다음 시간에는 윤구병샘의 강의가 있다. 주간과제는 올해 농사계획이나 또 다른 에코활동을 메모해오면 된다. 청소당번은 달팽이 반장님이 단톡방에 올려주시기로 했다. 다음주에는 오늘님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댓글 5
  • 2022-03-17 18:00

    첫모임 좋았어요. 오랫만에 하는 세미나에 멀리서 오신 새로운 친구들!

    풍경화를 떠오르게 하는 독일 사실주의 소설! 그리고 각자가 읽고 써온 문장들! 완벽하게 준비된 튜터 뚜버기샘!

    전 한해동안 15분의 친구들과 재밌게 잘 지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음을 쏟고 마음을 받는 공부를 해보려구요.

    벌써 다음주 수요일이 기다려지내요 ㅋㅋ

  • 2022-03-17 19:51

    오~~ 띠우님^^ 후기 감사합니다.

    시작하는 설레임으로 두근두근했던 첫시간이였어요. 같은 책 다른 생각들이 들고 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우리의 원을 부드럽게 감싸는 편안한 기운이 흐르는 게 느껴졌어요. 저는 많이 서툴고 버벅되겠지만☺️함께 시작하는 농사일이 기대되네요😁

  • 2022-03-17 22:25

    독일 소설이라면 헤르만 헤세보다도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먼저 떠올리는 저로서는 <피스터의 방아간>은 조금 거리감이 있는 소설이었네요. 왠지 희곡을 읽는 느낌이랄까? 혼자서는 별 감흥도 없이 덮었을 책인데 다른 분들과 함께 읽으니 주옥같은 문장들이 뽑아져 나오고 그 문장이 마음에 다가온 이유들이 이어지고...덕분에 참가하신 분들과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 좋은 시간이었어요.ㅎ

    농사는 조금 걱정인 것이 물을 아침에 주는 게 좋거든요. 이것도 머리를 맞대면 다 해결되겠지요?

  • 2022-03-17 22:33

    참여자가 많아 살짝 걱정했는데 차분히 집중하는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시작부타 뭔가 리듬이 맞는 느낌이랄까요 ㅋㅋ

    한 해 잘 보낼 것 같아요

     

     

     

     

  • 2022-03-18 08:42

    띠우님의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가는 삶, 좋은 삶을 함께 살아가기" 
    지금까지 제가 못한 것이지만,  함께한다면 달라지겠지요.
    장시간 운전으로 골반, 어깨, 손목이 뻐근하지만, 좋은 기운을 받아서 충만합니다.
    수요일 오후 농사도 함께 라면 즐겁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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