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읽기 <허클베리 핀의 모험>, 첫번째 모임 후기

윤수민
2021-04-13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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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번째 책으로 접어들고 봄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만났다. 늘 <톰 소여의 모험> 다음으로 읽었었던, 동화책의 기억으로 남아있던 이 책을 다시 제대로 펼치게 되었다. 앞 시간들에서 읽었던 <페스트>와 <자기만의 방>과는 다르게 술술 읽어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상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헉과 자유를 위해 도망쳐온 짐의 동행이 자꾸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마크 트웨인이라는 작가와 이 소설이 쓰여진 미국의 배경을 조금 살펴보며 시작했다. 이러한 지식들을 알고 문학을 접하는 것과 그러지 않았을 때의 차이는 당연하게도 크다. 보통 나는 잘 찾아보지 않고 무작정 펼쳐보는 방법으로  책을 읽다가 궁금해지면 찾아보는데(내 딴에는 우선 온전히 책을 읽고 그 뒤의 이야기들을 들은 뒤 오는 또 다른 느낌들을 분리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실은 귀찮음이 커서..!), 아무튼 읽기를 하면서는 조금 더 깊이 읽어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마크 트웨인이라는 작가가 흑인들과 여성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고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보니 더욱 더 새롭게 보였다. 무조건 '백인' '남성' 등의 권력과 지위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오늘도 내 편협한 사고를 반성했다. 무엇보다 사투리에 관한 부분에서 원서로도 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며 모두 공감했다. 다른 작품들보다 묘사와 표현들이 어렵지 않아 보이니 곧 가까운 날에 원서로 읽어봐야겠다.

 

 '나는 호기심으로 혀가 탔습니다. 톰 소여라면 여기서 꽁무니 빼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나 자신에게 타일렀습니다.' 149쪽뿐만 아니라 많은 장면들에서 헉은 계속해서 '톰이라면 이렇게 했을거야' 라며 행동을 옮겼다. 헉에게 톰은 어떤 존재일까. 항상 자신보다 앞서서 행동하고 도망치지 않는 용기를 가진 친구, 그리고 다른 의미들로 그렇게 헉을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한 존재의 생각과 행동은 온전한 나로만 이뤄질 수 없는 것 같다. 수많은 타자들이 섞이고 뒤엉킨 복잡함 속에서 혼합해낸 무언가가 있고 우리는 그것을 내 생각, 내 행동이라고 믿으며 하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것들을 받아들이거나 나도 모르게 스며들거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헉과 짐과의 관계도 재밌었다. 나이와 인종, 그리고 그 둘을 갈라놓는 모든 차이들을 뛰어넘고 동등한 존재 대 존재로 서로를 대하는 태도들은 내가 지금 맺고 있는 관계들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만들었다. 살아온 세월이 길다고 경험이 많다고 더 완벽하거나 존경받는 건 아니란 걸 크면 클수록 알게 되는 것 같다. 우리 모두 죽을 때까지 '미생'일테니까. 어떻게 살아도 늘 부족하고 실수할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누가 더 대단하고 우월하나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 그 자체로 바라봐주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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