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읽기 <프랑켄슈타인> 메모#2

윤수민
2020-10-2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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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6월요일, 아무튼, 읽기 <프랑켄슈타인> 메모 #2

 

윤수민

 

 이번 책은 인상깊은 구절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메리 W.셸리의 모든 표현들은 시를 떠올리게 했고 오래된 노래 가사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내가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들을 몇자 적어보려고 한다.

 

 지난 시간에도 말했지만 <프랑켄슈타인>과는 구면이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열여섯의 나는 말로만 들었던 이 책과 200클럽이라는 기회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는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정선태선생님의 설명으로 먼저 접했다. 다시 책을 읽어내린 뒤 강의 노트를 펼치자 더 깊고 많은 것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반가웠다.

 

 책의 구조는 액자형이라는 신기한 방식으로 되어있다. 책은 윌턴의 편지-{빅터의 이야기 (피조물의 이야기) 빅터의 이야기}-윌턴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편지로 시작하는 구조, 또는 극 속의 극과 같은 구조는 많이 봐왔지만 이러한 방식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윌턴으로 연결되고 또 빅터로 연결되고 그로부터 피조물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두 번을 거쳐서야 이 책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피조물을 우리는 볼 수 있다. ‘마치 작가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피조물이 완전한 타자처럼 느껴지도록 구성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피조물로부터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불행에 빠지는 빅터가 아닌 공포스러운 존재인 피조물에게 더 이입을 하였다. 분명 피조물은 인간도 아닌 괴물, 물기 어리고 흐릿한 노란 눈과 주름이 가득한 창백한 피부를 가진 거대한 존재인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내가 피조물이기에 그러한 것이 아닐까. 태어난 순간부터 부정당하고 혐오와 괄시를 받아온 피조물을 보면서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 탄생했지만 수많은 부정들-여성, 청년, 소수성 등-을 당하며 살아가는 내가 보였던 것 같다. 그러나 사회는 나를 빅터로 살아가게 한다. 눈에 보이기도 안보이기도 하는 제 3의 인물을, 타자를 적으로 세워놓고 그에게 엉뚱한 비난의 화살을 돌리게 한다. 그러면서 수많은 부정들이 결국 나에게 스며들어 내가 결코 그 부정들에 의문을 품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는 나조차 나를 부정하게 된다. 나와 다르기에 틀리다고 믿게 만들고, 저 타자들에게 혐오를 쏟아내는 것에 내 힘을 다하게 만든다. 나는 무력한 어른이 되어버린다. 여기에서 내가 제대로 삶을 살아내는 방법은 내 스스로가 피조물임을 자각하고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잔혹한 괴물인 피조물을 무작정 비난하고 한낱 실수로 불행해져버린 빅터를 동정하는 것이 메리 W.셸리가 독자들에게 바라는 전부는 아닐 것이다. 왜 독립운동가들이 총과 폭탄을 들었는지, 왜 저 피조물이 살해할 수 밖에 없었는지. 돌을 던지기 전에 이에 대한 이유를 우리는 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또한 어떤 위치에서 어떤 존재로 이 사회에 서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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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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