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게릴라 세미나>, 두 번째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폭주하는 남성성』 5-8장을 읽고 만났는데요, 지난 시간에 불참하셨던 효주샘이 돌아오셨고, 아쉽게도 참샘은 건강 문제로 불참하셨어요ㅠ 건강히 돌아오시길!
성별 분포도 비슷하고, 연령 분포도 고르다는 점이 이번 세미나의 장점이었죠. 그만큼 첨예한 의견들이 오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오늘은 페미니즘이 가지고 있는 ‘공격적 언어’나 편향적으로 보이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어요. ‘여성혐오’를 주창하는 페미니즘 진영에서 도리어 ‘남성을 혐오’하며 갈라치기를 하고 있지는 않느냐는 질문이었죠.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입니다. 세미나 때 잘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어서, 후기를 통해 간단하게 제 생각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페미니즘이 가진 ‘공격적 언어’는 보편성에 대항하는 저항성에 담보합니다. 세미나때 버블샘이 예를 들어주셨듯이 흑인들이 제기하는 인종차별 담론이 그렇듯이 ‘저항의 언어’는 때로 거칠고 공격적입니다. 하나의 전략으로서 그 극단을 달리는 게 ‘레디컬 페미니즘’(책에선 ‘렏펨’이라고 소개된)이지요. 레디컬 페미니즘은 본인들의 문제의식을 더욱 ‘사회적 문제’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의도적으로 논란을 일으켜 다양한 질문과 논쟁이 촉발되도록 자극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는 노동운동이나 소수자운동에서도 비슷하게 촉발되어요. 전장연 측에서 시민들이 가장 많은 불편함을 느끼는 시간대인 출근 시간에 지하철 선전전을 벌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들은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은 걸까요? 맞습니다. 한편으로는 최대한 많은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다양한 담론이 오갈 수 있는 지대가 형성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과연 ‘불편을 겪는 시민’이라고 했을 때, 그 ‘시민’에 포함되지 않는 이들이 누군지 드러내며 아무 제약 없이 ‘시민’에 포함된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 위함입니다.(그럼에도 선전전에 나갔을 때 장애인 분들은 매번 “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며 지하철을 탔습니다.) 페미니즘 진영에서 취하는 전략과 말투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들에게 ‘왜이리 공격적으로 말하냐’고 묻는 건, ‘정상성’에 저항하려는 그들에게 다시 ‘정상성’을 요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 이런 질문도 있었습니다. ‘벗방’이나 성매매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모두 그들의 ‘자유로운 선택’ 아닌가. 이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말이 함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보통 학교에서는 국가의 출현을 홉스의 ‘사회계약론’에 의거해 설명합니다(요즘도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국가와 같은 사회적 장치가 없다면 우리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 놓인다는 것이지요. 쉽게 말해 서로의 것을 빼앗거나 지키는 혼돈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겁니다. 그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우린 ‘계약’을 맺고, ‘국가’에게 권력을 위임하여 하나의 ‘사회’를 이룬다는 거지요. ‘자유로운 개인’들의 ‘계약’을 통해서, 국가가 탄생한 겁니다. 그러나 많은 인류학자들은 고대 부족사회들을 예시로 들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는 실제로 없었음을 시사합니다. 사회계약론을 이야기했던 홉스나 루소, 로크에 의한 ‘상상된 자연상태’일 뿐이었죠. 오히려 사회계약론에 이면엔 권력 기관으로서의 국가를 합리화하기 위한 맥락이 존재했습니다. ‘자유로운 개인’을 탄생시켜야만 하는 맥락이 있던 거지요. 이를테면 자본주의 국가가 기능하게 하기 위해 농민들을 토지로부터 이탈시키는 ‘이촌향도’, ‘인클로저 운동’과 같이 말입니다. 요컨대 ‘자유’에 이면엔 ‘폭력’을 통한 국가권력의 합리화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벗방’이나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선택은 정말 자유로웠을까? 한때 유행했던 말처럼 그들이 ‘누가 칼들고 협박’해서 ‘벗방’을 호스팅한 것은 아닙니다. ‘영끌’해서 집을 샀다가 집값이 폭락한 사람들도, 주식이나 코인투자에 실패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모두 ‘자유로운 개인의 선택’이었으니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논리가 적용되죠. 신자유주의입니다. 성공도 실패도 모두 ‘자유로운 개인’의 문제로 환원되죠. 다만 어째서 그런 선택지가 존재하는지, 그들은 왜 그런 욕망에 휩싸이는지를 살펴보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시야를 ‘개인’에 두지 않고 ‘구조’로 옮겨 둘 수 있죠. 이는 동은샘이 세미나때 언급했듯 『폭주하는 남성성』 1장에 나온 ‘연속선의 사고’로 세계를 이해하는 법이기도 합니다. 어느 ‘미친 개인’, 혹은 ‘무능력(무책임)한 개인’의 사건이 아니라 그런 욕망과 환경을 구성한 구조는 어떤지 살펴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 구조에는 ‘정상성(남성성)’을 기반으로 작동되는 폭력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폭주하는 남성성』의, 나아가 페미니즘의 관점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분명 중요하지만, 세미나 시간의 대부분이 이런 이야기들로 흘러가다보니 오히려 책에 대한 논의가 적어진 게 아쉽네요. 부디 남은 시간들을 열린 마음으로 페미니즘을 바라보시고,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들이 흘러가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이번엔 이번 시간 메모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이번 시간 메모라면 역시 동은샘의 메모를 빼놓을 수 없겠죠. 독보적인 분량으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에게 내재된 ‘남성성’을 돌아보는 글이었어요. 저는 특히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고등학생 이후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카톡을 통한 교류가 중심이 되던 시기였다. 그 당시 어떤 영상이 남학생들 사이에서 영상이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된 사건이 있었다. 나는 그 영상이 무엇인지 물었지만 남학생들은 내 앞에서 쉬쉬하며 모른척 했다. 나중에 그 영상이 어떤 연예인의 섹스비디오(로 추정되는 영상)라는걸 알았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그들이 나를 배제하고 있다는 서운함이었다. 그들이 나를 자신들과 다른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감각이었다.”
그것이 어떤 관계이든 특정한 관계로부터 배제된다는 경험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사람을 얼마나 취약하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어요. <소년의 시간>의 주인공인 제이미도 마찬가지였죠. ‘헤게모니적 남성성’이라고 불리는 추상적 집단, 사회적으로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무언가에 속하지 못한다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폭력으로 전도되는 과정이었죠. 사실 누구나 그렇습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노인이든, 청소년이든, 동물이든, 누구든 간에 우린 서로와 관계를 맺고 상호성을 기반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 관계가 어떻게 표명되는지와 상관 없이 그로부터 배제된다는 경험은 정말 폭력적입니다. 그리고 그 배제를 사회가 직접 주도하고 있다면, 사회가 폭력을 생산한다고 봐야겠죠. 우리가 그토록 이야기하는 ‘남성성’이 그 정체일 것입니다.
다른 분들의 메모도 흥미로운 게 있었는데~ 분량이 점점 길어지니 후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해야겠네요ㅎㅎ 못다한 이야기나 세미나때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고, 다음주에는 우에노 지즈코의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하여』 3장까지 읽고 옵니다! 다음주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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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 2025.06.20 | 133 |

후기만 보면 뭔가 오해가 있을것만 같아서...^^...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 시절에 별로 좋은 기억이 없었어요. 메모에 썼던 일은 사실 버닝썬 게이트 사건의 정준영때문에 기억이 났었는데요, 그땐 ‘내 주변에도 저런 일이 있었지’라고 그냥 경멸스러워하면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나는 왜 그 당시 영상 속 연예인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싶더라구요. 제가 놀랐던 건 그 영상 속 여성이 피해자라는 생각조차 못했던 부끄러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냥 ‘얘들이 나를 친구 취급도 안하는구나’만 생각했던 거겠죠. 잎사귀쌤 딸분이 가장 세상을 경계하고 있을때 있었던 일이네요. 10년도 넘은 일이지만... 저는 다른 방식으로 바뀌었겠지 별로 달라지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ㅋㅋ
세미나에서 우리가 왜 사회를 여성의 관점으로 보아야 하는가, 책의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남성과 여성의 구도가 아니라 다른 관점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버블님이 말씀하셨던 ‘문화적 청사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개인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 가치를 찾아가면 되는 것 아닐까? 물론 그 가치는 모두 다르고 그것을 모두에게 강요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좋은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도, 자본주의에 대한 고찰도,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도 모두 이를 위한 도구가 아닐까요?
그 가치를 무엇이라고 하면 좋을까에 대해서도 여러가지가 나왔어요. 남성성과 여성성으로 나누지 말고, 인종으로 구분되지 않고, 막연한 ‘인간성’, ‘초월성’ ‘좋은거’같은 것도 아니고... 이번 메모를 다시 읽어보다가 ‘시민사회’라는 말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마침 저희가 읽을 다음 책 제목이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하여> 입니다 ㅋㅋㅋ 다음 책을 통해서 다른 이야기를 또 나눌수 있게 될 것 같아요. 한시간 반으로 계획한 세미나였는데 두시간을 넘길뻔 했어요. 다음시간은 또 어떻게 되려나요 ㅎㅎ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시야를 ‘개인’에 두지 않고 ‘구조’로 옮기기! 우현님 후기에서 제가 꼭 잡고 가야 할 문제의식인 거 같아요. 자꾸 잊어버려요 ㅠㅠ
어제, 오늘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가 관계 맺고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공동체는 무너졌는데, 광고나 SNS 등으로 인해 무의식은 되려 자본주의에 잠식 당해 다 비슷한 삶을 꿈꾸고 추구하고 비교하고 늘 결핍감과 피해 의식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닐까? 기득권이 은근히 요구하는 모습에 맞추려고 자발적으로 발버둥 치고 좌절하고, 약자에게 혐오를 뒤집어 씌우는 건가?
저항의 언어를 저항의 언어임을 알고 듣고 읽기, 저의 선결 과제 같아요. 고민하게 만드는 세미나입니다. 옆에서 다양한 의견으로 도와주시니 너무 좋아요. 간만에 전투력 뿜뿜!!
우현님의 후기 덕분에 지난 시간이 정리되네요.
자본읽기 세미나를 끝내고 이어지는 시간이라 집중력도 흐려지고 배도 고프고 집에도 가야 하고 ㅎㅎ
2시간의 시간이 좀 정신 없었는데, 차분히 후기를 보니 그나마 길을 잃지 않겠어요.
후기 감사해요!
다음 시간은 집중해서 텍스트를 중심으로 풍성한 이야기 기대해봅니다.
세미나 말미에 우현샘이 말씀하신 유머와 조롱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어요,
생각할 지점이 많았던 세미나였는데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해주셔서 감사해요^^
아주 관심 가는 세미나여서 눈팅을 하고 있었는데(덕분에 소년의 시간도 보고 폭주하는 남성성도 읽어보았습니다아),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가 오갔군요. 미러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복잡했는데, 저항의 언어라는 관점이 와닿았습니다. 많은 반발들이 정상성으로의 회귀를 요청하는 반응이라는 점이 확 이해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함께 머리 맞대고 또 복잡한 문제들을 고민할 기회를 기다리겠습니다!
우리 언제쯤 같이 세미나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