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철학학교] <차이와 반복> 7주차 후기

호수
2022-04-22 01:13
402

엄살을 부려 죄송합니다... 대단하게 쓸 것도 아님서.... 지금 번역하는 책을 마감을 앞뒀는데(그러고 보니 이 책 시작하면서 작년에 하이데거 세미나를 포기했는데 그걸 아직도 하고 있네요 ㅎ) 게다가 지금 세미나를 욕심껏 두 개나 해서 ㅎㅎ 그런데 세미나 하고 나면 뭔가 기분 전환이 되어서 그 덕분에 일을 어찌어찌 해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려운 거 보면 다른 게 쉬워지는 효과.....는 아니고.. (다 어려워서..) 혼자 말고 같이 뭘 읽고 얘기를 나눈다는 거 자체가 좋아요.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는 특히나 사전에 꼼꼼히 읽지 못하고 갔는데.. 뭔가 진도에 대한 포기(?)가 있는 건지 아무튼 다들 천천히 얘기하시고 ㅎㅎ 가만 듣다 보니 뭔가 알게 된 거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결국엔 후기를.. ㅎㅎ 이제 써보면 알겠죠.. 거대한 구멍들을 ㅋ 후기를 쓰는 덕분에 미진한 이해가 채워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어보며....... 자유롭게 막 쓰겠습니다.

 

3절을 마치고 4절을 시작했어요. 돌아보니 3절은 지금까지 흐름을 볼 때 좀 독특한 장인 것 같습니다. 줄곧 철학사 안에서 차이 그 자체를 보지 못한 선배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와중에 자신이 생각하는 '차이와 반복'을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빠지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설명이 충분치 않은 느낌이어서 여전히 서문을 읽고 있는 기분도 들어요. 아무튼 오늘 본 3절 마지막 부분에서는 니체의 영원회귀가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는 가장 길게 언급이 된 것 같아요.

 

여기서는 일차적 원리와 이차적 원리가 있습니다. 일차적 원리는 생성의 원리겠지요? 동일성 원리는 이차적입니다. 그런데 이 동일성 원리는 지금까지 몰매를 맞아온 그 동일성의 원리와 다르네요. 그러니까 '미리 동일한 것으로 설정된 어떤 개념'(봉쇄를 거친 개념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얘기가 아닙니다. 여기서는 동일성을 '반복'이라고 규정합니다. 달리 말하면 동일한 일은 오로지 반복한다는 것뿐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회귀나 반복은 '동일한 것'의 반복입니다. 그런데 들뢰즈가 주목하는 동일함은 반복의 내용이 아니라 반복 그 자체에 있는 것인 것 같아요. 반복의 내용, 그러니까 '되돌아오는 것'은 동일자가 아니라 극단적인 형상들입니다.

 

이 시점에서 나온 이 '극단적 형상들'은 1장 처음 들어갈 때 나온 형상과 같은 것일까요? 슬쩍 보니 좀 다른 느낌이 드는데... 세미나 시간에 연극적 세계에 관한 이야기가 잠시 오갔는데요, 저는 우리가 사는 현실 속 '연극'이 들뢰즈가 파악하는 세계의 절묘한 메타포라고 이해했어요. 무엇은 원래 무엇이다라는 것이 전혀 없는 세계, 배우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 되는 것은 바로 가면을 쓰는 것.

 

4절에서는 새로운 재현적 사유가 다뤄집니다. 망아적 재현인데요.... 이 망아적이... origique(네이버 불어사전에 나오지도 않아요) 디오니소스 축제의 통음난무.. 영어 번역본에서는 orgiastic('진탕 마시고 노는'이래요)인데 이거 번역어 되게 고민됐을 거 같아요. 재미있는 후보군도 많았을 거 같고요 ㅋ 아무튼 자기를 놓아버리는 상태라든가 망나니? 느낌도 있어서 저는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ㅋㅋ 들뢰즈가 이 단어를 선택했을 때는 '유기적'의 organique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가 되었을 것 같네요. 그런데 사실 맥락으로 보면 이 통음난무는 코가 비뚫어지도록 진창 마시는 것보다 '소란'에 더 방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불안'에 대한 요요샘 설명처럼 헤겔과 라이프니츠 방식 둘다 쉬지 않는 운동이 포함되어 있고요. 그렇게 보면 '망아적'에 아쉬움이 좀 남네요.

 

바로 헤겔로 넘어가기 전에 4장의 서론 격인 두 절에 나오는 '양자택일'이 논의되었는데 무한 안에서는 좀 더 크고 작음이 무의미해진다, 동일해진다는 의미에서 헤겔과 라이프니츠가 유기적 재현을 벗어났지만, "두 사람 모두 무한하게 작은 것과 무한하게 큰 것 사이의 양자택일에 다시 부딪힌다"는 저는 여전히 해결이 안 되었는데 혹시 다른 분들 설명 붙여주시거나 4절을 마치고 다시 봐도 좋을 듯합니다.

 

헤겔은... 작년에 철학사할 때 첫단추 시리즈 헤겔을 읽어보았는데 참 기괴한 결론이로구나....라는 인상이 크게 남았어요. ㅎ 그 절대정신이라는 게 무엇이냐 싶고 심하게는 헤겔 자신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해서 아주 많이 이상해 보였어요. 아무튼 어떤 이상적인 상태, 도달해야 하는=도달할 수밖에 없는=도달해가고 있는 어떤 상태가 있다고 봤다는 것(아렘샘이 언급하신 이데아로 돌아감이 이것을 말씀하신 것일 수도 있겠네요)으로 기억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정반합 변증법을 통하는 것이죠. 오늘 세미나에서 얘기된 표현을 가져오면 이 과정이 타자의 상반성이 자기의 상반성으로 바뀌는 과정이고 이것이 내면성의 운동이라는 것인데 이때는 자기 안의 타자에 무관심한 상태입니다. 그러다 모순, 자기 자신이 타자가 되는 모순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외면성의 운동이 되네요. 정군샘은 자기 안의 타자를 알아보고 규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설명하셨던 것 같아요. 이 과정이 무한히 일어날 때, 그러니까 헤겔이 비난한 선배들과 달리 절대적 최대치에 도달하면 비로소 모순의 정점에 도달하는 것 같아요. 그전에 거치는 무한히 많은 정반합의 과정에 있을 차이들, 무화되었다 돌아오고 생산될 차이들, 이것이 헤겔이 차이를 설명한 방식 같아요. 이것이 완결되었을 때 역사가 완성되는 그런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물자체를 남겨둔 칸트와의 대결이 있다는 언급도 있었던 것 같고요.

 

역시 길어지네요. ㅎㅎ 쓰고 다시 안 볼래요. 라이프니츠는 더 몰라서 쓸 것도 없으니 곧 끝납니다. ㅎ 라이프니츠는 비본질적인 것, 사례들에서 출발합니다. 그냥 미적분을 갖고 제가 이해한 만큼만 쓰자면 미적분은 곡선의 변화를 직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지요. 변화는 차이를 내포하고 있고요. 그런데 직관으로 알아챌 수 없는 정도의 차이까지(직관에 대해 차이가 소멸해버릴 정도) 설명해내는 게 라이프니츠가 발명했다는 미분법이고요. 여기서도 크기는 중요하지 않고(dx는 x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고 dy가 y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다, 가마솥샘이 dx는 x를 미세하게 변화시킨 것이라서 크기로 치면 x가 훨씬 크다, 즉 크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는 뜻이다, 라고 설명하신 것으로 기억해요), dy/dx, 즉 미분비가 질적인 관계를 표현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은데..... 여기서 극한... 수렴.....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몰라요.... 이십 년도 더 전에.. 수포자였어요...... 아무튼 자주 얘기 나왔던 1에 수렴하는 것과 1. 무한히 작은 차이라도 남아 있어 절대 1이 되지는 않는 상태.. 뭐 그런 상태의 긴장, 끝없는 운동.. 그런 것들을 떠올렸습니다. 다른 분들께서 설명해주시면 잘 읽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일단(?) 마칠게요. ㅎㅎ 이번 시간에는 125쪽 단락 바뀌기 전까지 읽었고요, 다음 시간에는 4장만 마무리하고 지금까지 읽은 것을 다시 보고 모이기로 했어요. 질문 하나씩 추려서 올리기로 했고요. 오늘 세미나 끝나고 자연스레 담소(?)를 나누어서 좋았습니다. 그럼 한주 무사히들 잘 보내고 또 뵈어요.

댓글 15
  • 2022-04-22 10:10

    이런 빛의 속도 후기라니^^ 일단 어제 내용 다시 좀 읽어보고 생각해보고  진지하게 댓글달겠습니다~

  • 2022-04-22 10:54

    오늘 문탁오는 길에 초등학생용 미분 동영상을 봤어요. 정군님 생각이 나더군요^^

     

    1편 :

    2편 :

    끝까지 보면 dy/dx의 의미와 제곱근의 의미를 알게 돼요.

    3편 : 미분으로 가기 전에 함수부터 알아야...

     

     

     

    • 2022-04-22 17:10

      저는 그 정승재의 50일 수학이라는 걸 보려고 합니다 ㅋㅋㅋ

      https://www.ebsi.co.kr/ebs/lms/lmsx/retrieveSbjtDtl.ebs?courseId=S20160001150#lecture

       

    • 2022-04-22 17:50

      수포자 1인 추가요. 

      저는 그냥 이번 생엔 안 할라고요.ㅋㅋㅋㅋㅋ  (차라리 엑셀이나 배우자.ㅋㅋㅋ) 

  • 2022-04-22 14:45

    저도 4절에 이르러서 새삼 깨닫게 된 게, 1장의 내용이 '서론'의 연장이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서론에서 '반복'을 두고 이런저런 철학사적 작업을 하는데, 1장에서는 '차이'를 두고 그렇게 하는구나 하고 말이죠. 그렇게놓고보면 예상하건데, 본격적인 이야기는 2장부터 시작될 듯 합니다. 거기서부터 '시간'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것의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따위를 이야기 할 듯 합니다. 아마 '차이와 반복'이 가장 일차적이기는 하겠지요. 그런 점에서 보자면, 서론과 1장의 내용은 차별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서론과 1장의 내용이 이후에 반복되면서 새로운 의미들이 덧붙는 형태로 전개되리라 예상합니다.(2장에서 프로이트와 칸트가 나오고, 4장에서 라이프니츠가 또 나오는 걸 보면 말이죠)

    '양자택일' 문제는, 표현만 요약하자면, "두 사람은 '양자택일'을 극복하지만, '양자택일'에 다시 부딪힌다"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이번에도 또 싱겁게도 ㅎㅎ 바로 뒤이은 문장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듯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망아적 재현은 어떤 이원성을 향해 열려있다." 그러니까, 이 말은 이 둘의 체계를 작동시키는 원리가 바로 '양자택일'의 원리라는 말인 셈이죠. 어떤 국면에서 '차이'를 발견하면 헤겔은 '무한대'로 가는 운동 안에 그걸 통합하면서 양자택일에서 벗어나고, 라이프니츠는 그 국면을 만든 '부분규정들'을 솎아내면서 양자택일에서 벗어납니다. 그러면 그 국면은 해소되지만, 더 커지고, 더 작아진채 다시 돌아오는 국면에서 그들은 다시금 '양자택일'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고나서 또 크게, 또 작게-또 양자택일-이런 말 같습니다. 그래서 이 '원리'는 항상 어떤 '불안'을 자기 안에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사실상 이 체계들을 굴리는 동력원인 셈이죠. 제 생각에 들뢰즈는 그 '불안'을 유발하는 것 자체를 일차적인 것, 말하자면 '이념'으로 읽어내고 있습니다. 이게 또 생각해보면 재미있는게, 맑스가 헤겔을 두고 거꾸로 서있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은 그걸 바로 세운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건 유물론으로 바로 세운다는 말이죠. 그런데, 들뢰즈도 말하자면 그와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관념론을 유물론으로 컨버팅하는 것보다는 훨씬 복잡한 작업이지만요.

    라이프니츠 이야기는 그가 '모나드'를 뭐라고 설명하고 있는지를 보면 '부수적 속성'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좀 수월해집니다.(질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모나드는 복합체 안에 있는 단순한 실체에 다름 아니다. 단순하다 함은 다시 말하면 부분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복합체가 존재하므로 단순한 실체들이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복합체는 단순한 것들의 무더기 또는 집합체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모든 창조된 존재는, 따라서 창조된 모나드도 마찬가지로, 변화하도록 되어 있고, 이러한 변화는 모나드에게서 연속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사실로 인정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니까, 모나드는 단순한 실체고, 분할 불가능하고, 일어날 모든 일이 이미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그런 놈이군요. 그래서, 얘는 아주아주아주 극히 작은 내적규정들을 갖는 놈이고요. 그 극히,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작은 것 하나만 달라도 이 모나드와 저 모나드는 다른 것이 되고요!

    다음 시간 오이도샘 요약 부분의 관건은 모나드의 저런 성질을 두고 볼 때, 라이프니츠에게서 '차이'가 어떻게 '개념'이 되는가 하는 문제가 되겠습니다.

    에효... 벌써 9주가 다 지나갔다니... 여전히 낯섧니다. 진짠가 싶어요. 사실은 5주 정도 지난거 아니었나요?

    • 2022-04-25 16:26

      양자택일요. 이원성과 어떻게 연결지어야 의문이 안풀렸는데, 정군님의 설명이 도움이 됩니다~

    • 2022-04-26 09:09

      고맙습니다. 후기에서 답변과 보충이 가장 필요한 부분을 꼭꼭 집어내서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친절한 과외 선생님 같으세요. ㅎㅎ

       

       양자택일은... 지난번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의 다의성처럼 양자택일 자체가 결정적인 부분이라고 짐작만 되었는데.. 사실 샘의 설명을 봐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오늘 낮에 둘째 운동하는 거 기다리면서 4절 나머지 부분을 더 꼼꼼히 읽어봐야겠습니다.

       

      후기를 쓰고 나니 라이프니츠 부분이 아예 구멍이구나 싶었어요. 정군샘이 말씀하신 파도가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후기에 쓰려고 하니 절대 써지지 않더라고요. 토요일에 이정우의 책을 조금 들춰봤습니다. 사실 작년에 철학사 발제할 때 제가 라이프니츠였는데 ㅋ 그래서(?) 이정우의 접힘과 펼침도 사서 조금 봤었어요. ㅎㅎ 이번에 프로그램 부분 좀 보다가 세계철학사 3권에서 해당되는 부분도 봤는데.. 모나드가 조금 더 이해되네요. 모나드라는 단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사실 이게 중요한 지점 같아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개체들이 라이프니츠에게서 모나드가 될 수 있네요. 그런데 모나드가 '단순한 실체',  즉 '부분이 없다'고 하니 어리둥절해지지요. 가령 뽀삐는 코도 있고 입도 있으니... 그러면 부분이 다시 모나드가 되는 것 같아요. 뽀삐라는 모나드와 별개인 뽀삐의 코라는 모나드. 각 모나드는 '완전개념'으로서 따로 떨어져 있고요.. 이거 알쏭달쏭인데..ㅎㅎ  이정우 책에서 이 상황을 '진정한 하나'이면서 '질적인 여럿'이라고 설명했어요. 종이학은 하나이지만 다면체이고 그 면들 하나하나를 질로 생각해보라고..(<접힘과 펼침>, 247)  정군샘이 세미나에서 홀로 안타깝게 몇 차례 말한 '빈위'.. 이게 미분비라고 볼 수 있더라고요. '하나의 모나드는 빈위들의 집합체'이고 이 '빈위들 하나하나가 모두 규정성들의 계열체"이고요(이정우 <세계철학사>3권, 244). 그러면 나라는 개체는 무수히 많은 빈위들의 집합체이고 이것은 정말이지 아주 작은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네요.. 목요일까지 좀 더 읽어볼게요. 

       

      • 2022-04-26 10:47

        정군샘이 반복해서 라이프니츠 관련해 언급했던 내용들을 이정우가 쓴 접힘과 펼쳐짐에서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라이프니츠 사상의 일관성을 본인 저작에서 파악하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말 그대로 정합적인 논증이나 주장으로 가득 넘치는 두꺼운 저작을 남기기에 라이프니츠는 너무 바쁘고 속된 삶을 살아서 그런가 싶어요. 이런 상황에서 이정우 선생의 접힘과 펼쳐침은 참 잘 읽혔습니다. 라이프니츠에 대해서 뭔가 알게 된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뭐 터무니 없는 생각일테지만.... 그래도 발판 삼을 글을 만난 느낌은 있습니다. 

      • 2022-04-26 19:39

        '파도 이야기' 관련 인용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모호한 감각들은 지각들이 아주 무한히 다양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이것은 대략, 바닷가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들이 듣는 혼동된 소음이 서로 부딪히는 무수히 많은 파도들의 집적에 기인한다는 것과 유사하다. 만일 서로 결합하여 하나가 되지 않는 많은 지각들 중에 다른 지각들보다 현저한 지각이 존재하지 않고, 그들이 거의 동일한 강도의 인상을 야기하거나 동일한 정도로 영혼의 주의를 끌 수 있다면, 그들은 단지 모호한 형태로만 지각될 수 있을 것이다."  (<형이상학 논고> 33번)

        "모든 영혼은 무한한 것을 인식하고, 모호한 방식으로 이긴 하지만, 마치 내가 바닷가를 산책하면서 바다의 굉장한 소음을 들을 때 나는, 물론 서로 구별할 수는 없지만, 전체의 소음을 구성하는 모든 파도의 개별적인 소음들도 듣는 것처럼, 모든 것을 인식한다. 그러나 우리의 모호한 지각들은 바로 전 우주가 우리에게 주는 인상들의 결과이다. 이것은 모든 모나드들에게서도 마찬가지이다. 유일하게 신만이 모든 것에 대하여 판명한 지각을 가진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존재자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신에게는 모든 것이 그의 중심으로부터 거리를 두지 않고 직접적으로 현전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신에 관하여 그의 중심은 도처에 있고 그 대신 그의 주변은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아주 적절하게 말하였다."  (<자연과 은총의 원리>, 13번)

        요걸 보면 칸트가 대결했던 지점, 들뢰즈가 변환하고자 했던 지점들이 슬쩍슬쩍 보이는 것 같습니다. 

  • 2022-04-25 12:16

    벌써 시즌1이 막바지라니요... 제 요약은 '그럭저럭' 이 한마디입니다. 계획대로 진도를 뽑지도 못했고, 철학학교 진도도 제대로 나가지 못한 듯 보이지만 내용이 참 실했다고 여깁니다. 토론도 토론이지만 다른 이가 읽어주는 들뢰즈도 각별했습니다. 시즌1은 이제 영원회귀 부분 하나 남은거네요...목요일 영원회귀로 뵙겠습니다.  

  • 2022-04-25 16:24

    제가 맡았던 헤겔 부분에서, 의문을 가졌던 즉자적 모순와 정립된 모순.. 이 둘은 무엇이 다른가. 등 몇가지 정리하려고 도서관에서 헤겔책 몇 권을 좀 훓어봤습니다..  <논리학> 원문에도 즉자적, 대자적 이라는 표현이 구분돼 있다는 것, 그럼에도 정반합과 같은 용어는 그가 쓴 표현이 아니라는 것(피히테의 것이더군요), 모순 개념이 상당히 모호하게 설명되어 그의 논리학 전체가 상당한 오해에 시달린다는 것 등 재미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가져왔습니다. 좀더 정리해서 다음 시간 질문으로 가져갈게요. 

    • 2022-04-26 19:45

      맞습니다요. 헤겔은 정반합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요. 즉자, 대자, 즉자대자 이야기를 했을 뿐임다 ㅎㅎㅎ(그게 뭐 크게 다른가 싶기도 하고요;;)

      <대논리학>을 펼치시다니...  정리해오실 아이디어 넘 기대되는구만요! 

  • 2022-04-26 10:08

    오늘 아침에야 호수샘의 후기를 차분히 읽어보았습니다.

    읽다보니 유기적 재현과 망아적 재현의 차이가 뭘까, 새삼스럽게 꽂힙니다.

    망아적 재현은 재현은 재현인데.. 유기적인 것, 그러니 질서정연한 것이 아니고, 박쿠스적인, 무질서한 재현이라는 의미겠지요?

    아리스토텔레스와 들뢰즈 사이에 망아적 재현이 매개 된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이걸 재현이라고 해야 하나, 아닌가? 그런 점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고 싶네요.^^

    어쩌면 들뢰즈가 재현을 망아적 재현과 유기적 재현으로 구분함으로써 재현의 의미 자체도 확장시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사실 저는 지난 시간 범위에서 헤겔과 관련된 부분이 정말 어려웠어요.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헤겔 좌파적 관점에서 속류적으로 이해된 헤겔은 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하하하.. 수십년전 한 때, 모순이란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의 법칙이라고.. 우리는 달달 외우고 다녔답니다.^^

    그런데  텍스트의 문장들을 읽으면서 정말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충격이었어요.

    안다고 생각한 게 착각이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한거죠.

    네!! 그래서 좋았습니다. 모르니까 공부하는 거고, 배우는 거니까요. ㅎㅎㅎ

    • 2022-04-26 10:42

      망아적인 무한정(라이프니츠)과 무한대(헤겔)가 차이/분별/션별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들뢰즈는 단정적으로 이를 재현이라고 설명합니다. 자기 분열을 보여 자기를 특정할 수 없음에도 이를 재현이라고 하고 있죠. 그 근거는 라이프니츠의 무한소 미분이건, 헤겔의 무한이건 모두 전체성 아래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전체성은 동일성과 마찬가지 좀더 정확히는 전체성은 동일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방법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뭐 그렇다고 들뢰즈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들뢰즈가 기존 선배들을 반복적으로 제한적인 인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 도처에서 드러납니다. 아마도 이는 들뢰즈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러한 선배들이 드러내는 지평 이전/너머라는 맥락인 것 같습니다.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선험이란 말을 빌려보면,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재현으로 드러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들뢰즈식의 선험을 이야기 하겠지요...

  • 2022-04-27 22:50

    지난주 셈나 끝나고부터 바로 튜터샘이 추천해주신 헤겔 해설서들 중 그래도  가장 얇은 책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그 책조차 반도 못읽어서요ㅠ  이 파트 질문은 다음으로 미뤄야겠네요.  제가 셈나 진도를 계속 맞추질 못하고 있는데... 그게 이유야 어쨌든 참  그렇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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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철학학교시즌3] 에세이를 올려주세요! (11)
정군 | 2023.09.18 | 조회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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