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학교 『존재와시간』 14주차 후기

초빈
2021-12-02 22:58
374
 이번 시간에는 <존재와 시간> 마지막 장인 6장을 읽었다. 현존재의 시간성과 시간내재성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현존재는 '그 당시', '지금', '그 때에' 이런 식으로 (꼭 정확한 시계에 의한게 아니더라도)시점기록을 한다.(ex. 해가 뜨면 일어날 시간) 나는 시간은 인간이 발명해낸 개념이라고 생각해왔는데, 현존재에게 시간성에 대한 어떤 감각?이 앞서 이미 포함되어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앞선 감각이 없다면 시간이 발명될 수 없는 거기도 하다..) 시간성 개념들의 구조가 잘 안 잡혀있었는데 매실쌤 질문 덕에 나도 짚고 넘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근원적 시간'은 현존재 시간성의 성격, 상위 개념이고, 그 안에서 본래적 시간(탈자적), 비본래적 시간성(배려하는), 통속적 시간성(시간을 눈앞의 것으로 보는, 가상)이 파생되어 나오는 것이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세미나가 끝났다...!! 끝까지 다 읽었음에도, 누가 "그래서 하이데거가 뭐래?"라는 질문을 던지면(자꾸 가족들이 옆에서 물어본다) 번듯한 대답은 못하지만... 그래도 하이데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뉘앙스는 대충 잡은 것 같으니 일단 이 정도로 만족해야하지 않을까 싶다.(두세번씩 읽는 사람도 어려운 게 하이데거라 하니...) 나름의 각오를 하고 뛰어들었음에도 매시간 '수준에 안 맞는 세미나를 고른게 아닌지...' 생각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ㅋㅋ(사실 책보다도 세미나 난이도가 높았다.. 학식(?)이 뛰어난 사람들 사이에서...) 그래도 책 읽은 것을 후회하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분명 일부 얻어가는 게 있기 때문이다.(궁금하시다면 에세이 기대를... 많이는 말고 조금만 해주세요)
 
 하이데거는 책에서 '본래적 삶', 그리고 그를 위한 '죽음으로의 선구'를 아주 강조하는데... 그걸 실제로 할 수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의식적으로 '아! 나는 지금부터 죽음으로의 선구, 결단을 하겠어!'라고 마음 먹는다고 되는 일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나름의 결론은 단지 나답게, 그때마다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분망하게 배려되고 있는 것 속에서 나를 잃을 것 같을 때마다 알아차리고 내 목소리를 들여다보려고 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 일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 다른 분들은 하이데의 죽음으로의 선구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자신의 삶으로 가지고 들어올만한 실마리가 있다고 느끼시는지요?
 
이제 남은 것은 에세이다... 매번 에세이 쓸 때마다 울었던 기억밖에 없어서 조금 두렵지만...ㅎㅎ 그래도 주제를 어렵지 않게 정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댓글 4
  • 2021-12-03 09:41

    오~ 초빈님의 빠른 후기, 좋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어려웠던 책 <존재와 시간>을 같이 완주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가 같은 과제를 안고 씨름하며 서로 돕는 공동현존재임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동안.. 이라고 쓰고나니 어디선가 지켜보는 하이데거 선생의 눈초리가 느껴지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

    빠르게 에세이로 모드전환이 되고 있는 분들이 부럽네요.

    세미나 첫시간부터 에세이를 향해 달려갔던 초빈님, 초빈님의 에세이를 만날 시간이 기대됩니다~~

  • 2021-12-03 10:20

    에세이를 '많이' 기대하게 됩니다. ㅋㅋㅋ

    저는 존재와 시간을 다시 읽으면서... 이제야 제대로 한 번 읽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최소 십년은 다시 안 읽으려고요.(ㅎㅎㅎ) 읽을 때 마다 '의미'가 있다 싶기는 한데, 감정이 너무 가라앉는달까.... 괴롭달까... 싶어서요. 그래서 여기에서 뭔가를 내 삶으로 가져온다면 '결단하지도 빠져있지도 않으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좀 고민해 봐야겠다 하는 점이었습니다. (전 도무지 그 '결단'이 너무 부담스러워요...)

    읽느라 애쓰셨습니다. 1학기 끝날 때도 똑같은 말을 했었는데.... 다들 자부심을 가지셔요. 우린 <존재와 시간> 다 읽은 사람들. 우훗!

  • 2021-12-05 17:27

    본래적이든 아니든

    어쨌거나 남이 밝혀준 세계가 아니라,

    내가 밝혀가는 세상이라는 개념에

    매력을 느끼는 하이데거이었습니다.

     

    은퇴하구 누구든지 만나면 물어보는 소리에 대답하기 싫을 때,

    "요즘 어떻게 지내(요) ?"
    "하이데거 읽어요"
    "........"  왜 그 뒤 말을 못 이어가는 거여 ?
    ㅎㅎㅎ

    • 2021-12-05 19:30

      ㅋㅋㅋ 철학학교 웃음 담당 가마솥님!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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