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학교 『존재와시간』 13주차 후기

정군
2021-11-26 23:41
321

13회차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후기

드디어! 세미나가 딱 한 주 남았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존재와 시간>을 우리가 스스로, 직접, 이렇게까지 읽어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모두 익히 아는(알게 된) 바와 같이 이 텍스트는 결코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텍스트가 아니니까요. ‘뭐 이런거 아니야’ 하는 느낌으로 읽어가다 보면 ‘여기가 어디지?’ 하게 되는 텍스트입니다. 이것도 우리게 알게 된 바입니다. ‘그렇게 읽어선 읽을 수 없다’. 또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요? 세미나 중에도 계속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이 텍스트가 가진 비교적 뚜렷한 한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계’는 ‘역사’를 다루는 2편 6장에서 더 뚜렷해진 느낌입니다. 그 한계를 이렇게 요약해 보면 어떨까요. ‘철학의, 또는 사유의 대상이 꼭 이렇게 [인간]의 한계 안으로 제한되어야 하는가?!’ 그런 점에서 보자면 우리 세미나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메이야수와 하먼의 문제설정이 괜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걸 새삼 알게 됩니다. 말하자면 ‘상관주의 비판’과 ‘사물의 철학’도 나름의 이론적 배경 아래에 나온 것이라는 것이죠.(이와우치 쇼타로, 『새로운 철학 교과서』 참조)

 

어쨌든, 어제 세미나에서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들 중에 주요한 포인트 몇가지를 집어보자면, 첫째 현존재에게 ‘역사’(역사성)이 ‘어떻게’ ‘왜’ ‘어떤 점’에서 중요한가, 둘째 뜬금없이(?) ‘유산’ 이야기를 꺼내다니 너무 평범하고 보수적인 귀결이 아닌가, 셋째 현존재가 어째서 ‘공동현존재’가 되고 ‘역사’가 왜 ‘공동-현존재-역사’가 되는 것인가, ‘공동’의 매커니즘이나 ‘공동’으로 변이한 존재자의 실상을 따로 다루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공동성을 이미 전제하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넷째 현존재의 ‘반복’으로 ‘역사’를 파악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합니다.

 

지금까지의 제 후기가 늘 그러했듯 이번에도 각 포인트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정리는 하지 않을겁니다. ㅎㅎㅎ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어제 세미나 준비를 하다가 제가 약간 ‘오!’ 했다는 점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저희가 ‘처음’에 비해 저 정도의 포인트들을 집을 만큼 『존재와 시간』에 익숙해졌다는 것이죠. 물론 몇 달, 아니 며칠 지나고 나면 언제 읽었냐는 듯 사라지고 말테지만, 우리가 이미 텍스트에서 어떤 ‘한계’를 보고 있다는 점이죠. 게다가, 이 텍스트의 제목이 ‘존재와 시간’이기는 하지만, 진짜 제목은 ‘(현)존재와 시간’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걸 알게 되니 한 번씩 생각해 보시지 않았습니까? 도대체 ‘사물’이나 ‘자연’의 존재론은 어떤 모습일까? 아니면, ‘현존재’의 ‘본래적 역사성’의 귀결이 정말 ‘민족공동체’를 향한 봉사 밖에 없는 건가? 다른 귀결은 없는 것인가? 뭐 이런 생각들 말입니다. 세미나 때에도 잠깐 이야기가 나왔지만, 하이데거는 사실 ‘이러 저러하게 하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위대한 철학자’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죠.(그런 점에서 맑스-엥겔스는 좀 예외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도 이론적인 저작에서 ‘혁명하라’고 말하지는 않죠) 그런 점에서 보자면 『존재와 시간』은 (하이데거 자신의 논문집 제목이기도 한) ‘이정표’ 같은 텍스트입니다. 실존하는 자의 자각적인 ‘역사성’으로 가면 사르트르가, 헤겔의 부정적 ‘외화’를 극복하는 ‘반복’의 논리를 따라가면 들뢰즈가, ‘현존재’ 중심의 사유를 넘어서고자 하는 곳에 하먼이 있습니다. 말인즉 오늘 우리가 한 공부는 앞으로 어떤 철학을 공부하든지 무적권 도움이 되는 공부입니다. ㅎㅎㅎ 개이득이죠.

 

‘역사’에 이르러 ‘이뭥미’ 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개인적으로는 스피노자, 니체 하이데거로 이어지는 ‘역량주의’가 나쁜쪽으로 갔을 때 어떤 모습이 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정치론』을 꼼꼼하게 세미나를 하면서 읽어야 할 이유가 자꾸 느는군요)

 

자, 그럼 이제 딱 한 시간, 40여쪽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읽어서’ 만나요! 아직 힘빼시면 안 됩니다! ㅎㅎㅎ

 

댓글 2
  • 2021-11-28 11:43

    음.. 40쪽 남은 것을 그저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1편 현존재의 예비분석에서는 현존재의 일상성을 중심으로 풀어내느라 조심스럽게 억눌러져 있었던 본래성과 비본래성의 구도가 

    2편에서는 억압된 것의 귀환마냥 폭죽터지듯 터지고 있는데.. 그것이 제게는 아직 잘 해명이 안되고 있는 것 같아서요.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문제제기는 존재물음이 은폐된 기존의 형이상학과 무세계적 주체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된 것 같은데

    이것이 왜 본래성과 비본래성으로 귀착(?)되어야 했을까요?

    세계-내-존재로 현존재를 보는 것은 기존의 형이상학이 주체를 파악하는 관점으로부터의 단절이고 비약인 것 같은데

    왜 하이데거는 바로 그런 세계-내-존재의 일상성으로는 본래적 자기의 회복-즉 올바른 존재이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저는 이제와서야 하이데거가 세계-내-존재의 현상학적 분석의 출발지점으로 상정한 일상성이라고 말한 것이 대체 뭘까, 그런 뒷북을 치고 있네요.

    아, 이 문제를 생각해보려면 다시 처음부터 읽어봐야 할 것 같은데.. 얼른 남은 40쪽 읽고 당분간 덮어버리고 싶기도 하니..ㅎㅎㅎ

     

     

  • 2021-11-30 01:42

    은근슬쩍 후기를 올리신 것을 이제서야 확인합니다. 전반전에 결장하고 후반전에 헐레벌떡 들어가서도 역시나 뭔 말이 그리 많은지 끝나고 아 입 좀 다물고 있지 왜 이리 말이 많을까 했더랬습니다. 정군샘의 주요 시빗거리는 하이데거의 인간중심주의, 요요샘의 시빗거리는 본래성/비본래성... 집요하게 물고 계시니 뭐가 나오거나 아니면 다음에 다른 사람을 읽어도 중심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간에 주로 했던 말을 덧붙이자면, 하이데거를 인간중심주의로 읽어내신 부분을 전 인간의 한계로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월 혹은 선험이 있다면 그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데 그게 인간의  특권이 아니라 한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요요샘의 본래성/비본래성 의문에는 개인적으로 하나도 안궁금합니다. 아마도 애매하게 평범함을 지향하고 응원하는 성향 탓도 있는 듯 합니다. 정군샘이 자주 하시는 말씀으로 현대를 열기도 하지만, 그가 근대의 끝자락이기도 하니 본래성을 찾거나 말거나 뭐 이런 식으로 읽고 있어서... 제가 좀 나태한 측면도 있습니다. 

     

    징글징글할 정도로 아귀를 잘 맞추는 하이데거의 논증 방식이 드러내는,

    그러니까 명쾌한 논리 구조를 띄며 드러나는 존재가...

    또 그러니가...'존재란 염려고, 염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시간성이고 그래서 (현)존재는 시간성이다'  로 간략하게 정리되는 존재가...

    뒤엉켜 있다는 것...저는 계속 거기 머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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