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문이 예술> 겨울특강 5&6회차 후기

고은
2022-02-04 13:34
247

 

 

 

  5회차에는 새로운 단어인 제사 제(祭)와 제사 제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용례를 살펴보았습니다. 6회차에는 지난 1~5회차까지 배웠던 것과 만들었던 것을 종합하여 제사 겸 축제를 열어보았답니다. 마지막까지 (사정이 있는 소수의 친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친구들이 결석하지 않고 참여해주었습니다. 덕분에 풍성하게 6회의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동은쌤) 다양한 제사의 종류

 

  동은쌤 시간에는 제사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고대에는 다양한 종류의 제사를 지냈다고 해요. 융肜, 익 翌, 제祭, 재栽, 협脅 모두 제사의 이름이었다고요. 제사를 지내는 순서와 루틴이 있었는데, 그걸 반복해서 계산해보면 거의 1년 내내 제사를 지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일년에 한두번 지내고, 그마저도 사라져가는 추세이지요. 그러나 다양한 이름의 제사를 일년 루틴으로 꾸준히 지냈다고하니, 아마 오늘날의 제사와는 그 의미도 맥락도 많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제사에도 일상적으로 지내는 제사와,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 지내는 제사로 나뉘었다고 해요. 질병, 전쟁, 재앙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이것을 해결해나가는 방법 중 하나로 제사를 열었을 겁니다. 동은쌤의 수업을 들으며 추측해보았는데요, 제사를 여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고 함께 힘을 낼 수 있는 역할을 해내지 않았을까 싶어요. 급하게 닥친 일을 받아들이려면 세상과 교통하려는 노력도 필요했을텐데, 제사는 그런 통로가 되기도 했을 겁니다.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 지내는 제사는 일상적으로 지내는 제사보다 조금 더 간단했다고 해요. 아무래도 시의성이 중요하다보니, 속도를 낼 필요가 있었겠죠? 이때 지내는 제사의 순서는 크게 축문(제사의 시작을 알리고, 세상과 교통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행위(제사를 지낸다. 춤, 노래 등의 행위가 이뤄진다.), 마무리(제사를 마무리한다.)로 이뤄졌어요.

 

  이러한 순서에 맞춰 친구들은 직접 제사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우리가 지난시간까지 만들었던 가면과 그릇을 사용해서 말이죠! 1~3명씩 팀을 나누어서 순서를 담당했어요. 제가 도움을 줘야하나하고 기웃거렸더니, 친구들이 오지 말라더군요..^^ 자기들이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합니다. 그럼 10~15분 뒤에 와볼게, 그때 선생님 한번 보여줄래? 하고 뒤에 서서 지켜봤습니다. 제사를 만들 수 있는 소재들은 저희가 그간 배웠던 <논어>의 3문장, 직접 만든 그릇, 진접 그린 가면, 집에서 챙겨온 보자기, 선생님들이 준비한 초와 북이었어요.

 

  아무래도 지난 5회차동안 직접 만들고 배웠던 것들을 소재로 준비하는 것이라 그런지.. 장난도 치고 이리저리 아이디어도 내면서 뚝딱뚝딱 제사 의례를 만들어갔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보자기를 들고 춤을 췄고, 어떤 친구들은 직접 북을 난타하며 리듬을 만들었어요. 지난번에 배웠던 <논어>의 3문장 역시 적절한 곳에 들어가 모두 알뜰하게 사용되었습니다. 

 

 

 

 

 

 

 

 

고은쌤) 선비, 제사에 마음을 쓰는 사람

 

  제사는 당시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 먼저 당시 신분 구조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고대에 가장 높은 신분의 이름은 뭐였을까요? 천자였습니다. 하늘이 임명한, 하늘의 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죠. 천자는 형제/자식이나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땅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들을 제후라고 부릅니다. 훗날 천자의 힘은 약해지고 제후의 힘이 강력해지는데요, 제후가 스스로의 위치를 높이기 위해 어느순간부터 자신을 왕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차마 스스로를 천자라고는 하지 못하고 '왕'이라고 불렀던 것이지요.

 

  공자 시대는 천자보다 제후의 힘이 더 컸지만, 그들이 스스로를 왕이라고 부르던 시기는 아직 아니었어요. 제후의 가문 땅을 같이 다스리는 사람들을 士, 선비라고 불렀습니다. 공자 시대때부터 선비들은 특수한 역할, 위치를 담당하고 있었어요. 가문과 함께 협업하여(?) 출세해야했고, 또 출세해서 가문을 먹여살려야했습니다. 모든 선비가 든든한 돈이나 연줄을 가진게 아니었기에,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아 정계에 나아갈 필요가 있었어요.

 

  공자도 선비, 공자의 제자들 대부분이 선비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부터는 각 가문에서 멋진 선비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죠. 신분제 사회라고 신분이 높은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거나 압도적인 힘을 가진 건 아니었답니다. 공자 생전에도 천자가 있었지만, 그 역할이 무척이나 미미했습니다. 공자의 제자 중 한명은 선비라면 모름지기 이렇게 살아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장이 말했다. “선비는 위험을 보면 목숨을 바치고, 이득을 보면 의를 생각한다.

子張曰: "士見危致命 見得思義

 

  당시 선비들은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어요. 사회적인 단위가 가문 단위였고, 전쟁도 많았고, 사건에 잘못 휘말리면 언제든 죽을 수 있었죠. 그래서 일차적으로 선비는 의롭고 마땅한 행동을 해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그러니 자장의 말은 언제든 목숨을 바치라는 말이 아니라, 어떤 일에서든 최선을 다하고 그것이 진짜 의로운 일인지 고민하라는 말이었어요. 몸을 사린다고 사는 것도 아니고, 몸을 던진다고 죽는 것도 아니니까요. 더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하는 것과, 그것이 진짜 의로운 일인지를 아는 것이었습니다. 이어서 자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사를 지낼 때는 경건함에 집중하고, 상을 당해서는 애도를 다한다. 그러면 선비라고 할 만하다."

祭思敬, 喪思哀, 其可已矣.”

 

  또 선비는 제사를 지내고 상을 치를 때 마음을 다하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이 말을 거꾸로 살펴보자면, 제사는 경건한 마음을 갖는 일이고 상을 치르는 일은 충분히 슬프하는 일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제사, 그러니까 경건한 마음을 갖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님을 아는 것, 아주 많은 것들과 연결되어있음을 아는 것,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경건한 마음을 갖는 게 아닐까요?

 

 

 

 

  <한문이 예술>이 2월 한 달간, 총 6번의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오랜만에 열었던 수업이었는데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그리고 많은 친구들과 즐거이 놀 수 있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이렇게 2022년을 시작하게 되다니.. 멋진 한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희는 2월 한달간 부지런히 준비해서 올 한해 1년의 커리를 짜오도록 하겠습니다. 2022년은 <계절과 절기>로 수업을 할 예정이에요. 오늘 아침에 운동을 가는데.. 햇살도 공기의 냄새와 느낌도 무척 무척 낯설더라구요. 알보고니 오늘이 입춘..! 일년의 순환과 흐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일상에서 체득하면 좋을까요? 다음 수업도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댓글 1
  • 2022-02-05 19:33

    이렇게 설명을 보니 어떤수업이었는지 잘 이해할수 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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