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길드다 강학원 <정동> 마지막 에세이 발표 후기

명식
2021-12-27 12:33
232

  2021 길드다 강학원 <정동>,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시간 피드백에 이어 다섯 명 모두 최종 에세이를 가져와 읽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선 전반부에는 재영, 찬, 저의 에세이를 읽었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후 지원과 고은의 에세이를 읽고서 마무리를 했는데요. 비록 비대면이긴 하지만 다섯 사람 모두 빠짐없이 에세이를 써왔고 다들 제시간에 참석해주셔서 막힘없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이 친구 관계에서 무언가의 발생이었고, 그 무언가가 정동이라고 하였을 때, 정동 세미나를 한 시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동을 더 잘 발생시킬 수 있단 말인가.”

 

  재영의 에세이 <정동강박증>은 같은 공간에 자주 모임에도 대개는 따로 ‘빈둥대는’ 경우가 잦은 재영과 친구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정동적인 무언가를 발생시키고 싶은 재영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MZ 세대 라이프스타일의 리얼리티가 묻어나는 솔직하고 재미있는 글이었는데요. 지원은 재영이 묘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현실과 그 속에서 어떤 토론이나 대화, 결합의 시너지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찬은 재영에게 있어 ‘정동적 경험’이라는 것이 누군가가 스스로를 표현했을 때 내가 느끼는 어떠한 것인가를 묻기도 했고요. 고은은 재영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도들 - ‘쓸데없는 것 선물하기’ 등 - 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감정과 사건들이 오가며 서로에게 작용하면서 서로 일방향적이었던 마주침이 기분과 상태에 따라 가변적인 곡선을 띄며 끊임없이 뻗치다 어느 순간 영향을 주고받으며 잔잔한 라포의 리듬이 만들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이것은 몰랐던 사이었던 나와 어린이가 방과 후 쌤과 방과 후 교실에서 함께 하는 어린이로 되어가며 공통의 어떤 것으로 연결되고 함께 뭔가를 주고받는 느낌들의 작용이었다.”

 

  찬의 에세이 <어린이와의 특별했던 만남을 정동적 시선으로 바라보다>는 찬이 학교에서 ‘디지털 튜터’로 일하며 접한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과의 경험들을 정동 개념으로 풀어내며 성찰한 글이었습니다. 고은은 이 글이 재영의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제공할 수 있을 수도 있겠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지원은 디지털 튜터로서 찬이 겪은 어려웠던 부분들에 대한 내용들에 대해서도 궁금하다는 의견을 주었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툭툭 내뱉는 말들, 찬이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실천한 다양한 시도들에서 예전 중등인문학교를 진행할 때의 경험들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상대가 감정노동을 행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관계에서는, 즉 감정을 관리하고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정동적 효과들이 발생하는가?”

 

  저의 에세이 <아 - 둔하지 않기 위해>는 모든 사람이 서로 감정을 관리하고 있음을 아는 상황에서는 어떤 정동적 효과가 발생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둔화’라는 발상으로 풀어내고자 한 글이었습니다. 본래 쓰려던 주제가 도저히 잘 써지질 않아 다소 급하게 방향을 전환한 글이었는데, 그래도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질문들을 던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재영은 최근 일어난 ‘골때녀 조작 논란’이 떠올랐다고 했는데, 저 역시 실제로 그 사건을 염두에 두고 썼기에 뭔가 기분이 좋았네요. 지원은 ‘둔화’라는 개념이 흥미롭다는 의견과 히토 슈타리얼이 다큐멘터리즘의 리얼리티 추구에 대해 제시한 대안이 다른 영역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의견을 같이 주었고 그 두 의견 모두 숙고할만한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동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기획은 오직 욕망과 정동의 흐름들을 절단, 채취해 잠깐의 주목을 끌고, 흐름을 우회하는 기획이다. 이들은 마치 원자핵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처럼 이 정동의 불안정하고 일치되지 않은 강렬한 힘에서 이윤을 뽑아낸다. (...) 그런데 우리, 사건의 부분-주체들은 수많은 소셜 네트워크와 커뮤니티, 플랫폼에도 불구하고 무력한 수신자로 머물 수밖에 없는가?”

 

  지원의 에세이 <가족 리스크를 넘는 새로운 경로들, 회로들>은 이번 대선을 비롯한 다양한 실례들을 통해 정동과 미디어가 엮여 만들어내는 효과들을 분석하고 우리가 어떠한 새로운 경로들과 회로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글이었습니다. 이번 아젠다 12월호의 메인을 차지한 글이기도 하죠. 당대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제를 던지는 글이었는데요. 재영은 매우 재미있는 글이었고 ‘새로운 경로’에 대한 지원의 생각들을 더 들어보고 싶다는 의견을 주었고, 저는 지원이 ‘새로운 경로’의 예시로 들고 있는 정의당의 시도들이 소위 ‘발전소적 기획’과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파고 들어갈 가치가 있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내 안에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 안에 내가 있다. 내게 운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운동 안에 내가 있다. “그것은 관계의 장에서 느껴지는 질입니다. 그것은 언제나 ‘그-이상’입니다.””

 

  고은의 에세이 <비선형적 시간 안에서>는 브라이언 마수미가 저서 『정동정치』에서 다룬 내용들 중 특히 비선형적 시간성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현재 길드다와 고은의 상황을 설명하고 정리하고자 한 글이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읽었던 책들 중 가장 어려웠던 마수미의 책을 다루는 만큼 결코 쉬운 글은 아니었는데요. 찬은 그럼에도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각오를 연결시켜 쓴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의견을 주었고, 저 역시 이 개념을 좀 더 찬찬히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올해 늦여름 8월말에 시작한 길드다 강학원 2021 <정동>이 모두 끝이 났습니다. 계속된 판데믹 상황의 악화로 결국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행했고,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일정이 미뤄지는 일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다들 함께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잘하고 싶었고 그래서 어떻게든 에세이까지도 써냈지만 좀 아쉬움이 남는다는 재영, 길드다의 변화와 맞물려 이런 텍스트들을 읽는 과정이 흥미로웠다는 고은, 텍스트 양이 좀 버겁긴 했지만 ‘느낌적 느낌’이라고 표현하던 영역들에 대해 많은 흥미로운 텍스트들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던 찬, 다사다난했던 올해였기에 텍스트와 삶을 더 잘 연결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았다는 지원까지 다들 너무나 수고 많으셨습니다. 덧붙여 전체 세미나의 절반 이상을 함께 했지만 개인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빠져야 했던 채영과 머리 긴 지원도 너무나 수고 많으셨습니다.

 

  언젠가 꼭 한 번은 오프라인 뒤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과연 언제쯤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1월 중에 한 번 더 의사를 여쭈어, 만날 수 있는 사람들끼리라도 한 번 보고 마무리를 하면 어떨까 싶네요. 그러니 다들 단톡방은 바로 나가지 마시고 조금만 더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세미나 진행자로서 진행에 있어 여러 부족함이 있었던 점 사과드리며, 혹 내년에 또 공부로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 번 다들 정말 수고 많으셨고, 얼마 남지 않은 2021년 건강하게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2021 길드다 강학원 <정동>은 여기서 마칩니다. (_ _)

 

 

댓글 1
  • 2021-12-28 16:44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529
게임할 시간도 부족한데 세미나까지 하는 게임동아리의 <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 후기 (7)
동은 | 2023.02.02 | 조회 495
동은 2023.02.02 495
528
<'快': 아름다움 너머> 미학세미나 발표회에 초대합니다!
동은 | 2022.11.28 | 조회 1067
동은 2022.11.28 1067
527
<미학 세미나 : 도덕과 아름다움> 3회차 후기
김상현 | 2022.11.03 | 조회 303
김상현 2022.11.03 303
526
<미학 세미나 : 도덕과 아름다움> 2회차 후기 (2)
| 2022.10.21 | 조회 329
2022.10.21 329
525
<미학 세미나 : 도덕과 아름다움> 1회차 후기 (4)
우현 | 2022.10.18 | 조회 322
우현 2022.10.18 322
524
한문이예술이 왜 가을 특강을 열게 되었냐면요...
한문이예술 | 2022.10.17 | 조회 458
한문이예술 2022.10.17 458
523
한문이예술 2022 가을특강 <가을 축제에 초대합니다!> (6)
관리자 | 2022.10.08 | 조회 1462
관리자 2022.10.08 1462
522
<미학 세미나 : 도덕과 아름다움> 워크샵 모집 (10)
우현 | 2022.09.25 | 조회 2247
우현 2022.09.25 2247
521
<좌불안석> 시즌2 5회차 후기 (1)
우현 | 2022.09.14 | 조회 303
우현 2022.09.14 303
520
<한문이예술> 수업 실황 영상 + 가을시즌 예고
고은 | 2022.09.13 | 조회 326
고은 2022.09.13 326
519
좌불안석 9회차 후기! (4)
경덕 | 2022.09.04 | 조회 383
경덕 2022.09.04 383
518
좌불안석 6회차, 7회차, 8회차 후기~!! (1)
동은 | 2022.08.31 | 조회 312
동은 2022.08.31 312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