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내경과 양자역학]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후기

모로
2022-04-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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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주간의 황제내경 맛보기를 마치고 양자역학의 세계로 넘어왔다. 나에게 과학이란 양자역학은 커녕 수성, 금성, 화성으로 이어지는 태양계 정도밖에 없다. 뼛속까지 문과라고 생각했는데, 상대적으로 미지의 세계였던 과학에 이제야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에 왜 그렇게 물리, 화학을 재미없어 했을까.. 싶다. 지금은 시험을 안 치니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걸지도?ㅎㅎ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는 카를로 로벨리의 책이다. 이 작가를 처음 접했는데, 전체를 아우르는 눈을 가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자치곤(?) 로맨틱(?)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을 공감을 사진 못했지만 내 눈에는 그래 보였다. 세상을 보는 다른 관점을 우아하게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이해했다. 속도란 것은 오직 어떤 것이 다른 어떤 것에 대해서 갖는 속도이므로, 상대적인 것인데 이건 ‘나’라는 존재를 알아채는 방법과도 비슷하다. 나는 스스로는 존재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성 이론을 통해 ‘바로 지금’에 대한 정의도 내릴 수 있는 것 또한 신기했다. 예를들면 지구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이 화성까지 전달될 때까지는 15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렇다면 그 시간의 간극은 과거일까, 미래일까, 현재일까. 아인슈타인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 존재하는 ‘연장된 미래’를 언급한다. 그러므로 결코 바로 지금은 없다고 이야기 한다.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과학의 발견이 재미있었다.

 또한 우주가 무한한가에 대한 물음을 이야기 한 부분도 기억에 남았다. 우주에 끝이 있는가가 항상 궁금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우주의 끝이 어디일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에 대해서 우주는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즉 우주의 공간들은 휘어져 있어서 우리가 우주를 ‘둘러싸고’ 우주가 다시 우리를 ‘둘러싸는’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3-구라고 한다. 이런 상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우주가 서로가 서로에게 얽혀서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우주의 끝이 이해가 되었다. 지구에서 출발해 무한하게 우주로 나아가면 결국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는 생각. 나중에는 어떻게 과학이 변화할지 모르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그럴싸하게 들리고, 결국은 지금 있는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도 마음에 들었다. (나는 언제나 떠나고 싶어 했기 때문에.. ㅎㅎㅎ)

 그래도(?) 앞쪽 물리학 부분은 이해를 했는데, 양자역학으로 넘어가니 조금 더 어려워졌다. 물론 나는 내가 이해하는 세상만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로 이상하게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빛이 입자로 이루어져 있는 동시에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빛이 연속되지 않고 원자와 원자 사이를 ‘도약’ 한다는 개념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빛이란 것은, 무수한 작은 알갱이가 우수수 떨어지는 거라니! 그리고 결정되어 있지 않아서 관계적으로 변화한다니! 놀랍다.  

 

 양자역학은 세계를 이런저런 상태를 가지는 ‘사물’로 생각하지 말고 ‘과정’으로 생각하라고 가르칩니다. 과정은 하나의 상호작용에서 또 다른 상호작용으로 이어지는 경과입니다. ‘사물’의 속성은 오직 상호작용의 순간에만, 즉 과정의 가장자리에서만 입자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그것도 오작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러합니다. 그리고 그 속성들은 단 하나로 예측할 수 없으며, 오직 확률적으로만 예측할 수 있습니다. / p137

 

 과학을 공부하는데 자꾸만 내 삶이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원자도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서로 변화한다는데, 나는 좀 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물과 빛까지 같은 구조로 흘러간다는 생각도 신기하다. 역시 우주의 주인은 인간뿐이 아니었어!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새로운 학문(?)을 적용해 보는 시간이 흥미롭다. 

댓글 2
  • 2022-04-13 18:13

    급한 후기 속에 ‘오작’ 신나하는 모로가 느껴지네요~ ㅋㅋㅋㅋㅋ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이 만나 양자중력을 얘기하는 게 오히려 철학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흥미진진합니다!!!

  • 2022-04-15 15:45

    ㅎㅎ '역시 우주의 주인은 인간뿐이 아니었어!'라는 말씀에서 모로님의 신남이 느껴지는데요! ^^

    이렇게 재밌는 걸 나 빼고 이미 다 알고 있었어! 라고 외치는 모로님의 왕성한 호기심을 보는 것도 세미나 꿀잼입니다

    책은 너무 어렵고 쌤들 던지시는 말씀 중에 한 마디씩 알아듣는 말 챙기는 중이예요

    황제내경도 잼나게 가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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