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역학> <몸,국가,우주 하나를 꿈꾸다> 3회차 후기

라라
2021-03-30 23:25
344

<몸, 국가, 우주 하나를 꿈꾸다>의 마지막은 <황제내경>편이다. 기존의 황로사상의 맹아들과 도가 계열의 양생술, 의학적 지식을 집대성한 책이다. 기본적으로 의학서이지만 이 책을 통해 황로사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몇 년 전 읽었던 <장자>의 외편에서 처음 접했던 황로사상에 대한 어설픈 이해와 편견이 많이 교정되었다. 장자 본인이 쓴 것이라 추정되는 내편에 비해 황로계열 작가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외편은 문장이나 내용에서 격이 훨씬 떨어지고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황로 사상이 그렇게 정합적이지도 않고 체계적이지 않을 수 밖에 없었던 맥락을 이해하고 나니 나름 그 상황에서 그들의 고군분투가 느껴지기까지 했다. 어떻게든 사분오열된 민심을 수습하고 정치사회문화적으로 통합된 통일제국을 건설해 민생을 안정시키고자 했던 그들의 (무리함을 동반한)치열함이라니...

 

<황제내경>은 심신일원론적 사유를 전제하여 정신과 몸의 상보적인 관계를 통해 치신양생을 설명한다. 천인감응의 구도아래 몸을 역동적 평형인 중용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그 목표이다. 황로사상은 천과 인, 곧 신성한 자연과 국가 및 인간 몸이 통일적으로 감응하는 질서 안에서 인간을 구제하려는 사상이다. 즉, 그것은 인간 몸과 사회를 신성한 우주로 변화시키려는 전형적인 우주적 종교이다. 한대에 유교가 국교화하면서 황로는 역사에서 점차 이름을 감추지만, 그 사상과 세계관은 이름의 스러짐과 관계없이 도교라는 대하(大河)와 한의학 전통의 주류로서 다양한 이름으로 변화되어 지속해 갔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한 다음의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이게 바로 내 문제구나. 이 책을 통해 지금 나의 사고나 관점을 반성해 볼 수 있었고 다른 관점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황로사상을 연구하는 것이 오늘날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현대의 인간중심적 세계인식은 개별 학문을 명제적 지식으로 파편화해서 세계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불가능하게 한다. 인간 중심적이며 개별화한 자연과 세계에 관한 지식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전체적 의미를 주는 데 실패하기 때문에 소외가 발생한다. 자연에 대한 느낌과 신앙을 상실한 인간에게 이제 자연의 모든 것은 단순한 사실이나 대상으로 전락하였고, 결국에는 인간 자신도 무가치한 세계 속에 있는 하나의 사물처럼 되고 말았다. 인간은 인간을 낳은 자연으로부터 소외되었을 뿐 아니라 인간 자신으로부터 소외되었다. 이것이 현대문명의 근원적 질병이다.

‘인간 치유는 개인의 몸(治身)과 사회(治國)의 전 영역 안에서 신성한 자연의 질서를 따를 때(法天地)만이 가능하다’는 황로사상의 메시지는 오늘날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연으로부터, 인간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인간 서로들 간에 멀어지고 낯설어진 현대문명의 병리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적 사유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 5
  • 2021-03-31 07:42

    황로사상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연결되어있다는 전체성의 관점으로 세상과 나를 바라보니 고립되지않아 외롭지않다는 생각마져 들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자연인들이 산속에도 살아도 심심하지않다는 말이 이해가 되기도 했고요.

    서로를 소외시키지않으며 함께 공존하는 삶을 창조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동의보감에서는 인간 몸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 2021-03-31 08:00

    자연과 인간의 연결, 사람과 사람의 연결. 이러한연결성과 소통을 일상에서 어떤식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우리 세미나에서 함께 궁구하고 싶네요~

    라러샘~ 잊지않고 후기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 2021-03-31 08:31

    동의보감 읽으면서 인간과 자연이 연결되어 있다는 실감이 이렇게 구체화 될줄이야~~~ ㅋ 

  • 2021-03-31 12:17

    그동안 저 스스로 자연과 자연적인 것을 '사랑'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것들과의 '소통'엔 서투르고 미흡한 자신을 보게 되네요.  저도 라라쌤처럼 마지막 부분의 작가의 말을 오늘 여러 번 읽어야겠습니다^^

  • 2021-03-31 12:56

    저는 수업 끝나고 노트북 덮기 바빴는데 ㅎㅎㅎ 대단하세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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