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성(말년의 양식), 그 모호함에 관하여(6차시 후기)

김윤경
2022-04-21 07:52
391

 

내게 모호함과 불면을 선사한 텍스트는  ⌈나이듦수업⌋,⌈노년에대하여⌋,⌈동적평형⌋까지 읽고

푸근해진 마음으로 맞이한 시즌1 마지막 텍스트 ⌈말년의양식에 관하여⌋이다.

이 책의 맨 처음 인상은 '엇'이었다.  세미나원들도 나와 다르지 않게 다 '뭥미',  딱 그런 느낌이었을 거 같다.

우선 베토벤, 모차르트, 슈트라우스 의 이름은 들어는 보았으나 음악은 잘 알지 못한다.

사회과학을 전공한 언덕님의 말씀과 문탁쌤의 설명에도 여전히 맴맴맴 돌 뿐이다.

사이드가 말하는 말년성의 특징을 갖는 예술가들은 모두 화해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그들은 무엇과 화해하지 않은 것인가? 무엇에 저항을 했던 것인가?

일단 말년성(lateness)은 대가·거장들이 자기 자신이 쌓아 온 것으로 부터 멀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새 유행하는 말  '본업존잘'인 대가, 거장들이 자신의 말년의 굴절된 양태로 아이러니로 나타나는 죽음에

대한 인식을 그들의 말년 작품에 나타낸 양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이드는 아도르노를 인용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세미나 시간에도 아도르노의 애기를 많이 나눴다.

아도르노는 푸랑크푸르트 학파이며,  물리적· 정신적 망명자로 헤겔의 정반합의 방식으로 하나의 체계를

완성해 가는 방식을 부정한 '부정의 변증법'으로 체계에서 벗어나려 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기가 대단히 까다롭다고 한다.  글의 형식도 해체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위의 거장들이 해체하려는, 화해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나타나는 양식은

그들이 노쇠해서 기량이 떨어져서는 결코 아니다.

위에도 언급했듯 그들은 대가·거장·본업존잘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취한 퇴행적인, 파격적인, 파국의 양식은 예술가의 권리, 미적 권리로써 비생산적인 생산력으로

자신의 주관성을 표현했던 것이다.

P31 "죽음의 손길이 스쳐간 거장의 손은 형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재료 덩어리를 자유롭게 놓아준다.

그 터진 곳과 갈라진 틈, 존재의 본질에 마주한 자아의 유한한 무력함의 증인이 바로 최종 작품이 된다."

P32 "종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그저 일개 개인의 주관이 전체성을,

그리고 살아남았음을 괴롭게 의식하며 몸부림쳤던 흔적,

그마저도 영원히 포착하지 못했던 흔적일 뿐임"을 나타낸다.

"그 터진 곳과 갈라진 틈, 존재의 본질"에서 지난 시간 공부한 ⌈동적평형⌋에서 나온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간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신체의 느려지는 속도와 물리적 시간의 갭이 관계가 있을까라는.....

휴...정리가 안되네요..ㅎㅎ

언덕님의 질문을 마지막으로 후기를 마쳐봅니다.

'나이 들어갈 수록 어떻게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순도 높은 의도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이거 맞나요?)

다음주 메모는  4·5장 해성샘,  6·7장 초언샘이 하시고요.

각자 질문 두개씩 다음 주 문탁샘 공지글에 올려주세요.

그럼 즐건 한주 보내세요.

 

 

 

댓글 17
  • 2022-04-21 08:54

    아 그리고 다시 읽어보니 '엇박자 행위'는 시의성, 시간에 맞게 늙어가는 것에 대한 엇박자로서 그것이 희극의 재료가 되는것이네요.

     

    또 '닫힌 다성음악체계 '에 대한 부분은 94쪽 입니다.

  • 2022-04-21 09:51

    아.. 윤경샘의 후기까지 읽으니.. 아주.. 쪼끔 ^^;; 용기내어 책을 다시 읽어볼 수 있을듯합니다. ㅎㅎㅎ

    • 2022-04-25 09:54

      비행기 안에서 꼭 읽으세요.

      그러나저러나 언제 돌아오시는겨?

  • 2022-04-21 12:01

    윤경샘, 감사해요. ^^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말하는 엄격함.이라는 메모도 너무 재밌었고, 와닿았습니다.

    저도 음악은 잘 모르는데,  하이든이라는 인기 많았던 음악가에게 사사받았고, 그 자신도 너무나 인기 많았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베토벤이 말년에 난해한 음악을 했다는 자체가 참 신선했고,  바깥은 전쟁통인데  18세기라는 공간을 활용해서 음악적인 섬을 만들고 자신이 말년에 관심 가진 명상적이고 침착한 질서를 만들어낸 슈트라우스의 괴퍅함도 흥미로웠고, 얄팍하다고 비판받은 '코시 판 투테'가 한편으로 보면 너무나 완벽한 음악에다가 얄팍한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불일치 속에서 '구원없는 인생'이라는 현대성까지 담아냈다는 데서는 정말 신박하게 다가오고 참 재미있더라구요.  

    무엇이 이들에게 이런 특별한 순간들, 예술의 모습을 추구하게 만든걸까.

    그 동력이 궁금했고...

    평범한 인간으로선 사실 '어려운 곳'으로 스스로를 밀어붙일 정도로 이들은 뭘 추구한 것일까?에 마음이 가더군요...

    그나저나... 물 반 고기 반도 아니고, 해독되는 글자들 반 해독 안 되는 글자들 반의 텍스트를 메모해야 할 다음 주 걱정되네요. ㅠ
    해독되는 글자들 위주로 해볼께요! ^^ ㅎ

    • 2022-04-25 09:53

      물반 고기반....ㅋㅋ...

      요약을 참 잘하세요.  깔끔하게^^

  • 2022-04-21 19:31

    아마도 혼자 읽었다면 삼분의 일도 못읽고 덮었을 책을 '함께' 읽다 보니 이해 안되는 채로도 다 읽게 되네요. 

    그리고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조각조각 이어 맞추는 듯이 이해를 돕는 시간이었어요. 이번 메모조 선생님들께는 더 특별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아무튼 다시 읽어볼 에너지를 얻었어요. 5장을 향해 돌진해봅니다!

    • 2022-04-25 09:54

      맞아요, 메모조 고생하셨을거에요. 저도 감사드려요. 그리고 이번주 메모조에게도, 건투를!

  • 2022-04-21 21:19

    윤경샘,  빠른 후기 감사해요.  후기 덕분에  빠르게^^ 또 다시 정리가 되네요.
    정말 뭥미하게 만든 이 책을  읽다가 도중에 덮었습니다.  문탁샘이 원망스럽기도 하고ㅠㅠ
    하지만, 공지글과 세분 샘들의 메모,  수업시간(한마디 내뱉을 순 없었지만)을 거치니 다시 책을 펼 힘이 나네요.
    이래서 어려운 책일 수록 함께 읽어내야 하는 건가 봐요.
    저도 다시 힘을 얻어 5장을 향해 돌진합니다!

    • 2022-04-25 09:52

      나를 키운 것의 팔할은 '욕(먹음)'이에요. ㅋㅋㅋㅋ

      익숙합니다. ㅎㅎ

       

      그래도 지금은, 엄청 착해졌어요. (라고, 사람들이 그래요^^)

  • 2022-04-22 18:50
    윤경샘, 생생한 후기 잘 보았습니다.
     
       이번에 아도르노의 부정성 (negativity)에 관한 이야기가 잠깐 있었습니다. 모두가 긍정을 말할 때. 아도르노는 부정을 말합니다.
       여기서 '부정'이란 단어는 프로이트를 연상시킵니다.
    실제로 아도르노가 속한 프랑크푸르트학파는 프로이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관심인 마르크스의 철학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접근 방법으로 연구한 측면이 있다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프로이트가 말한 '부정'과 아도르노가 말한 '부정'은 좀 결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프로이트는 심리적 방어기재 중 하나로 '부정'(고통스럽거나 위협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기 두려울 때 그 상황의 존재를 무의식적으로 부정하게 되는..)을 말했고, 아도르노의 '부정'은 헤겔의 변증법(동일성의 철학)에 대한 부정의 측면이 있는 듯합니다. 즉, 해겔의 변증법을 의식하여 '부정의 변증법'을 아도르노가 썼다고 하기도 하고요. 갑자기 헤겔 이야기 나오니 머리아프시겠지만요..ㅎㅎ 그러니까 보편이 아닌 특수한 (개체적, 개인적인) 경우(스타일)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통일성이나 개념이 아니라 개별적, 개인적 각각의 실재적 경우가 더 중요시되는 느낌입니다.

    • 2022-04-25 09:55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이들의 저항이 미학적이라는 데 끌립니다. 정치적 저항은, 대체로 체계를 만드는 쪽으로 가니까요^^

  • 2022-04-23 21:19

    지난 세미나에 대해 긴 후기를 빠르게 올리신 윤경쌤께 경외감이 생깁니다 . (영애샘에 이어) 저도 이번 메모조 분들께 완전완전완~전 스페셜 쌩스! 

    화성이라고 하면 하모니(harmony)보다 Mars 가 떠오르는 저란 사람. 하아.. 서태지와 장기하도 아니고...참말로 이게 머선일인지...

    후기를 쓰는 이 순간도 어디를 얼만큼 어떻게 되짚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멀리 가지 못하고 분명히 읽은(!) 첫 페이지에서 몇 문장을 적어봅니다. 

    "우리 모두는 의식을 가진 존재로서 계속해서 우리의 삶을 생각하고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이렇게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역사의 기초를 이룬다. ... 신체, 건강, 보살핌, 기질, 기능, 활동성 그리고 병과 죽음은 자연의 질서에 속한다. 하지만 그런 자연을 이해하는 것, 즉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연을 관찰하고 살아가는 것, 우리가 삶의 감각을 개별적.집단적으로, 주관적.사회적으로 창조하는 방식, 이를 시기별로 구분하는 방식은 모두 역사의 질서에 속한다. 우리가 이를 떠올리고 분석하고 성찰할 때마다 그 양상이 계속적으로 바뀐다."(p25)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정신)을 그대로 용인하지 말고, 분석하고 성찰(부정)하라. 그렇게 새로운 시대는 열린다..' 저는 그렇게 이해됐습니다. 예술사조의 관점에서 한 서술이더라도 '의식을 가진 우리 모두'에 저 또한 포함될 것이니, 마냥 화성 얘기는 아니겠지요? 얼렁뚱땅 제 인생에 관대해지려고 했는데, 뒤통수 한 대 맞은 것 같습니다. 죽비였을까요?

    • 2022-04-25 10:19

      니체의 그 유명한, unzeit(반시대성)이 떠오르기도 하죠?

  • 2022-04-24 09:04

     후기 감사합니다. 끝나고 돌아보니 언덕샘의 질문을 다시 새기게 되네요. 사실 저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책을 통해 어쩌면 예술성 자체에 대해 질문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예술가는 무엇을 추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드는 글 같아요. 여기에서 죽음, 말년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작용을 하는 것인지.. 그리고 몇몇 분은 이런 질문을 하셨던 것 같아요. 대가가 된 예술가, 그러니까 윤경샘의 재치 있는 표현대로 '본업존잘'인 이들의 말년의 양식을 보며 너무도 평범하고 미숙해 보이는 내 삶에 관해 다른 어떤 해석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 라고요. 저도 그런 기분을 느꼈어요. 이 미완성이라고 부르지도 못할 부족한 삶을 나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예술작품을 떠나는 예술가의 주관이라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저는 모차르트의 <코시 판 투테>에서 자신이 하는 일을 스스로 해석하지 못하는 네 명의 연인들을 바라보는 모차르트의 시선이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속죄나 변명의 기회가 아예 없는 세상', '죽음에 의해서만 영원한 안식을 맞이할 수 있는 세상'.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모차르트의 시선이 없다면 그것은 그리 잔인하다거나 속절없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선을 알아보는 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가 있네요. 이 알아봄이 어쩌면 예술가가 하는 일이고, 이 알아봄을 누군가를 예술가로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우리 삶을 돌보려는 이 노력도 우리를 예술가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해봐요. 내가 지금 이 어려운 책을 읽는 이유를 조금은 설명해주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이 몹시도 지적이고 힘든 글은 같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데.. 다음주 수요일이 시어머니 기일이네요. 열심히 읽고 질문 대신 간단히 감상이라도 올리겠습니다. 메모조 화이팅입니다.

     

    • 2022-04-25 10:24

      호수샘의 예리하고 섬세한 독해가 늘 자극이 됩니다.

      음... 샘의 진지한 질문은 이번주 독해부분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함께 세미나를 못 하다니....저도 섭섭하네요. 샘 질문으로 샘도 계신 것처럼 세미나 해볼게요

  • 2022-04-25 10:25

    이번주 질문조입니다

     

    4장 언덕님, 한스님, 신혜님

    5장 지영님, 윤경님, 호수님, 효진님

    6장 영애님, 미경님, 재숙님,

    7장 경희님, 잎사귀님, 새봄님

    • 2022-04-25 14:19

      제가 수요일부터 제주의 작은 오피스텔에 3주간 머물게 되었어요. 세미나에 이어폰 끼고 참여는 하지만 듣기만 할수 있을것 같아요. 가족과 함께있기에... 질문은 올릴수 있으나 다른 분이 전달하셔야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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