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쉰 것 뿐인데 생활이 많이 느슨해졌었나보다.

오늘은 새로운 시즌 첫날이어서인지 친구들 몇몇이 결석했다.

시즌1에서 조금씩 주역을 함께 공부하는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시즌2도 그렇게 잘 꾸려지겠지?

지난 시즌이 끝날 때 새로운 시즌 시작하기 전에 질문들을 받겠다고 했는데, 별 질문이 없어서 곧장 풍지관괘부터 들어갔다.

觀 盥而不薦 有孚 顒若.

初六 童觀 小人 无咎 君子吝.

六二 闚觀 利女貞.

六三 觀我生 進退.

六四 觀國之光 利用賓于王.

九五 觀我生 君子无咎.

上九 觀其生 君子无咎.

풍지관괘의 관(觀)은 '보다'라는 의미의 見과는 그 정도가 다르다. 견이 겉모습을 훑어보는 정도라면 관은 성찰하는 것이다. 과연 성찰은 어떻게 하는 것이며 왜 성찰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인가. 맨위에 있는 양효 두개가 인식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 두   거리가 멀수록 인식의 정도가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관괘에서는 단연코 육이의 해석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六二 闚觀 利女貞

에서 '좁은 시야로 보는 것이 여자가 보는 것과 같다'는 해석은 지나치게 일차원적이라는 의견에서부터 '여자가 사실 세밀하고 배려하는 것을 잘하니까 그런 거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어쨌거나 구오와 상구와 멀리 떨어진 자리인 만큼 그 인식에 한계가 있지만 자기 내면으로부터의 인식을 잘 들여다봐야 이후의 제대로 된 인식의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 나는 올해 주역으로 글쓰기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공부한 관괘의 효사 중에서 '관아생'과 '관기생'에 주목해서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즉 '나로부터 산출된 것들을 살핀다'와 '(나로부터 산출된 것을 포함해서) 이미 산출되어 있는 것들을 살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등등에 관해서 말이다.

화로서합괘는 독특한 인상을 가지게 하는 괘이다. 위 아래 양효가 입술이고 나머지 효들은 입안에서 소화되도록 씹는 모양이다. 관괘가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통관념을 생성하는 이야기라면, 서합괘는 그렇게 형성된 공동체 내부 구성원들간의 갈등과 불화의 조짐이 생겨날 때 형벌로서 단호함을 보여야 하는 괘이다. 그것을 마치 입술 가운데 이빨로 딱딱거리며 음식물을 자르는 형상으로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상효와  초효를 제외한 나머지 효들은 재판관으로서 ,각각의 자리가 가진 성질과 자신에게 놓여있는 상황을 헤쳐나갈 능력 여하에 따라 갈등을 조정해서 공동체의 새로운 화합을 이끌어내느냐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噬嗑 亨 利用獄.

初九 屨校 滅趾 无咎.

六二 噬膚 滅鼻 无咎.

六三 噬腊肉 遇毒 小吝 无咎.

九四 噬乾胏 得金矢 利艱貞 吉.

六五 噬乾肉 得黃金 貞厲 无咎

上九 何校 滅耳 凶

서합괘를 공부하면서 나는 '지강헌 탈주사건'이 떠올랐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유행어를 남길 정도로 경제력이 권력이 되어버린 현대에 편파적인 판결에 분노한 가지지 못한 자의 도발. 이 사건을 맡은 재판관들은 서합괘에서 보면 어떤 자리였을까. 서합괘의 상황은 비단 실제 재판관의 문제만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속해있는 공동체에서 때로 누군가에게 매우 억울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때 그것을 명확하게 판정한다고 나서는 것은 실로 매우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걸음은 내딛는 순간 돌이킬 수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