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술사> 3장은 주나라를 다룬다. 역사부터 주대에 조성된 도시, 건축, 청동기, 옥기, 도자기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오늘날 미술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들이 어떤 것은 있지만 어떤 것은 아직 없다. 단촐하기도 하고, 그 시대의 특징이기도 한 것 같다. 주대의 예술 작품을 설명해주는 글에서 여전히 눈은 청동기로 향한다. 그런데 조금은 청동기가 다르게 보인다. 거대하고 단단하고 무섭기조차 했던 상대 청동기와는 다른 식의, 어떤 때는 아기자기하고 어떤 것은 화려하다 못해 복잡해 보이는 청동기가 등장한다. 왜 그럴까. 이걸 설명해주는 게 미술 역사가의 임무다.

위의 청동기는 <연학방호蓮鶴方壺>로 동주시대 초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자금성의 물건들>에서도 나온 작품이다. 그때의 설명만큼이나 이 책에서도 설명하는 포인트는 비슷하다. 청동기의 디테일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는데, 가령 다음과 같다.



"아래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받치고 있고, 큼직한 뿔과 뒤틀린 몸통을 한 또 다른 두 마리의 호랑이가 손잡이를 이루며 양 측면을 감아 올라가고 있고 그 발 밑에는 이보다 작은 호랑이들이 장난치고 있다. 그릇의 몸체는 편편하면서도 밧줄같이 서로 얽힌 용 모양의 문양으로 전면이 뒤덮혀 있으며, 꼭대기의 뚜껑은 밖으로 벌어진 잎사귀 형태의 테두리로 둘러 쌓여 있다."(37)
설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뚜껑 위의 학은 주전자 바닥의 호랑이와 더불어 하나의 날렵함을 만드는 것 같다. 언제나 열릴 준비 중인 것같은 학의 날개짓이 무게감을 덜어준다고나 할까. 위의 사진들을 보고, 디테일이 우리에게 주는 인상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처음 봤을 때 학은 너무나도 고고해 보였는데, 위의 클로즈업 된 학의 모습에서 부리가 참 특이하게 파악되고 있구나, 바닥의 호랑이가 혓바닥을 빼고 있나, 익살스럽구나 라는 생각, 몸신의 용 모양의 모반母斑(?)에서 용의 표정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ㅎㅎ
그런데 이 작품은 자체의 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이전 시기의 청동기와는 다른 이후 청동기의 특징을 선도한다. 즉 살아있는 호랑이와 학의 모습처럼, 구체적인 동물 형상과 복잡한 문양의 사용은 북방 지역과의 접촉을 보여주는 예로도 이야기된다. 또한 "형태와 장식이 아름답고도 완벽하게 융합되어 구성되는 초기 청동기의 특성은 사라지고 주대 초기와 중기에 보이는 거칠지만 당당한 역동성도 사라졌다. 그렇게 주나라 신정 지역 출토의 청동기들은 전국시대의 세련된 미술이 꽃피기 이전의 사회, 그 불안정한 전환기를 대표"(37)해서 보여준다.
상대의 청동기가 제사용이었다면 주대의 경우는 "일족의 조상들에 대한 의사소통이 수단이거나 생존해 있는 귀족의 명예와 업적을 후손들에게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그들의 위엄과 권력을 알리는 수단이 되어 갔다."(35) 즉 종교성이 옅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효과는 모두 명문으로 새겨져 남았다. 명문이 귀중해 짐에 따라서 기물의 형태라거나 장식 상에서 변화가 발생했다. 상대 때 선호되던 문양은 퇴조했는데, 이는 지배층의 종교관이 변했기 때문이고 청동기의 사용 목적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게 청동기에 시대의 흐름과 사람들의 욕망이 양식의 변화로 드러나는 것이다.
지난 시즌 <자금성의 물건들>에서 위 작품을 다룬 부분을 읽으면서 서로 이야기 나눴던 것이 생각난다. 기술적으로 어떻게 가능했을까라는 질문부터 너무 화려해서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다 라는 것까지....그때 한번 봤다고 이번 책에서 이 작품을 봤을 때 눈이 번쩍 뜨이고 더 관심이 갔다. 그렇게 한번 보고, 두번 보고....그렇게 본 만큼 안다기보다 본 만큼 관심이 더 커진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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