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비인간)동물>5회차 -물고기는 알고있다 (5부)

문탁
2022-06-27 10:28
355

5부의 제목은 “물고기의 사회생활”이다. 그러나 이미 식물도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이 챕터의 제목은 그렇게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고기, 척추동물이잖아. 뇌도있고. 물고기‘떼’라는 표현도 흔히 쓰고,...어쨌든 물고기의 사회생활은 “뭉쳐야 산다”(9장), “사회계약”(10장), “협동, 민주주의, 평화유지”(11장)로 나뉘어 기술되고 있다.

 

버뜨, 사회계약이라니. 계속해서 용어가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인문학의 용어들을 자연학에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게 맞을까? 그것이 ‘와우!’ ‘리얼리?’같은 감탄을 불러오게 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비인간 동물들을 인간들의 인식 격자 속에서만 포착하게끔 만드는 것은 아닐까? 결국은 의인화!

 

지난번 읽었던 <식물의 사유>의 원제는 “Through Vegetal Being”이었다. 

 

어쨌든 읽어보자.

 

 

 

9장 뭉쳐야 산다

 

“물고기들은 함께 수영하고, 다른 개체들을 시각, 후각, 청각 등의 감각경로를 통해 인식하고, 서로 협동하며, 배우자를 신중하게 선택한다”(187)

 

우선, 얘들은 떼를 지어 수영한다. 이유는? 첫 번째 이동의 효율성이다. 함께 수영하면 효율성이 60%까지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다. 또한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경고!’라는 메시지를 동료들에게 더 빨리 전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리를 지으면 포식자가 누굴 잡아먹어야 하는지 잠시 헷갈리기 때문에 (막대사탕 가득한 샵에서 꼬마들이 뭘 집을까 어리둥절하는 것과 같은 상황) 잡아먹힐 확률이 좀 줄어들기도 한다.

 

 

 

'떼'는 쌍방향적 그룹으로 각자 독자적으로 움직일 때 사용하고, '무리'는 떼보다 좀 더 정연한 방식으로 움직일 때 사용한다.

이 정어리 무리는 지상최대의 물고기떼인데 수천마리에서 수억마리의 정어리들이 길이 7km, 폭 1.5km, 두께 30m를 이루어 6~7개월 동안 이동한다.

 

 

또한 물고기들은 개체를 인식한다. 이것을 통해 자신의 집을 지킨다. 이웃사촌에게는 데면데면했지만 이방인(같은 속에 속하는 댐절피시와 그렇지 않은 서전피시)에게는 격렬하게 대응했다.  일반적으로 집과 밥을 지키기 위해 얘들은 덩치가 커보이게 하려고 지느러미와 아가미뚜껑을 펼친다든지, 제자리에서 과장된 몸짓으로 수영을 한다든지, 입으로 ‘펑’ 소리를 낸다든지, 색깔을 바꾼다든지 하는 다양한 방법을 쓴다. (196)

 

 

                                  

왼쪽의 세점박이 자리돔(스리스팟 댐절피시)은 산호초 주변에 자신의 영토를 구축하는데 가까운 이방인 더스키 댐절피시와 먼 이방인 블루탱 서전피시 모두에게 격렬하게 대응한다 

 

 

한편 “물고기 사회에 개체인식과 겨루기가 존재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요소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바로 개성이다.”(200) 가리발디스의 삼각관계, 잠수부와 친해진 그루퍼 삼총사 (장애가 있으나 외향적인 땅콩, 수줍은 휘파람쟁이, 피부가 깨끗하고 얼굴이 갸름한 비밀요원) 등. 하지만 나는 두 마리씩 포장되어 있는 오징어나 고등어에서 개체를 인식하지는 못한다. (아, 통통하냐 아니냐만 구별한다) 살았다고 내가 걔네들을 구별할 수 있었을까, 쩝!

 

 

                                   

그루퍼는 이렇게 생긴 애였다. 그런데 크리스티나 제나토는 이 삼총사를 구별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피부가 깨끗한 애도 있나니... 거참....

 

 

나아가 얘들은 서로 돌본다. 어항에 골드바브 한 마리를 사서 넣었을 때 그 어항에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어도 그 한 마리는 심심해했다. 한 마리를 더 사서 넣어주자 얘네들은 “본능적으로 사랑을 느낀 것”(207) 같았다. 알콩달콩 살던 어느 날 어항 청소때의 실수로 한 마리가 씽크대로 뛰어 올랐다. 부랴부랴 다시 어항 속으로 넣어줬지만 일시적인 쇼크 상태, 나머지 한 명이 주둥이로 찌르고 몸으로 밀면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결국 다른 한 놈이 깨어났고, 그 애의 인지능력과 수영능력이 회복되는 동안 다른 한 놈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알콩달콩 골드바브...란다^^

 

 

10장 사회계약

 

 

저자에 따르면 “개성과 기억력을 지닌 존재들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서로를 개체로 인식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면, 좀 더 정교한 형태의 상호작용, 즉 장기적인 사회계약을 위한 기반이 마련된다”(211) 아마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 물고기의 관계가 이 사례의 전형적인 예일 것이다.

 

다른 물고기의 피부에 있는 기생충, 조류 등을 청소해주는 (그것을 먹이로 먹는)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 물고기와의 관계는 임의적, 즉흥적이 아니다.

“청소부와 고객 간의 관계는 무작위적이 아니며, 수 주에 걸쳐 형성된 신뢰감에 기초한다. 일종의 사회계약인데, 사회계약이 성립하려면 모든 청소부들이 자신들의 고객을 파악하고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청소부들은 보통 수십마리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청소부의 머릿속에는 고객들의 신상정보가 수록된 데이터베이스가 들어 있음에 틀림없다”(215)

 

그렇다고 청소부와 고객의 공생이 늘 ’깔끔하고 정돈된 관계‘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어디서나 이기적인 애들이 있기 마련이다. 피부에 묻어있는 이물질이 아니라 살점(점액)을 먹으려는 영악한 청소부도 있기 때문에, 고객들도 그런 애들을 구별해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우리가 배민에서 짜장면을 시키더라도 별점을 살펴보지 않는가? 고객 물고기도 청소부 물고기에 대한 평판점수를 매기고 공유한다.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 물고기 간의 공생관계는 자연계에서 가장 잘 연구된 복잡한 사회시스템 중 하나다....

한 마리의 청소놀래기가 100마리 이상의 다양한 고객들을 구별하며, 이들과 마지막으로 상호작용한 날짜도 기억한다...

그 뿐만 아니라 청소부와 고객의 공생시스템은 신뢰에 기반한 장기적 관계,  범죄와 처벌, 까다로움, 관중 의식, 평판, 아첨을 포함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이러한 사회적 역동성은 물고기 사회가 우리의 생각을 훨씬 뛰어 넘는 의식수준과 정교함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220)

 

 

청소부 놀래기와 고객 곰치. 놀래기는 곰치 입 안까지 들어가 청소를 해준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중요한 질문 하나. 이 공생관계가 정말 진화적 이점 때문만일까? 혹시 촉각의 자극이라는 쾌감 때문은 아닐까? 물고기라고 비공리적 활동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냐면서 말이다. 하하하

 

사실 물고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뛰어나다. 이들에게는 인간의 고유영역인 것처럼 여겨진 문화(세대간에 전달되는 비유전적 정보. 즉 생후 학습에 의해 습득, 전달됨)가 존재한다. 까마귀 도구사용, 코끼리 이동경로, 범고래 방언, 영양 집단짝짓기 장소 같은 문화적 전승이 어류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블루헤드놀래키의 짝짓기 장소의 선택이다. 이들은 최대 수명이 3년인데 12년, 즉 4세대에 걸쳐 동일한 장소에서 짝짓기를 한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걸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윗세대의 경험이 전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해양 약탈. 경험 많은 물고기의 남획으로 물고기 사회에서의 문화적 전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다시말해 어느 시점 이후 우리가 어떤 종을 멸종위기종으로 정해 보호한다고 해도 개체수가 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전수된 삶의 노하우들이 없기 때문이다. ㅠㅠㅠ

 

 

 

11장 협동, 민주주의, 평화유지

 

이 챕터는 물고기의 정치학이다. 으하하하!!

 

일단 물고기는 어떤 방식으로 사냥하고 어떤 기준으로 분배를 행할까? 일단 물고기는 협동 사냥을 한다.  라이온피시(쏠배감펭)은 나팔 모양의 독특한 지느러미를 이용해 ’함께 사냥하자‘는 의사를 서로에게 전달. 기다란 가슴지느러미로 사냥감을 몬 후 번갈아 공격하고 전리품은 평등하게 공유한다.

 

 

라이온피쉬

 

 

 

나아가 그루퍼와 곰치는 사냥감이 보이지 않을 때조차 이미 협동사냥을 계획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의사소통에는 ’방향을 가리키기‘라고 볼만한 물구나무 서기 자세 같은 것이 활용되고 있다. 이 정도는 거의 침팬지급 능력이다. 그렇다고 침팬지와 물고기 중에서 누가 지능이 높으냐 식의 질문은 무의미하다. 다만 “물고기는 필요에 따라 영리하고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236)하고 있으며, “침팬지는 막대기를 이용해 ’구멍 속에 꿀이 있는지 없는지‘ 탐지할 수 있지만, 그루퍼는 손이 없으니 막대기를 집어들 수가 없다. 하지만 그루퍼는 의도적인 의사소통을 이용하여 (탐지능력을 가진) 다른 종의 생동을 조정할 수 있다.”(알렉산더 베일)

 

물고기 개체들의 마음이 합쳐져서 사회적 결과로 이어지는 첫 번째 방법이 협동사냥이라면 두 번째 방법은 집단적 의사결정이다. 물고기들은 “목적지와 과제를 결정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투표한다”(이아인 쿠진, p236) 

 

이들에게 홉스나 루소같은 애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얘들도 동종간의 갈등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첫 번째 방법은: 나, 세거든 전략! -과시(몸흔들기, 몸 비틀기, 빛나는 신체 일부 보여주기, 색깔바꾸기)이다

두 번째 방법 : 나, 실은 매우 약해 – 블런트헤드시클리드의 취약한 횡격막 보여주기

세 번째 방법 : 한신의 전략. 일단 참고 no1이 죽기를 기다리자 – 수컷 고비

네 번째 방법 : 두 번째 본성의 터득 (싸나운 애가 상냥한 애로 모드 전환)

 

그리고 얘들이 엄청 영악하다는 것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가장 취약한 시기인 치어기에 다른 동물흉내를 내는 것(어린 제비활치, 어린 험프백그루퍼)은 그렇다 치더라도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인 블랙마블죠피쉬!!는 정말 영악한 애다. 얘는 흉내문어에 감쪽같이 빌붙어 자기의 소굴을 떠나 먼 사냥, 채집터로 안전하게 이동한다.

 

 

               

왼쪽 뛰는 놈(흉내문어) 오른쪽, 뛰는 놈 위의 나는 놈 (블랙마블 죠피시)

 

 

또한 포식자도 피식자들에게 들키지 않키 위해 의태와 위장을 한다. 나뭇잎처럼 위장하고 있는 리프피쉬, 시체놀이 하는 님보크로미스 속 물고기, 등지느러미를 낚시대처럼 사용하는 심해아귀등이 있다.  

 

 

 

왼쪽부터 리프피시, 님보크로미스, 심해아귀

 

 

 

자, 정리하자.

 

“물고기는 마음과 기억을 가진 개체로서 ①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②타자를 인식할 수 있으며 ③본성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험을 통해 학습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를 갖고 있는 물고기들도 있으며, 동종 간 또는 이종 간 협동을 통해 미덕을 보이는 물고기들도 있다.”(247)

댓글 3
  • 2022-06-27 18:56

    물고기는 알고 있다 _ 메모 (권경덕)

  • 2022-07-04 15:01

    짐을 끄는 짐승들 메모 (Tess) 2부 5장까지의 메모를 첨부합니다. 

  • 2022-07-04 17:39

    짐을 끄는 동물들 2부6장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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