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슨, 꼬시는 글^^> 여러분, 나쁜 페미니스트 록산 게이를 아세요?

문탁
2022-05-05 17:13
345

네, 이거슨 겸목님의 명을 받고 #일리치약국에놀러와_다이어트편 <헝거> 세미나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참여댓글좀 부탁한다고 꼬시고 읍소하는 낚시 글입니다. ㅋㅋㅋ...이런 건 보통 노라 담당인데 어쩌다 제가...ㅎㅎ

 

록산 게이!

 <나쁜 페미니스트>(2014)라는 책의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4년 아마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는데,  타임지도 “2014년은 록산 게이의 해”다, 라고 말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책이라고 합니다. 

 

 

그럼 나쁜 페미니스트가 뭐냐고요?

 

음, 바로 이 이미지가 환기시키는 어떤 것입니다. 거구이고 흑인이고 문신을 한 페미니스트인데 <보그>를 즐겨 읽는 사람, 바로, 나쁜 페미니스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핑크색이다. 쿨해 보이기 위해서 블랙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닌 적도 있었으나 사실 핑크, 모든 색감의 핑크를 좋아한다....나는 <보그>를 읽는다. 비꼬거나 비판하기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니고 그냥 좋아서 읽는다. 나는 트위터에 안나 윈투어의 <보그> 뒷이야기를 그린 <셉템버 이슈>에 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겉으로는 그런 증거가 보이지는 않겠지만 명품 신발과 가방과 그에 맞춰 입을 옷으로 가득한 커다란 옷방에 판타지를 갖고 있다. 나는 드레스를 좋아한다.” (371)

 

 

정희진은 여기서의 ‘나쁜’은 도덕적 의미가 아니라 ‘못 미치는’ 이라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쁜 페미니스트란 “나는 부족한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이게 겸손의 어사만은 아니겠지요. 다른 측면에서는 페미니즘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PC(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거부가 있는 것입니다. 페미니즘은, 늘 N개의 페미니즘인거죠. 그녀의 말을 직접 들어봅시다.

 

   “나쁜 페미니스트는 내가 페미니스트이자 솔직한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이름이다. 그래서 나는 쓴다. 트위터에 나를 화나게 만드는 것과 나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모든 사소한 것들을 다 쓴다. 블로그에 내가 요리한 음식을 올린다.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이렇게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어 세상에 나가고 싶고, 이렇게 하면서 더 좋은 여성이되고 싶다....

   어떤 페미니즘 이슈를 이야기하건 간에 나는 페미니스트다...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모순적인 사람이지만 확실한 건 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개똥 같은 취급을 당하고 싶지는 않다는 점이다.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스트가 아예 아닌 것보다는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믿는다.” (375)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농담을 웃어 넘길 필요가 없다. 당신도 그렇다'

 

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 때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었습니다. 윌 스미스(이날 윌 스미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탔습니다. ㅋㅋㅋ)는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자신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삭발을 두고 한 농담을 듣고 (처음에는 같이 웃다가 옆의 아내가 전혀 웃지 않는 모습을 본 후)  곧장 무대로 올라가 크리스 록의 뺨을 후려갈긴거죠. 

 

 

 

 

당연히 전 세계가 난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미국내 여론은 압도적으로 농담을 한 크리스 록이 아니라 폭력을 행사한 윌 스미스를 비난합니다. 그런데 록산 게이가 뉴욕 타임즈에 칼럼을 씁니다. 바로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농담을 웃어 넘길 필요가 없다. 당신도 그렇다"라는 제목으로 말입니다.

 

이 칼럼에서 록산 게이는 (이하는 <프레시안>에서 가져 온 내용입니다)  "이 글은 윌 스미스를 위한 변론이 아니다. 이는 예민한 사람을 위한 변론"이라며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 당신이 외모가 어떤지 공격하는 유머를 즐기고 용인하는 것이 고상한 것이라는 이상한 생각이 팽배하다"고 꼬집었다고 합니다.

 

이어 그녀는  "우리는 코미디언들이, 경험한 사람들은 그다지 재미있다고 느끼지 않는 인종·성폭행·젠더 폭력 등을 유머의 소재로 삼을 때 종종 이것을 본다. 만일 당신이 웃을 수 없다면, 당신은 유머 감각이 부족한 사람이다. 당신은 예민한 사람이다. 당신이 문제다(라는 지적을 듣는다)"라고 썼습니다.

 

미국 흑인 여성들은 절반 가량이 탈모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윌 스미스의 부인인 제이다 스미스 역시 그랬구요. 그녀는 자신의 탈모로 고통을 받다가 삭발을 감행한 것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지 아이 제인>의 후속편을 기대한다”는 농담을 한 것이지요. 게이는 칼럼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무던해지라는 요구를 받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며 그런데 "무던해지라는 요구는 누구에게 득이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것입니다.

 

록산 게이가 폭력행위를 두둔한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보다는 많은 흑인 여성들, 심지어 제이다 스미스 같은 여배우,  혹은 최초 여성 흑인 대법관 지명자 커탄지 브라운 잭슨 후보 같은 유명한 흑인 여성까지 온갖 모욕, 인종차별, 여성혐오를 당하는 현실에서, 동시에 그 상황을 "침착하고, 둔감하고, 인내심 있게 " 받아내야 쿨한 것처럼 여겨지는 미국 /백인/ 고학력 /중산층 /남성들의 어떤 문화 풍토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녀는 핑크색을 좋아하는 나쁜 페미니스트이긴 하지만,  예민한, 즉 차이(다른 사람의 고통)에 민감한 페미니스트입니다.

 

 

12살에 집단 강간, (심리적) 허기를 음식으로 채워 결국 261킬로그램까지 나가게 된 몸, 그 몸에 대한 기록, <헝거>

 

일리치약국에 놀러와의 2022년 상반기 주제를 '다이어트'로 정한 이유는,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사로잡혀 있는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85세의 저희 어머니는 혼자 걷지도, 서지도 못하시면서 체중계에 몸무게를 달아보고 싶어하십니다. 살이 많이 찌고 배가 많이 나왔다고 걱정하시면서^^)

 

그런데 '다이어트'를 제한된 시간내에 다루려고 하니 어렵더군요. 다이어트 이슈가 입체적이니까요. 그것은 섭생과 관련된 생물학적 이슈이면서 동시에 여성의 몸에 대한 페미니즘적 이슈이고, 나아가 남녀구별 없이 '건강한(=날씬한) 몸'을 강요하는 현대사회 생명권력의 문제이기도 하죠.  우리가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세미나를 진행하려고 하면 도대체 무슨 책을 읽는 게 좋을까요? 

 

그 때 기린님이 <헝거>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좋은 책이라고. 마침 추혜인 원장님도 여성의 몸과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자연스럽게 이번 다이어트편은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다이어트...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ㅎㅎㅎ

 

 

 

오미크론 격리기간 동안 <헝거>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저도 정희진처럼 "아, 잘.. 썼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세미나에서 김 빠지지 않기 위해 내용 스포는 안할게요)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제가 모모에게 "살 좀 빼라"고 잔소리하던 게 떠올랐습니다. 나는 왜 그녀에게 살을 빼라고 했던 걸까요? 왜 그녀는 또 '그러지 않겠다'고 했던 걸까요?  갑자기 이런 것들이 다시 떠올려지면서 저는  <헝거>라는 책을 매개 삼아 우리의 몸과 그 몸에 대한  각자의 모순되고 복잡한 감정에 대해 함께 친구들과 (그리고 그 모모와 함께) 대화하고 싶어졌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코로나 기간 동안 살이 많이 쪘다는 사실을 계속 느끼면서,  또 계속 말하고 다니더군요. 몸무게는 의식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는 모양입니다. ㅠㅠㅠ 

 

어쨌든 <헝거>를 통해  우리는 '다이어트' 라는 우리 사회의 가장 핫한 문화적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많은 분들과 함께 하면 좋겠네요^^ 

댓글 5
  • 2022-05-05 21:26

    <헝거>줌세미나는 5월 13일, 5월 20일 총2회 진행됩니다~이번 기회에 록산 게이와 만나 보세요^^

  • 2022-05-06 09:17

    저도 자발적으로 낚이고싶습니다^^*
    시간 확인하겠습니다 ~~

  • 2022-05-06 09:28

    아~ 그래서 <나쁜 페미니스트> 커버 컬러가 핑크였군요ㅎㅎ 추원장 강의만 들으려 했는데 낚시바늘에 훅 걸려들고 싶어집니다ㅋㅋ

     

    • 2022-05-06 17:00

      ㅋㅋㅋㅋ 자발적으로 낚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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