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동권투쟁 다큐 <버스를 타자>를 아시나요?

문탁
2022-04-05 09:02
257

아주 아주 오래 전에 서울에 있는 작은 장애인복지관에 강의를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장애,복지 뭐 그런 주제는 아니었구요, 인문학과 관련된 강의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복지관 입구 게시판에서 어떤 신문스크랩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나는 김포공항에만 오면 장애인이 된다>였습니다. 

 

해외에 살고 있는, 휠체어를 탄 젊은 청년의 말이였는데

자신은 평상시에는 장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못 느끼는데

한국에 오면 공항에서부터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매순간 느낀다고, 뭐 그런 이야기였어요.

매우 인상적이었고, 제가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첫 시점이었습니다.

 

 

그 다음엔 2000년대, 수유너머에서 노들야학을 알게 되고 박경석, 지금 전장연 대표 (당시 노들야학 교장)를 알게 되면서부터입니다.

2008년 12월, 이들의 집회를 목격한 후 이런 짧은 글을 쓰기도 합니다.

 

 

그들의 휠체어는 그들의 몸이다. 그리고 그들의 몸은 무한히 확장된다

그들이 목에 건 '차꼬'형태의 판자 플랭카드도, 휠체어에 매달아 끌고 다니던 선전물도 모두 그들의 몸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의 몸은 (은유로써가 아니라 실제로 ) 의족이고 의수이고 휠체어이고 플랭카드이고 깃발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들의 무기였다.

 

그들은 모두 전사였다.

한명 한명이 게릴라였다.

경찰과 수없이 실강이를 하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인도로 휠체어를 밀며 앞으로 나아가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친구가 전경의 인의 장벽, 방패의 장벽을 뚫고 차도로 내달린다.

 

그때의 속도는 바람보다 빠르고 어떤 직구보다 강했다.

그래서 뚫린 조그만 공간 속으로 일시에 전동휠체어들이 뛰어 든다.

방패를 향해, 차도를 향해, 빈 공간을 향해

마치 빛과 같은 속도로 뛰어 든다.

 

그렇게 공간을 확보하고 또 방패의 벽에 막히면 몸싸움이 시작된다.

인도로 가세요.

싫어.

이렇게 차도로 가면 위험합니다. 저희가 보호해드릴 수가 없어요.

언제 너희가 우리를 보호했었냐? (우리나라는 일주일에 한번도 외출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30만명이 넘는다)

인도로 집회허가 냈잖아요? 인도로 가세요.

싫어.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거야.

 

이날

법과 질서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배제와 치안을 넘어서

온 몸을 던져 한뼘의 자유의 공간을 확보하는 그들을 나는 그곳에서 보았다.

 

 

저는,  그 날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급진적인 저항은 이 장애인들의 투쟁에서 나오겠구나 (그때만 해도 동물권 이런 건 거의 없었어요)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지금, 전장연 지하철 투쟁에 관한 온갖 조롱을 목격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혀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조롱이든 비난이든 혐오든, 있는 게 낫다고 말하는 박경석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은 슬픔을 느낍니다.

 

 

이런 생각을 다들 하는 모양입니다.  고 박종필 감독의 작품, <장애인이동권투쟁보고서_버스를타자 >( 2002)를 박종필추모사업회 측에서 무료로 풀었습니다. 이 다큐를 보시면 도대체 이동권이 뭔지, 지난 20년동안 이들이 어떻게 싸워왔는지, 왜 '반문명적'인 투쟁을 벌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준석은 아웃입니다. 전, 앞으로 이준석을 아웃시키는 모든 활동에 '진심'을 다할 작정입니다.

 

 

이 다큐를 꼭 한번 봐주시기 바랍니다.

 

 

 

 

댓글 2
  • 2022-04-05 09:11

    이준석 아웃!!!  ㅠㅠㅠ

    20년이 지났는데도 이러고 있네요
    화가 엄청 올라오는데 뭐라도 해야할것 같아요 ㅠ

  • 2022-04-05 12:46

    다큐 잘 봤습니다.

    얼마 전 희귀병으로 시력을 잃은 친구 남편이 있어요. 시력을 잃었으니 당연히 운전을 할 수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 불편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네요.

    저도 아버지가 외출하실 때 휠체어에 의존하게 되시면서부터 대중교통으로는 도저히 아무데도 못 가시겠구나 하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30년만에 이대로는 살 수 없다며 밖으로 나온 청년, 장애인의 싸움에 동참하는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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