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의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3차 세미나 후기

요요
2022-02-27 21:16
216

양생팀에서 고미숙 샘의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를 가지고 세미나를 할건데

3회차에 둥글레와 제가 동의보감과 숫타니파타를 가지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이 어떠냐고 문탁님이 물어왔을 때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흔쾌하게 대답 해놓고, "아, 또 일을 만드는구나, 일을 만들어" 이불킥을 했습니다.

(아, 이 후기도 그렇습니다.^^ )

 

 

"곰샘, 대단하셔. 대체 누가 이런 기획을 할 수 있겠어." 처음 책을 읽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사실 동의보감과 관련된 이야기는 대충 휘리릭 읽었고, <숫타니파타>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언제나 처럼 읽는 사람의 귀와 머리에 단숨에 쏙쏙 들어오게 쓰는 곰샘의 말빨과 필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부분 부분 "음, 이건 좀 너무 나간 것 같은데" 이런 마음이 이는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읽는 이들로 하여금 멈춰서 생각하게 하고, 뭔가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촉발시키는 역량이 탁월하시잖아요.

저는 절대! 그렇게 쓰지도 못하고 그렇게 말하지도 못하고, 또 그렇게 씨원하게 생각하지도 못하거든요.^^

 

 

작년에 문탁 금요클래식에서 제가 한 불교강의가 <숫타니파타>와 <반야심경>이었는데, 강의록을 준비할 때도

강의를 할 때도 저는 엄청 헤맸거든요. 강의를 듣는 분들이 알아챘는지 모르지만 속으로 진땀을 흘렸더랬습니다.

다른 분들보다 불교에 대해 읽고 아는 것이 좀 더 많긴 하겠겠지만 저는 아직도 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소화되지도 못한 걸 어렵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 부끄러운 감정을 느낄 때가 많거든요. (꼭 불교만 그런 것도 아니군요.)

어떤 점에서는 틀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뻔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는 생각을 할 때도 종종 있답니다.

자의식 뿜뿜을 멈추고 그런 제 모습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데 저도 시간이 꽤 걸렸답니다.

그나마 불교 공부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연기, 무아, 무상, 고집멸도를 자주 생각하고 주문처럼 되뇌다 보면 실제로 뭔가 비워지기는 하더라고요.

 

 

3회차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저는 곰샘 책의 소제목들을 다시 훑어 보았습니다.

그렇게 보니까 <동의보감>과 <숫타니파타>를 어떻게 연결하고, 대결시키려 했는지 감이 좀 오는 것 같았어요.

하여간 그런 과정에서 둥글레님의 질문과 제 질문이 나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둥글레님에게 질문한 건 '통하면 아프지 않다'라는 동의보감의 메시지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라는 것이었어요.

그 질문을 둘러싸고 여러 쌤들이 동의 보감의 양생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통한다는 건 뭔지, 또 아프다는 건 뭔지,

병을 치료한다는 건 또 뭔지, 이야기가 아주 풍성하게 전개되었던 것 같아요.

세미나에서도 말했지만 저는 '자연의 리듬' 혹은 '자연의 이치'를 따라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여전히 궁금해요.

우리의 삶의 조건이 계속 변화하고 있으니까 매번 그 답은 달라지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어서 그런가봐요.

또 치료한다는 것 혹은 병을 다스린다는 것이 단지 병을 낫게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증상을 없애는 것이 치료라고 하면 간단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건강하다는 게 어떤 건지 그것도 생각할 게 많은 것 같거든요.

결국 그래서 양생을 탐구하는 인문약방과 일리치약국과 함께 이 문제를 계속 탐구해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둥글레님이 제게 질문한 것은 불교수행에서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여전히 몸이야말로 수행의 근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능한 매일 아침 명상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명상도 몸이 있기에 가능하잖아요. 몸을 일으키고 앉는 것,

호흡을 지켜보는 것, 내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지켜보는 것, 즐거움과 고통을 알아차리는 것,

몸과 마음의 무상함을 아는 것, 이 모든 것이 몸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분법이고, 이 둘이  연기적 관계에 있다는 것을 무시하는 발상 아닐까요?

초기경전에서 부처님이 먹는 것, 입는 것, 말하는 것, 성욕에 대해 그렇게 고구정녕하게 반복해서 이야기한 것도 

인간의 삶의 조건인 몸과 마음의 관계를 직시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생각하고요.

 

 

곰샘의 책 제목에 있는 '마음에서 우주로' 이 말에 대해서는 첫세미나에서부터 구성원들의 생각이 분분했고

둥글레샘도 제게 다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곰샘의 책에서는 나오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초기불교수행법에 '사무량심(四無量心)'이라는 것이 있어요.

네가지 무한한 마음이라는 뜻인데, 네가지란 자비희사(慈悲喜捨)를 뜻해요.

사랑의 마음, 남의 고통을 함께 슬퍼하는 연민의 마음, 남의 기쁨을 같이 기뻐하는 마음, 평정한 마음이 자비희사에요.

이 마음을 수행을 통해 무한히 넓힐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사무량심 수행인데, 저는 실천적 관점에서는 

마음에서 우주로는, 자기만 생각하는 좁은 마음에서 마음을 무한하게 넓힐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곰샘은 연기를 알면 당연히 '마음에서 우주로'가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말에는 백퍼 공감하지만,

연기란 결국 세상만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 나아가서 우리가 '이것' '저것'이라고 개념화하는 모든 것에는

실은 변치않는 본질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영원한 실체는 없다!  무아다! 공이다!라는 것을 아는 공성의 지혜가 연기인지라..

그런 지혜를 갖는다는 건 그렇게 산다는 것이 아닌가, 마음에서 우주로도 결국 그런 삶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 글고.. 세미나 끝나고 자려고 누웠을 때 불현듯 떠올라 저를 이불킥을 하게 만든 생각이 있습니다.

마음과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오온과 오온무아에 대해 말했어야 하는데.. 라는 아쉬움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안 하기를 잘했습니다. 그랬으면 딱 오해받기 쉬운 주지파의 설명, 설명이 되었을테니까요.ㅎㅎ

 

 

두 시간 넘게 열띠게 서로 주고받은 이야기는 더 풍성한데 후기로 요약한다는 게  무망한 일인 것 같습니다.

각자의 마음에 남은 것이 다 다를 터이고, 그것이 무엇이든 질문을 키우는 씨앗이 되기만 하면 다 좋지 않을까 싶네요.

세미나를 통해 뵙게 된 샘들, 만나서 고마웠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면 반갑게 인사 나누기로 해요. 

저는 덕분에  3월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영성세미나 복귀의 기운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공부할 게 많아서 좋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이만 총총..

 

 

 

 

 

 

 

댓글 3
  • 2022-02-28 11:31

    후기를 읽다보니, 지난 수업의 열기와 감동이 새삼 느껴지네요^^
    숫타니파타는 어려웠지만, 요요샘의 이분법으로 나누려 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말씀에서 불교의 깊이랄까 정수(?)를 살짝 느꼈습니다.
    제게 불교는 종교로써 기복신앙같은 느낌이었지만, 불교가 꼭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자각.
    앞으로 영성세미나에도 관심 갖고 불교에도 열린 마음이 될 듯 합니다.

  • 2022-02-28 12:12

    질문에 답하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계속 생각을 해 봐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산다는 것이 어떤 걸까 라는 건 저한테도 늘 따라다니는 질문인 것 같고요^^

     

  • 2022-02-28 12:29

    전,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사는 건 오히려 이해하기 쉬운 것 같아요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하루에는 저녁에 배부르게 먹지 말고
    한달에는 그믐에 술취하지 않고
    일년에는 겨울에 먼 데 쏘다니지 않는 거잖아요.

    다시 말하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자고
    봄, 여름에는 손발을 부지런히 놀려서 일하고 가을, 겨울에는 걷어들인 것을 잘 사용하면서 보내고..

    문제는 우리가 그렇게 살 지 못한다는 건데
    그 이유도 우리 너무 잘 알지 않나요?

    계속 살던 대로 살건지, 아니면 다른 일상을 구성할 것인지, 이게 일단 보편적 양생의 관건이 되겠지요.

    전, 이번 세미나를 통해서 부처님이 몸과 병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했는지 궁금해졌어요.
    이건 직접 초기 경전을 읽어봐야 하는 문제 같네요.
    낭송철학 말고 낭송경전읽기... 이런 프로그램 만들어주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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