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식물> 6회 후기 <식물의 사유> 9장~16장

남현주
2022-02-24 11:02
293

후기를 쓸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정신 없이 들으며 혼란에 빠져 있다가, 그래도 끝까지 읽고 다른샘들의 이야기로 조금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어 세미나에 참석한 것을 뿌듯해 하며 끝내려는 순간 후기를 부탁하셔서 승낙하고 나서는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뭘 써야할까? 어느분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이해가 안되는 내용을 쓸 수도 없고...다시 책을 뒤적이고, 몸상태가 좋지 않으신 중에도 발제하신 자누리샘의 글도 읽고, 세미나 중에 나눈 이야기도 더듬으며 메모를 하면서 시간이 더 주어진다고 앎이 더 깊어지지도 않겠고 우선 이해가 안되는 내용이나마 세미나에서 나눈 것들을 옮겨 보는 것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누리샘이 마이클 마더 부분의 발제하신 내용중에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식물세계라는 타자성의 영역과 '함께 살아가는 일'을 마더는 '원소의 공유'로 제시한다. 식물뿐만 아니라 인간세계에서도 타자성의 이해에 하나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우리가 타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공기, , , 흙이다. 식물은 바로 여기에 참여한다. 원소들을 끌어모아서 다시 공유의 현장으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생명 전체에 또 하나의 원소로 작용한다. 물론 이때의 공유는 전용으로서의 소유 개념이 아니라 그것을 잘 사용하고 순환한다는 개념이다.

 

식물의 '공동 나타남'  '더불어 성장'이다. 언제나 타자와 더불어, 공통의 본질이 아니라 공유의 탁월함으로 성장한다. 독립적이면서 흩어지는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통일성, 그러한 성장은 서로로부터 떨어져 나옴, 자신을 잃음을 요구한다.

 

자신을 잃음은 홀로 존재하는 외로움이 아니라 숲과 더불어 갖는 '고독'이다. 고독은 혼자 있으면서 혼자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이는 더불어 흩어짐이라는 실존의 '배경'이다.   

 

식물, 자연의 지혜를 배운다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고독'을 배우는 것이다. 고독은 '자신과 함께 있음'이다. 식물은 원소들을 모으는 방식으로 자신과 공존한다. 그리고 그 원소들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타자와 더불어 산다. 사랑은 타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타자성을 가꾸고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사랑은 고독들의 공유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용어를 빌려 인간되기에 조에(생명)과 로고스(표현력)의 존재를 넣는다면 식물 또한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식물도 로고스가 있으며, 다만 생명과 그 표현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로고스를 전용하지 않는다. 만일 식물에게 생명과 로고스가 서로 의지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다면 우리는 생명을 비소유적으로 사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통찰은 식물이 우리 세계의 원소들이고, 이 원소들과 더불어 우리에게 생명의 선물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식물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고독을 보존하는 원소적인 공동체임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발제를 듣고 드러남, 고독, 조에와 로고스, 비소유적으로 사유하기, 식물을 통과하여 인간되기? 등등에 대하여 경덕샘, 자누리샘, 세션샘 그리고 다른샘들과 문탁샘이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발제에서 정리한 내용으로 대체합니다.

 

루스 이리가레 부분은 발제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나눈 이야기들이 있는 책속의 내용으로 대체합니다. [안티고네]에서 남성적인 법을 무시하고 시신을 땅에 묻어준 행위는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옹호한 것으로 해석하고, 시바는 생명 존재의 변형과 사랑의 신으로 니체와 비교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욕망, 성적 욕망에 대하여 인간 되기의 에너지로 생명의 원천으로 많은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성적에너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되고 다른 생명 존재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는데 핵심적인 생명의 원천이자 비축 자원이라고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타자와 타자가 맺는 관계에서 공백과 무를 떠맡으려면 타자성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유는 사회문화적 배경이나 이미 우리의 것이 된 지식에 집착하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공백과 무를 떠맡으라고 요구합니다. 여기서 공백과 무의 이야기를 나누며 마쳤습니다.

 

문탁샘이 가끔 난감해 하시면서도 열심히 설명해주시려고 하시고 다른 샘들도 같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면서 책이 이해가 안되어 머리가 아파도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4
  • 2022-02-24 14:34

    전 <식물의 사유>는 마더 부분을 읽을 때 이전에 읽었던 내용들이 복기되어 좋았습니다~

    머리를 써가면서 함께 공부하는 재미도 나름 의미있지요^^

    저도 현주님의 조근조근한 음성과 조리있게 말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 세미나였습니다~

    앞으로도 공부의 길에 계속 접속하신다니 어디선가 또 뵙게 되겠지요^^

  • 2022-02-24 19:38

    혼자서 읽을 때의 답답함이 세미나를 통해 하나씩 해석이 되어줘가는 게, 

    역쉬 !! 세미나의 묘미를 새삼 깨닫게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리가레가 성차의 페미니스트라는데, 여기서 왜 또 굳이 식물에서 성차를 계속 이야기하는가 했지요, 

    첫 시간에 그이가 이야기했던 요가니 명상이니 했던 것들은 죄다 까먹고요....

    어쨌거나, 만만이 보고 접근했던 (?) 식물세미나였는데, (물론 아주 의심은 했습니다만)

    아주 망치로 얻어맞았습니다.  아주 ㅎㄹ ㅎㄹ 합니다.     

     

  • 2022-02-24 20:36

    식물의 사유 책이 넘 어려워서 영 감이 안잡히고 뭘 읽었는지 멍했었는데 자누리쌤 발제 집중해서 읽고 문탁쌤 설명 듣고 현주쌤 후기 읽으니 그래도 첨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쌤들, 감싸~^^

  • 2022-02-26 17:16

    후기 작성의 난감함 매우 공감합니다ㅋㅋ 그래도 쓰다보면 드문 드문 기억 나는 것도 있고 정리되는 부분도 있고 그러더라고요. 식물을 사유하기 위한 철학적 개념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식물에서 욕망, 사랑, 고독 등에 대한 사유를 재발견할 수 있다는 부분이 신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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