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식물세미나 4회차 후기

2022-02-11 13:37
300

네 번째 시간은 <매혹하는 식물의 뇌>의 나머지 부분, 4장-5장입니다.

어바웃 식물 세미나 네 번째 시간으로 되돌아 가볼까요?

그날의 뜨거웠던 논쟁도, 다음날 바로 후기를 작성해보리라는 결심도 오래된 티셔츠의 날염처럼 희미해졌네요. 제가 정리하기엔 역부족이지만 더듬더듬 이야기를 기억해볼께요. 어긋난 기억은 바로 잡아주시고 엉성한 부분은 따뜻한 댓글로 채워주시길...

먼저, 오늘 향모를 끝까지 땋으신^^ 느티나무님, 현정님, 기린님, 현주님께 존경의 박수를 보내드리며,

제가 그제 읽었던 <향모를 땋으며>의 371쪽 구절로 열어봅니다.

-...... 우리가 측정하고 기록하고 분석하는 방법은 생명이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이 방법은 인간 아닌 종의 수수께끼 같은 삶을 이해하는 통로다. 경의와 겸손으로 과학하는 것은 인간을 넘어선 세상과 호혜적 관계를 맺는 강력한 행위다.데이터를 사랑하거나 p-값에 경탄하여 현장에 온 생태학자는 한명도 못만나봤다. 과학은 종경계를 건너는 방법, 인간의 피부를 벗고 지느러미나 깃털이나 잎을 입고서 다른 존재들을 최대한 온전히 아는 방법일 뿐이다. 과학은 다른 종에 대해 친밀감과 존경심을 형성하는 방법일수 있으며, 이에 비길 만한 것은 전통 지식 보유자의 관찰 밖에 없다. 과학은 친족성에 이르는 길이 될수 있다.-

식물들이 친척을 알아보고 협력한다는 부분도, 공생을 위해서 균근과의 대화도 서슴치 않는다는 것도, 종족번식을 위해 그들이 발휘하는 재치와 재능도 모두,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어요.그리고 특히 우리가 식물이 가진 모듈성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이 그들을 다시 보게 되는 중요한 지점이라는 부분을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던 것 같아요.

또, 식물도 전기신호의 작동원리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고, 외부 자극에 대해 반응을 나타내도록 하는 여러 호르몬(옥신, 제베렐린, 싸이토키닌, 플러리겐 등등...)을 분비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했어요.

그리고, 크게 보면 세가지의 논쟁거리?가 있었죠.(애매하기도 하고 흐름을 위해 어느어느 분의 말씀인지는 생략할께요^^)

식물의 창발성, 그리고 그것과 진화와의 관계, 식물권.

생물학에서 창발성개념은 하위조직에서는 볼수 없었던 새로운 어떤 것이 상위조직에서 발생되는 것으로 개별 개체가 아닌 집단에서 발생하는 것이 핵심이며,특히, 식물의 창발성은 식물자체가 가진 모듈성으로 ,<숲은 생각한다>에서 다뤄지는 동물들의 무리지성과도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고 합니다. 인지과학의 개념으로 보면, 식물들의 인지시스템이 각 모듈들의 네트워크로 이어져 분산지능이 이뤄지는 점을 두고, 그들의 창발성은 분산지능의 의사소통 체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것이라고 할수 있다고 해요.

그러면, 식물과 곤충의 기나긴 반목의 결과로서의 공진화도 창발로 볼수 있는지도 궁금했어요. 식물이 수많은 선택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중에 창발적 행동이 발현되는 것은 아닐까? 더 나아가 우리와 식물들의 관계속에서도 창발적 행동이 생기는 것일까?

우리의 몰이해가, 우리가 식물을 무시한 결과가, 결국 생물 다양성의 위기, 기후위기를 초래한걸까? 인간의 선한 의도나 개입도 결국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는 결과를 생산해왔듯이, 앞으로도 옥수수의 슬픈 운명처럼 기괴한 악순환을 되풀이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역시, 근대인이 문제였습니다. 근대화로 잃어버린 식물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공생의 방법을 모색해야하지 않을까?

저자가 다루는 식물들의 유용함을 이용하는 것과 식물의 언어를 배우고 알아가면서 식물권을 보장하는 것과의 딜레마는 어떻게 다룰것인가?

모든 행위에는 딜레마가 따르는 것 아닌가? 우리가 식물을 스승으로 삼을수 있을까?

-식물이 진화시킨 적응과 사람들의 필요가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일부 원주민 언어에서는 식물을 가르키는 단어가 “우리를 보살피는 이들”로 번역된다. 부들은 자연선택을 통해 늪에서의 생존가능성을 증가시키는 정교한 적응을 발전시켰다. 사람들은 성실한 학생이어서 부들에게 해결책을 빌려 자신의 생존가능성을 증가시켰다. 식물은 적응하고 사람은 적용한다-(향모를 땋으며 336쪽)-

생태학적 복원을 통해, 우리가 다시 식물과의 관계를 회복해야함은 분명해보입니다.

아울러 타자와 맺는 관계 방식도 함께...

신이치가 말했던 신화적사고, 대칭성을 기반으로한 섬세한 증여의 원리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다음 어바웃 식물 세미나 다섯 번째 시간에는 두 철학자간의 대화 <식물의 사유>로 이어집니다.

과연, 그들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질문들에 대한 출구가 보일까요?

댓글 4
  • 2022-02-12 08:06

    세미나 시간이 지나갈수록  식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음에도

    늘 그 자리에 있어서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번 책에서는  식물은 모듈구조로 되어 있다는 저자의 

    반복된 설명을 다시 생각하게도 되었습니다.  이런 구조가  "식물이 진화시킨 적응과 사람들의 필요가 맞아 떨어지는 것" 이라는

    의미와 연결시키면.... <향모를 땋으며>에서 내내 말했던 호혜성.. 선물의 의미가 한층 풍성해지는 것도 같고요.

    남은 책에서는 우리의 생각을 어디까지 연결해 볼지 기대 됩니다그려^^

  • 2022-02-12 14:48

    생각해보고 싶은 게 몇몇 있었는데ㅠ 넘 바빠 찾아보지도 못했어요. 일단 담주 셈나 책 마저 읽고 찾아보고 싶어요. 후기 읽다 보니 생각이 나네요

  • 2022-02-13 16:16

    저는 식물의 전기신호에 대한 것을 찾아보았습니다. 식물의 움직임에 대한 열쇠는 전기신호였네요.  

    1873년 샌더슨(영국)은 토란과 식물인 필로덴드론의 줄기와 잎에 전극을 삽입한 뒤 자극을 주며 필로덴드론을 관찰했습니다. 전극을 삽입한 필로덴드론을 방에 놓고 10명의 사람들이 들어가서 필로덴드론을 만지거나 그 옆에 서 있고, 그중 한 사람은 잎을 몇 장 찢었습니다. 잎을 찢었던 사람이 다시 방으로 들어서자 필로덴드론의 전기적 활동이 활성화되고, 다른 사람들에겐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그 방에 전극을 꽂은 다른 여러 종의 식물들을 함께 놓고 다시 그 사람들이 들어갑니다. 필로덴드론은 자신의 잎을 찢었던 사람이 들어오자 전기적 신호를 활성화시켰습니다. 다음날 필로덴드론과 다른 식물들이 있는 방에 잎을 찢은 사람이 들어서자 필로덴드론은 물론 다른 식물들도 모두 전기적 신호를 활성화시켰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들어섰을 때는 식물들은 모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필로덴드론이 보낸 전기적 신호를 다른 식물들이 위협을 알리는 신호로 감지해 동시에 전기적 신호를 냈다고 보고, 이를 '시스템 전위'라 불렀습니다.

    또 다른 실험입니다. 애벌레가 하나의 잎을 먹기 시작하자, 그 주변에 있거나 멀리 있는 식물 조직들은 모두 곤충의 식욕을 줄이기 위한 시큼한 화학물질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한 장의 이파리만 버리자는, 식물의 생존전략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2013년 스위스에선 애기장대를 이용해, 잎과 줄기 맥관을 따라 전해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빠른 전기적 전하를 추적했는데, 전하가 약 8.9cm/min 의 속도로 이동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멀리 있는 잎은 전자신호를 받으면 자스모네이트라는 화학물질을 생산해서 핵내로 전달하고 중간 메신저들을 활성화하여 다른 방어 관련 유전자들과 협력한다고 합니다. 이 자스모네이트는 방어조직을 시발할 때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보는데, 식물들은 방어 경로를 따라 호르몬 신호 및 전기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전극을 연결했을 때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담배 냄새에 반응하고, 동료가 당하는 고통을 느끼고, 다시 그 파괴자를 만났을 때 그를 알아보고는 괴로워하고,  기억하고, 심지어 목이 마르면 스프링쿨러를 작동시키기까지 하는 식물의 뇌는 어디에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요.

    지난 시간에 파리지옥 이야기를 잠깐 했습니다. 잎 안의 털(trigger hair)을 누가 만지면, (이때 처음 한번은 그냥 pass합니다. 그러나 20초 이내에 또다시 털을 건드리면) 모발 기저부의 감각세포에서 운동 세포를 활성화하는 활동전위로 작동하는 전기신호(Ca₂⁺)를 생성하고 잎의 중추에 전기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물을 통과하는 잎에서 모공이 열리게 되고, 바로 수압을 바꿔 잎을 닫게 하여 벌레를 가두는 거죠. 여기엔 뇌세포가 없고 감각수용체가 있으며 전하를 띤 화학물질의 흐름을 제어하는 이온 채널과 활동전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파리지옥은 정보처리가 가능하여 동물의 신경반응과 유사한 방식으로 환경에 반응합니다. 동물이 근육세포에서 활동전위를 측정하는 것처럼 파리지옥의 활동전위를 측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은 2016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GLR단백질 칼슘채널' 활성화원리, 전기·생리학적 방법으로 규명> 했다는 보고의 내용입니다.

    식물에게 코는 기공(Stomata)이다. 그리스어로 '입'이라는 뜻인데, 기공이 있어야 식물의 밥인 양분을 만드는 광합성이 가능하다. 식물은 잎 표면에 미세한 구멍인 기공을 평방센티미터(1㎠)당 수 만개씩 갖고 있다. 식물은 기공을 통해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식물 체내로 받아들이고, 광합성 부산물인 산소와 물을 대기 중으로 내보낸다. 기공은 물이 부족할 때는 닫혀 수분 유출을 막고, 숨 쉴때 열리는 여러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여야 식물이 정상적으로 생장하고 살아갈 수 있다. 기공을 이루는 한 쌍의 마주 붙은 세포를 공변세포라 하는데, 공변세포는 빛, 수분, 이산화탄소, 온도, 흔들림 등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기공개폐를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세포막에 존재하는 칼슘채널은 환경의 변화에 세포가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칼슘 이온의 유입량을 조절해 기공개폐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변세포에 존재하는 칼슘채널이 열려 칼슘 이온이 공변세포 안으로 들어오면 일련의 세포 신호 반응을 거쳐 세포 내 삼투압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물이 바깥으로 빠져나가, 공변세포의 부피가 줄어 기공이 닫히게 되는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에서는 애기장대 식물을 이용해 공변세포에 있는 새로운 종류의 칼슘채널인 GLR3.1/GLR3.5 를 발견하고, 특정 아미노산이 이 칼슘채널을 활성화해 세포 내로 칼슘이온을 유입시키는 역할을 수행함을 전기․생리학적 방법으로 증명해냈다. 이 두 유전자가 결여된 동연변이체 공변세포에서는 칼슘에 의한 전류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로써, 새로운 칼슘 채널이 GLR 단백질로 형성되어 있음을 밝히고, L-메티오닌이 칼슘채널을 열리게 하여 세포 내로 칼슘이온을 유입하게 함을 증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GLR3.1/GLR3.5 단백질 칼슘채널이 세포 내 적절한 칼슘 농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기공개폐를 조절하고, 식물의 성장과 발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 GLR 단백질: 아미노산 중 하나인 글루탐산(glutamate)은 동물의 중추신경계에서 중심적인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는데, 이들의 수용체 중 하나인 Glutamate receptor는 일종의 이온 채널로 글루탐산에 의해 채널이 열려 양이온(Ca++, Na+, K+)들을 통과시키게 된다. 식물은 동물과 같은 중추신경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동물의 Glutamate receptor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단백질들을 가지고 있어 'GLR'이이라는 이름을 따서 붙였다. 이 단백질의 역할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태양 탐사선 파커가 초속 163km(서울-부산 3초)를 날았다고 하는데, 아직 기묘한 식물의 세계를 많이 파헤치지 않는 건 여전히 식물을 수동형이라고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식물이 집지킴이도 될 수 있겠는데요, 전극을 연결하고 그 신호를 받아보는 거죠.. ㅋㅋ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고 ~ 계속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느낌입니다. 한 영상이나 정보는 또 다른 영상과 정보를 찾게 하는 꼬꼬무이구요, 아주 시간 잘 갑니다.  끝이 없습니다만 어쨌든 비건을 이야기할 때 '그럼 식물은 어떻게 먹냐,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는데'에 대한 답은 얻었습니다.'  다시 또 <향모를 땋으며>에서 그녀가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마음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아래 몇 개의 관련 영상을 첨부합니다.  

    "식물도 소리 듣고 반응한다" - kakaoTV

    식물의 기공 움직임 조절하는 새로운 단백질 발견 (ibs.re.kr)

     

    • 2022-02-14 08:05

      와...............땡큐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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