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7회차 후기 : 변증법으로 노자 읽기?

명식
2022-05-21 12:09
189

 

  오늘은 노자의 후반부 덕경 중 61장에서 70장까지를 읽었습니다. 덕경에 이르러 노자의 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이 드러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는데요. 마침내 서브 텍스트인 리쩌허우의 중국고대사상사론도 그와 같은 관점에서 노자를 조명하고 있어 더 그런 느낌을 받았던 듯합니다.

 

  왕필주 61장에서는 여울아쌤이 ‘하류’라는 표현에 꽂히셨습니다. “큰 나라는 자신을 낮추니 온 천하가 모여든다”는 구절을 왕필이 ‘하류로 흘러든다’로 풀어냈는데, 여기서의 하류는 물이 자연스레 내려와 모여드는 곳을 뜻하지만 논어에서는 악덕이 모여드는 곳으로 나오는 것이 대조적이라고 하셨네요. 또 62장에서는 “훌륭한 말은 값있게 여겨지고 존귀한 행실은 사람에게 보탬이 될 수 있지만 착하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버리지 않나니”란 구절에서 존귀한 행실을 뜻하는 ‘존행’이란 표현이 과연 부정적인 뉘앙스인가 아닌가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어보기도 했습니다.

 

  63장에서는 “원한을 덕으로서 갚는다”는 구절을 가지고 이야기 했는데요. 논어의 “덕으로서 덕을 갚으라”와 대비하여 읽어보았습니다. 이 문장을 좀 더 풀이하면 앞선 문장이 “작은 것을 크게 여기고, 적은 것을 많게 여기며”이기에 작은 것과 큰 것, 원한과 덕 등을 계량하고 측정하며 가늠하여 인위로 따질 것이 아니라 무위라는 큰 덕에 맡겨 놓아주라는 의미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새옹지마의 고사처럼요.

 

  68장에서는 “지극한 천도에 짝한다”는 문장에서의 배천配天이란 표현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는 장자에도 나오는 표현으로, 덕과 천도 사이를 어떤 위계나 포함 관계로 나타내기보다 함께 가는 것으로 나타내기 위한 표현이 아닐까 추측해보았습니다. 토용쌤은 이를 중용의 개념인 천지인 삼재에 비교하기도 하셨구요.

 

  69장에서는 병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먼저 행하지 말고 미리 요란을 떨지 말고 경솔히 진격하지 말며 함부로 무기를 잡지 말라”는 구절에 대하여 이것이 과연 실제 전쟁에서 실용성이 있는가를 가지고 짧게 말해보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비교적 빠르게 치러지는 현대전의 양상과 장비와 기술의 한계로 느리게 치러질 수밖에 없었던 고대전의 양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서브텍스트인 리쩌허우의 중국고대상사론은 노자를 병가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면서 병가의 전쟁변증법이 노자에 이르러 정치변증법으로 확장되었고, 다시 나아가 노자 특유의 사변철학에 이르게 되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관점이 과연 합당한지, 특히 노자를 정반합 변증법으로 풀어내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하여 주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변증법으로 노자를 풀어내게 되면 도식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주기는 하나 그만큼 여백에서 읽어낼 수 있는 세세한 흐름들을 놓치게 되는 듯한 기분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접한 텍스트들 대부분이 노자철학의 추상성에 역점을 두어왔기에 노자의 구체성과 실용성에 주목하는 이 텍스트가 흥미롭긴 했으나 좀 더 고민해야할 지점도 많아 보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노자도 거의 다 읽게 되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왕필주를 끝까지 읽고 서브 텍스트로 슈어츠의 중국고대사상의 세계 노자 파트를 읽습니다. 슬슬 에세이를 준비할 시기인데, 다들 마무리 에세이까지 함께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댓글 1
  • 2022-05-24 18:22

    이항대립이면 변증법으로 해석할 수 있는건지, 변증법에 대해 잘 몰라서 정말 이게 맞나, 고개를 여러번 갸우뚱거렸습니다. 게다가 중국식 변증법은 또 뭐랍니까?

    현하고 현한 노자를 너무 도식적으로 해석해서 오히려 재미가 반감되는 부분이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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