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고원>강독세미나 두 번째 시간 후기

띠우
2022-04-01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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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고원> 강독 두 번째 시간 후기

 

이날은 리좀의 여섯 가지 원리를 읽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하나하나의 개념을 따라가는데 아직은 시간이 걸린다. 우선 원리1과 원리2는 연결접속의 원리와 다질성의 원리다. 리좀의 어떤 지점이건 다른 어떤 지점과도 연결접속될 수 있고 또 연결접속되어야만 한다. 이때 ‘어떤 지점이건’은 리좀적 연결접속이 어떤 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중간 혹은 사이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어떤 지점과도’는 이질적인 것들의 연결접속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연결접속의 원리와 다질성의 원리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전에 채운샘은 서핑을 예로 들었다. 파도 중간 어디서나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서로의 리듬을 맞춰가는 연결접속과 두 이질성의 만남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세 번째는 다양체의 원리다. 다양체는 주체도 객체도 없다. 다양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규정, 크기, 차원들뿐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양체의 본성이 변할 때에만 증가할 수 있다. 다양체는 연결접속들을 늘림에 따라 반드시 본성상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 작업장에서 만드는 패치워크작품들을 떠올리면 어떨까, 천이든 가죽이든 다양체로서 어떤 조각을 붙이느냐에 따라 전체 모양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각만으로는 무엇이 될지 짐작할 수 없는데 하나하나의 연결접속들이 늘어남에 따라 변화가 일어난다. 배치물이란 이러한 다양체 안에서 차원들이 이런 식으로 불어난 것이다.

여기서 고른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모든 다양체는 자신의 모든 차원들을 채우고 차지한다는 의미에서 판판하다고. 또한 이 고른판 위에서 이루어지는 연결접속들의 수에 따라 판의 차원 수가 커진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다만 느낌적으로 이해하면, 스피노자가 말했던 완전성이 떠올랐다. “나는 실재성과 완전성을 동일한 것으로 이해한다(에티카2부 정의6). ‘신 즉 자연’을 떠올리면 불완전이란 인간의 부적합한 관념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양체들은 <바깥>, 즉 추상적인 선, 도주선 또는 탈영토화의 선에 의거해 정의되며, 다양체들은 이 선을 따라 다른 다양체들과 연결접속되면서 본성상의 변화를 겪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접속들을 통해 인간은 작은 완전성에서 더 큰 완전성으로 이행한다고 볼 수 있을 것도 같고...

 

네 번째는 탈기표작용적인 단절의 원리다. 기표작용은 절단(분할선)을 통해 탈-기표작용은 단절(탈영토화)을 통해 작동한다. 절단은 질료적 흐름을 ‘잘라내는’ 형식화의 요소인 반면, 단절은 이미 형식화되어 있는 선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그 선 안에서 만들어지는 의미화의 계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절은 ‘탈영토화’내지 ‘탈주선’과 상관적인 개념이다. 이 둘은 끊임없이 번갈아 일어난다.

예를 들어보면, 서양란은 말벌의 이미지를 본뜨면서 탈영토화하지만 말벌은 이 이미지 위에서 암컷이라 생각하고 행위함으로써 재영토화된다. 동시에 말벌은 자신이 서양란의 번식장치의 한 부분이 됨으로써 탈영토화되기도 하지만 서양란의 꽃가루를 옮겨줌으로써 서양란을 재영토화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서양란의 말벌되기와 말벌의 서양란 되기는 이질적인 두 요소가 리좀을 형성하는 것을 보여준다. 탈영토화와 재영토화는 완전히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때 비평행적 진화란 서로가 관계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질적인 연결에 의해 식물은 식물대로 진화하고, 동물은 동물대로 진화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려나. 원리4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로 두 시간의 강독시간이 끝났다.

후기를 일주일이나 지나서 쓰려니 기억이 잘 안 난다. 다음에는 빨리 쓸 수 있을까ㅋ 아무튼 숙제끝!!!

 

댓글 1
  • 2022-04-07 08:52

    서양란의 말벌되기와 말벌의 서양란되기,

    꼬마 한스의 말 되기…

    이질적인 서로를 복제하는 과정을 통과하면서,

    또한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그들만의  지도를 그리게 되는건가요~ 

    저두 일주일이 지나서야 후기를 쓰게 되네요. ㅋㅋ

    띠우님의 귀한 후기를 읽으며,

    시동을 걸어봅니다.

    수작 다녀와서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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