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 세미나] <야생의 사고> 6장 후기

르꾸
2022-02-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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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그것이 대관절 뭐라고? ‘이름 짓기의 문화정치학’

 

세미나 시간과 멀어질수록 <야생의 사고>는 소환불가일 것 같아 얼른 후기를 남기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지난 세미나에서 <야생의 사고> 6, 7장을 읽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6장을 중심으로 후기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세미나는 <야생의 사고>에 대한 ‘푸념’으로 시작했습니다. 우째 이리 읽을 때마다 ‘고역’인지, 분량이 적은 데도 진도가 이리 안 나갈 수 있느냐, 매번 리셋되는 이 읽기는 뭔 조환지, 급기야 '뚜버기 샘은 왜 <야생의 사고>를 택했는지'까지 온갖 말들이 난무하면서도 그 와중에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를 새삼 확인하고는, 어쨌든 ‘읽어야 할 페이지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에 큰 위안을 얻고는 약간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세미나 구동의 시간을 잠깐 보냈습니다.

 

6,7장은 온통 ‘이름 짓기’에 대한 얘기입니다. 세상에 그 이름이 뭐라고 이렇게 레비스트로스는 우리를 난리부루스를 추게 했을까요?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름’은 중요하기도 합니다. 김춘수의 ‘꽃’도 알튀세의 ‘이데올로기적 호명’도 결국 어떻게 부르는가가 한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한다는 주체 구성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으니깐요.

 

원시부족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인류학자들에게 원시부족의 이름 짓기는 몹시도 궁금한 사항이었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그것이 ‘늑대와 춤을’처럼 뭔가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일 때는 그것이 무엇과 관련성이 있는지, 이름 짓기의 메카니즘을 찾아내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레비스트로스는 <슬픈 열대>와 <야생의 사고>에서 시종일관 얘기하고 있는 원시부족 사회의 분류체계(토템적 분류법)와 이름 짓기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다양한 부족의 사례를 통해 ‘꼼꼼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밀접성은 그 사회 토템의 보편적 규칙을 따르면서도 그 개인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개별성의 스펙트럼 내에 있으므로 이를 이름 짓기의 보편화와 개별화(특수화)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의 개별화는 기실 잘 들여다보면 이름을 명명하는 자의 자유가 상대적이라는 점에서 결국은 그 분류체계로 재통합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런 식의 이름 짓기는 그래서 이름의 내적 성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그것이 원시 부족의 분류체계 가운데 담당하는 ‘구조적 역할’에서 생기는 것이기에 원시 부족의 고유명사는 그 집단의 특징과 집단 내에서의 개인의 위치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분류체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나아가 이름을 분류체계에서 분리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끝을 맺고 있습니다.

 

여하튼 저희의 ‘고통스런’ 읽기를 통해 하나 포착한 것은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에서 일관된 관점을 가지고 자신의 논리를 아주 치밀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의 언어가 전부 이해되거나 수월하게 이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래도 다음주면 이 여정이 끝난다는 데 모두들 '열광'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댓글 2
  • 2022-02-19 10:23

    르꾸쌤 후기에서 책이 끝나가는 기쁨이 절로 느껴집니다. 다들 그러시지요?

    띠우쌤이 레비-스트레스 라고 하더군요~ 

    고난의 행군을 함께 해주신 쌤들 정말 감사합니다 ^^ 

    재밌기도 하지만 굳이 알아야되나 싶은 이름짓기..르꾸쌤 후기로 맥락을 다시 정리하게 되네요~

  • 2022-02-23 20:16

    진짜 겨우 읽고 있습니다.

    그래도 르꾸샘은 제법 이해하고 계신듯 보입니다.

    같이 해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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