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 세미나 <야생의 사고> 후기 _ 3장 변환체계를 중심으로

김언희
2022-02-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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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환체계

 

늦은 후기 올립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제가 발표한 장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이야기 되었던 변환체계와 관련해서 짧은 글 올립니다.

 

토템적이라고 주로 일컫는 명명이나 분류체계의 활용가치는 그 형식적 특성에서 오는 것이다. 그 체계는 부호로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적합한 것이고, 그 메시지는 다른 코드로 변환될 수도 있으며 또한 다른 코드에 의해서 받아들인 메시지를 스스로의 체계로 표현할 수도 있다. 과거 인류학자의 잘못은 이 형식을 어떤 내용이라도 동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실체로 보아 일정한 내용과 결부시키려고 한 데에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원시 사회 원주민들이 자연의 동식물들과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집단의 기원과 유지, 존속을 위한 질서와 의미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 혹은 방법론을 토테미즘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특정 동물과 자신들을 실체적으로 연결한다는데 초점이 있지 않고, 그들 간의 관계 설정 자체가 이들 원시 부족에게 필요와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이 특정 동물과 식물의 종을 부호화하고 이러한 부호를 통해 자신들의 기원과 사회 윤리, 의례 속으로 코드화 한 것을 변환(transformation)이라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변환은 ‘동질성’을 확인하는데 의미가 있지 않다. 오히려, ‘그들’과 ‘우리’를 구별짓고 차이를 만듦으로써 자연과 우주적 질서 속에서 그들의 위치를 확고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원시 사회의 그들은 인간뿐만 아니라 우주와도 관계 맺으면서도 자신의 고유성을 명확히 하는데, 요즘 뉴스에 나오는 한국 사회는 단절을 위한 차이와 구분짓기만 만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한 쪽에 속했을 때는 안심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마음 속에 조그마한 차이라도 발견되면 금방 내쳐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또한 갖고 있는 것 같다.

뭐, 요즘 한국사회만 그렇겠는가?

당장 나의 경우만 보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를 키우며 그 아이들이 일반적인 과정-학교가고, 학교에서 공부하고, 대학 준비하고 뭐 이런거-을 벗어나 다른 일을 하려고 할 때, ‘왜? 우리 애들은 남들처럼 그냥 살면 안되지?’라는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다. 큰 아이가 음악 한다고 했을 때도, 둘째가 축구 한다고 했을 때도...

아이들은(혹은 인간은) 무엇이 우주적 질서에 맞는 것인지 이미 알고 있는데, 부모인 나(구조적 동질성에 갇혀 버린 나)는 이러한 우주적 질서를 마구 해체해서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었던건지도 모르겠다. 

 

  • 부모인 내가 자녀를 나와 동일한 구조 속으로 끌어옴으로써, 그들의 위치를 인정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는 이러한 이야기가 제대로 된 해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줄 정리하기가 참 어렵네요~^^;;

 

 

 

댓글 2
  • 2022-02-17 08:41

    인용해주신 문장 읽으니 헷갈렸던 변환체계가 다시 정리됩니다

    우리는 체계 속 어딘가에 위치하고 또 위치지으려는 무의식이 있는데 아이들이 그 코드에서 벗어나는 것 처럼 보일때 불안하죠 하지만 그 코드어긋남들이 쌓일 때 새로운 변환체계를 이루는 거다  저는 요렇게 한번 해석해 봅니다  아직 헷갈리네요 ㅋㅋ

  • 2022-02-18 03:46

    아니 이렇게 질문을 던지시면 댓글을 아니 달 수가 없네요ㅎ

    원시 부족의 일상적 삶을 지배하는 토테미즘의 내용은 부족마다 다양하지만 그걸 잘 들여다보면 일정한 규칙이 보이는데 그걸 레비스트로스는 '변환체계'로 설명하고 있는 듯합니다.  '변환체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면  결국 어떤 식의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관계맺기 방식에 가까울 것 같아요. 이럴 경우, 이 변환체계 안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고유성을 확장하는  '차이'에 주목하는 반면에 부모는 '동질성'에 주목하는 관계맺기를 '강요'한다는 선생님의  '현대적 해석'이 신선합니다.   

    선생님의 아이디어를 급 이어받아ㅋ...저는 원시 부족에게 '변환체계'는  '자연의 동식물과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졌다면, 지금의 '변환체계'는 무엇과 가장 밀착되어 있을까를 한번 떠 올려봅니다.  

    다른 세미나도 함께 참여하고 있는 김언희쌤은 항상 저희가 읽고 있는 글을 지금의 우리 삶과 연관시켜 질문을 제기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그저 '읽기'에만 급급한데 말이죠.  레비스트로스는 저희에게 '고통'을 주지만 그로 인해 배움의 연쇄를 몸소 체험하는 것은 또 좋으네요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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