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스타> 숲은 생각한다-마지막 후기

토토로
2022-02-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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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잘 보내셨나요. 음력으로 임인년, 호랑이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는 동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호랑이인데요, 아마존에서는 호랑이급에 해당하는 강력한 포식자가 재규어인가 봅니다. 그리고 아마존 야생엔 다행히 아직 재규어가 있는 듯합니다.

 

재규어

 

<<숲은 생각한다>>는 재규어는 물론 숲과 관계를 맺고 사는 루나족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남미의 에콰도르, 아마존강 상류 유역, 아빌라에는 루나족이 삽니다. 루나족은 우리가 흔히 아마존 원시부족하면 떠올리게 되는 그런 모습의 부족이 아닙니다. 그들은 스페인의 침략과 지배를 받은 경험이 있고, 기독교를 받아들였으며, 지금은 시장경제에서 생필품을 구매합니다. 식량은 사지 않고 텃밭과 숲에서 수렵, 채집, 어로, 재배를 통해 구합니다.

 

 

루나족 여인과 아이, 개

 

그렇기에 숲에서의 사냥을 잘 하는 것은 그들의 생존에 매우 중요합니다. 사냥을 잘 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재규어같은 포식자의 멋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루나족은 숲의 사고를 알아차리고, 숲의 형식을 노고없이 이용하며 살아갑니다.

 

루나족은 숲에 사는 비인간의 생명체들을 대상이 아닌, 인간들처럼 기호를 표상하고, 해석하고, 사고하는 ‘자기들’로 봅니다. 그리고 자기들이 표상하는 아이콘적 기호들을 해석하며,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여 행동합니다.

숲에서 일어나는 인간/비인간의 사고, 활동, 기호작용은 분리되지 않고 서로 연쇄적으로 연결되어있습니다.

이런 연결과 비인간 자기들의 소리나 이미지 기호들에 대해 해석이 가능한 것은 인간/비인간 사이에 ‘일반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반복적인것, 규칙,  패턴으로 부터 나오는 무엇. 차이가 아닌, 일반적인 것이 있기에, 인간은 비인간의 사고, 숲의 사고를 (어느정도까지는)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말할때의 말투를 닮은  '피진' 을 통해  종을 횡단하는 소통이 간단하게라도 가능한것이 되지요. 비인간의 퍼스펙티브를 아는것도 가능하고요.

 

그리고 이런 연결은 인간/비인간을 넘어 숲의 주재자인 영에게로까지 확대됩니다.

주재자의 사고, 관점(퍼스펙티브)를 아는 것은 물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것도 아닙니다. 때론 ‘꿈’을 통해서, 혹은 ‘환각제’를 통해서, 혹은 숲의 더 높은 형식과 부가 겹겹이 누적된 곳으로 떠나는 ‘수양’을 통해서 주재자의 퍼스펙티브를 가져볼 수 있습니다.

주재자의 영역은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부가 넘치는 곳입니다. 현실에서 재규어는 무서운 포식자이고, 패커리는 사냥감인데, 주재자의 영역에서 이것들은 가축들으로 여거집니다. 

 

그리고 죽음 이후에 몸(피부)은  땅에 파묻히지만, 죽은 자의 혼은 주재자의 영역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하지요. 루나족에게 죽음은 혼이  영적 영역으로 가게 되는 과정일 뿐입니다.  영적인 영역은 비가시적이지만, 일반적인 실재성이 있는 곳입니다. 현재와 연결된 미래, 현재로부터 창발된 미래입니다. 그렇기에  미래는 비가시저기면서도 가시적이고, 죽음은 끝이 아닌, '살아있는 미래'인  것이지요.

 

이렇게 아마존의 루나족은 숲뿐 아니라, 부재하는 미래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반면, 현재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비인간과의 관계가 별로, 아니, 거~의 없습니다.

저만해도 반려동물·식물과 함께 해본 적이 없고, 길거리에서 어슬렁거리는 고양이조차도 만나면 무서워서 슬쩍 피해갑니다. 숲이라 부를수  없는 공원. 기껏보는 동물은 비둘기. 길고양이. 곤충들...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처럼 비인간 생명체와 연결된 기호작용을 하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그래도 모기의 행동패턴과 소리의 움직임을 잘 해석하여 모기를 잘 잡을줄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ㅎㅎ)

 

근세이후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인간은 자연과 인간을 이원적으로 구분하고, 자연을 개발과 착취, 혹은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봐 왔습니다. 자연을 기호작용하는 살아있는 자기들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저 (살아있는) 인간들 사이에서의 기호작용만 할 뿐, 비인간의 것으로까지는 넘어서질 못하고 있습니다. 영성도 비과학적인 것 이라고 무시됩니다.

그러나 인간이 비인간의 것들인 동물·식물과 연결된 관계를 갖지 못한 채 인간들과만 관계를 맺고, 그 외의 것들을 대상으로 취급한다면 그것은 인간/비인간 모두에게 건강하지 못한 것일테지요.

 

그렇기에 ‘인간적인 것을 넘어서는 인류학’을 추구한다는 이 책 <<숲은 생각한다>>가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버리스타의 책읽기>세미나에서는 6회에 걸쳐 이 책을 읽으며 루나족이 숲의 사고를 알기위해 어떻게 하는지, 그리하여 그들이 숲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였습니다. 인간적인 것을 넘어서는 인류학을 조금 맛보았지요. 기호학을 비롯하여 낯선 개념과 표현으로 많이 헤메고, 더듬거렸지만 서로 격려하고 아는 것을 나누며 무.사.히. 책을 마쳤습니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에 읽을 책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월호 입니다. 53쪽까지 읽어오시면 됩니다. 

르몽드에 이어서 잡지 <바람과 물>3호를 읽습니다.

 

당분간 사정으로 자누리샘과 엘림샘은 세미나를 쉬기로 하셨는데요, 곧 다시 만날날을 기다리며 즐겁게 공부합시당~

 
댓글 1
  • 2022-02-04 22:58

    와우~ 정리의 달인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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